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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법원행정처

    [판결] 외국서 도박장 개설 한국인, 우리 형법으로 처벌 가능

    외국법으로 허용되지만 국내법에 위반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등 침해에 한하여 적용
    국내에서 관광객 유치 영업… 징역 1년 원심 확정
    대법원, '내국인의 국외범' 처벌기준 명확히 제시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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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법으로 처벌되지 않지만 우리나라 법으로는 처벌되는 행위를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우리나라의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때에 한해서만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법 제3조가 규정하고 있는 '내국인의 국외범' 처벌기준을 명확히 밝힌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씨는 2010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베트남에서 '시저스 팔레스 클럽'이라는 카지노를 운영하며 국내에서 유치한 관광객 등을 상대로 바카라 등 도박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형법 제247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또 모 상호저축은행 대표를 협박해 2010년 이 은행으로부터 10억원을 대출받아 갈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공갈)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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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A씨가 국내법으로는 금지되지만 행위지법(베트남법)으로 허용되는 도박장소 개설 행위를 국내법 위반을 이유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형법 제3조가 속인주의를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행한 범죄도 당연히 죄가 되고, 그 행위가 해당국에서 허용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라고만 판단해왔다(2002도2518 등). 대법원은 내국인이 외국에서 해당국에서 허용되는 행위를 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한 적이 없다.

    1심은 A씨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공갈 혐의는 정상적인 대출이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고, 도박장소 개설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이 사건을 선고하면서 내국인이 외국에서 해당국에서 허용되는 행위를 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주목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우리나라 형법은 제3조에서 이른바 절대적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내국인이 국외에서 죄를 범한 경우에도 우리 국내 형사처벌 법률이 적용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내국인의 국외범을 국내법 위반으로 무제한 처벌하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면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내국인의 국외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행위지에서도 죄가 되는 경우에만 처벌하고 있고, 미국이나 영국·프랑스·일본 등도 특별히 정한 죄에 대하여만 처벌하고 있을 뿐 우리처럼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내국인이 외국에서 한 행위가 국내법에 위반되더라도 행위지에서 법령이나 사회상규에 의해 당연히 허용되는 행위이고 국내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침해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와는 무관한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베트남 도박장은 주로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포를 유치해 운영된 것이어서, 설령 그 도박장 운영이 베트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내법에 따른 도박장 개장죄로 처벌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지지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도박장소 개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8도10042).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 제3조의 해석과 적용 범위, 형법 제20조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행위 및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형사처벌은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 등과 관련된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므로 처벌규정은 무조건 명확해야 한다"며 "국내법으로는 금지되지만 행위지법으로 허용되는 사안에 대해 처벌기준을 상세히 설명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형법의 유추적용 범위를 줄여 내국인의 국외에서의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도록 해 균형을 맞춘 합리적 판결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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