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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탈북민 지원’ 20년… 유욱 태평양 NPO법센터장

    "북한의 교육지원 프로젝트는 내 인생의 최대 목표"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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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며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20여년째 묵묵히 탈북민을 도우며 남북문제 전문가로 활동해 온 변호사가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이탈청소년들과 북한이탈주민의 자녀들을 교육하는 '여명학교'의 공동설립자이자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탈북민 취업지원센터'를 세운 유욱(55·사법연수원 19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태평양 NPO(비영리단체, Non-Profit Organization)법센터장도 맡고 있는 그는 "탈북민은 내가 북한으로 가는 창(窓)"이라고 말한다. 탈북민 지원을 통해 쌓은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북한 관련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 변호사는 통일부 등 정부기관은 물론 현대아산 등 수많은 기업들을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관련 법률자문을 도맡아왔다. 통일부 개성법률자문회의 위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자문위원, 법원행정처 통일사법 연구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통일문제연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남북화합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또 '개성공업지구 법령 및 제도해설', '남북한 통합을 위한 법제도 인프라 확충방안', '한반도 평화·발전을 위한 법·제도 거버넌스 실태조사' 등을 저술한 명실상부한 '북한통'이다. 유례 없는 불볕더위 만큼이나 남북 화해·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고 있는 지난달 17일 유 변호사를 만나 그의 삶과 바람직한 남북관계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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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실 특별한 재주가 없는 평범한 모범생이었어요. 지금도 여가시간이면 수시로 독서를 하며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다소 재미없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가게끔 이끈 것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주님께) 한 것이다'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이었습니다. 이 진리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내 삶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모태신앙이기도 하지만, 이 말씀은 제 가치관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탈북민을 돕는 발걸음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이러한 가치관을 법률가로서 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2001년 공익위원회를 만들고, 2002년 북한팀을 만들었어요. 각각 싹이 나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요. 그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는 이런 가치관이 깔려있습니다."

     

    탈북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교육과 취업' 깨달아

     

     

    유욱(55·사법연수원 19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교회에서 탈북민 관련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다가 모임의 총무가 되면서 탈북민들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탈북민과 성경공부를 하고 삶을 나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취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탈북민을 교육하는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설립을 준비하며 더욱 탈북민의 삶에 다가가게 됐고, 2007년에는 탈북민취업지원센터도 만들었습니다. 열댓명으로 시작한 여명학교는 현재 재학생만 1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해 서울에서 가장 큰 탈북민 대안학교가 됐습니다." 


    '여명학교', '탈북민 취업센터'

    큰 축으로 솔루션 모색

     

    그는 삶의 비전을 '북한 학교'라고 이야기할 만큼 북한에 대한 애정이 깊다. "제 인생의 프로젝트는 북한 교육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북한에 현재 9500여개의 학교가 있는데, 교육여건 불비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요. 통일이 사람의 통일이라면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대한 지원은 통일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탈북민과 함께 지내다보니 '학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곳에서 출발해 북한학교라는 비전이 제 삶에 자연스럽게 도달했어요. 제 삶에서 쏟아부을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고, 비로소 그것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취업'임을 깨닫게 되면서 여명학교와 탈북민취업지원센터, 두개를 큰 축으로 대안과 솔루션을 찾아 통일한국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탈북민취업지원센터 설립 후 11년간 500명이 넘는 탈북민에게 일자리를 알선했는데요,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출발점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분들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공서비스의 부재를 센터가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필요한 단계를 '상담-교육-알선-사후관리' 4단계로 보고 있어요. 탈북민으로서 취업에 관여하는 분들이 특정 요식업이나 바리스타, 골판지 상자 제조업, 도배업 등 특정 업종에 한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현시점에 필요한 것은 '알선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약사나 의사를 하던 사람이 남한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하는데, 약사나 의사는 하지 못하더라도 그 중간단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고용노동부는 독자적 정책 대상이 아니고 정부정책에서 통일부는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으니 그 틈새에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해요. 향후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엄청난 실업문제가 대두될 것입니다. 독일도 통일 후 재교육과 재취업 과정에 굉장히 오랜 시간을 쏟았던 만큼 우리도 통일 이후의 사회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하는 그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6년과 2009년 갑상선 암 발견과 재발로 수술을 받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 관련 업무가 제게 단순히 비전과 꿈만은 아니었습니다. 건강 문제와 북한 관련 업무에 매진하는 과정 등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법인에서의 역할이 줄어들기도 했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은 개인적으로 상처와 아픔이기도 했죠.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개 한 것'이라는 말씀을 되뇌이며 20여년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 지금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탈북민 돕고 싶다면

    '법률가 역할'에 국한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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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변호사는 현재 태평양 내에서 동천NPO법센터장을 지내는 등 공익활동의 마스코트로 통한다. "2006년경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었지만 8년간 싹이 나지 않았어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공익활동이라는 게 이토록 어려운 거구나'라며 자포자기하기도 했는데, 재단법인 동천이 만들어졌고 싹이 나기 시작했어요. 최근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동천을 보며 태평양에서 근무하기를 꿈꿨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요, 개인적으로 굉장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법률전문가가 모인 곳인 만큼 타고난 전문성을 가지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따뜻한 마음으로 공익에 봉사하는, 그런 지극히 작은 자에게 도움이 되는 로펌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번은 한 복지사님께서 제게 명함을 받으시고는 메일을 쓰셨더라고요. '제 명함을 받을 때 희망의 불꽃을 보았다'면서요. 제가 한 일이 별로 없음에도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누군가에게 내가 하나의 희망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무척 벅차올랐습니다."

     

    유 변호사는 태평양 안팎에서 오랜기간 북한 관련 업무를 진두지휘한 '북한통'으로 통한다. "2002년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면서 개인적으로 북한에 대한 또다른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경제특구와 개혁개방의 역사는 '점선면' 확산의 역사임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신의주와 금강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 점이 선이 되고 면이 되어 북한에 변화가 되는 맹아고 씨앗이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관련 업무를 준비하면서 '개성공업지구 법규 및 제도해설' 이라는 책도 쓰게 됐죠. 이를 계기로 통일부에 '개성법률자문회의'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2005년부터 13년가량 활동해 올해 6월 위원장이 됐습니다. 이곳에서 개성공단 운영 관련 법제를 만들며 자문과 용역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 밖에 지난 10여년간 통일부, 법제처, 법무부, 대법원에 북한과 관련된 50여건의 연구용역을 수행했죠. 개성공단의 경험을 통해 '좋은 법'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법을 실행하는 '정부 기관'이 있어야 하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됐어요. 이 3가지가 이뤄져야만 경제특구가 성공할 수 있어요. 법만 만들어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관 및 정부, 또 관련 경험과 역량을 갖춘 관료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성공단이 이를 실행하는 하나의 실험실이 되길 바랐어요. 제가 가졌던 애정은 정말 애인에 대한 것과 같았다고 할까요(웃음). 그래서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때 만감이 교차했죠. 하지만 올해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 등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이어지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후 개성공단, 금강산이 재개되고 북한경제를 살리는 근본적 정책 전환이 이뤄진다면 그동안 축척해온 북한경제특구법제의 흐름 등을 토대로 법적 지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 들어주고

    삶을 나눠주는 것 자체로 큰 힘

     

    유 변호사는 앞으로 있을 남북관계의 지각변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사실 단기적으로는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봐요. 북미간 이 문제가 70년 넘도록 이어져온 만큼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조심스럽지요. 하지만 그동안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이어져왔던 6·15공동선언, 남북정상회담, 이번 판문점 선언까지 일련의 흐름이 있고, 과거의 교훈에 기초해 이전과는 차별점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이제 우리가 이러한 상황을 잘 관리하고 돕는 역할을 한다면 수년 내 '핵이 없는 한반도',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북한'이 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해봅니다. 비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없지 않습니까. 적극적인 전망과 대비 등을 통해 향후 상황을 긍정적으로 견인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북한에 필요한 대책은 '북한 사회에 맞는 법'을 재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법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북한 사회를 이해하고 그 문화와 사회발전, 경제수준에 맞는 법을 만든 뒤 이를 운영하는 기관과 사람들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북한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재가 싱가폴 등에 있는 대학에서 조건없이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펀딩을 해 500~1000명씩 교육을 지원하고 그 단계가 지나면 예컨대 '서울대-싱가폴대-김일성대 조인 프로젝트' 등을 만들어 북한에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법률은 물론 자연과학 분야 등 다방면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개성공단 조성된 후

    '개성법률자문회의' 위원으로

    개성공단 운영 관련 법제 만들며

    자문·용역 수행도

     

    그는 탈북민 지원 나아가 NPO 관련 공익활동을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는 '필드 운동가'였습니다. 법률가로서 관여한 것이 아니기에 북한 관련 비전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탈북민 등을 돕고 싶다면 '법률 상담을 하겠다', '소송을 하겠다'라는 법률가의 역할에 한정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설거지부터, 청소부터 하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그렇게 그들 옆에서 1년이고 2년이고 3년이고 시간을 보냈을 때 자신만의 비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률가이기에 탈북민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굉장히 많아요. 법률가는 체계적인 사고를 훈련하며 법을 공부했기 때문에 시설과 자금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 속 NPO들에게 체계적인 사고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실제로 탈북민 대학생에게 3년째 멘토링을 하는 변호사가 있는데 연애상담만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자체가 너무 재밌고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탈북민은 이곳에 와 기댈 언덕이 없습니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부모님이나 친척, 지인이 없으니까요.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나눠주는 것 자체로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동시에 우리 역시 북한을 배우고 어느 순간에는 조금씩 이들과 교감하며 '나'라는 사람이 이들을 위해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있게 되고 삶의 비전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렇게 자기 스스로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놓치면 건강한 긴장이 사라져 삶의 길을 잃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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