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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검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쟁점] ④ 유해용 前 수석재판연구관 문건 유출

    "대외비 해당하는 공문서" "전자기록물 원본 유출로 못봐"

    이정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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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의 또다른 쟁점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의 대법원 문건 무단 유출 및 파기 의혹이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의'였던 김영재 원장 측의 개인 특허소송 상고심 관련 정보를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런데 검찰이 유 변호사의 사무실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상고심 재판 관련 대법원 내부 문건으로 추정되는 문서파일들이 대거 발견됐다. 검찰은 이들 문건이 유출된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해당한다며 이 파일들까지 압수하기 위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지만 여러 차례 기각되는 사이 유 변호사는 문건을 모두 임의로 파기해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는 관련성이 없지만, 검찰은 상고심 재판업무에 관여한 고위 법관이 퇴직하면서 공문서인 대법원 내부 문건들을 무단 반출하고 문제가 되자 모두 파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엄중한 사태라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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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유출·파기된 문건은 공문서… 혐의 중대"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유 변호사가 지난해 2월 퇴임하면서 이 문건들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지난달 이 문건들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기각되기를 반복하는 사이 문건들이 담겨있는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꺼내 가위와 드라이버 등을 이용해 파기한 뒤 집 근처 쓰레기통에 버려 모두 파기했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증거(대법원 문건)를 인멸하지 않겠다고 확약서까지 작성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법원도 압수수색영장 심리를 지연하고 여러차례 기각해 유 변호사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며 강력 반발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윤석열(58·23기)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들고 나온 대법원 문건들이 대부분 대외비에 해당하는 공문서인데다 사건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등 혐의가 무겁다고 보고 지난달 18일 유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유 변호사가 문건 유출이 논란이 되자 이를 모두 파기한 점도 고려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절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유 변호사가 변호사로 개업한 뒤 자신이 법원 재직 시절 맡았던 사건을 수임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

    공무상 비밀누설·직권남용 등 협의로 구속영장 청구

     

    ◇ 영장전담판사 "범죄 안 된다" = 유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허경호(44·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에게 적용된 혐의가 범죄로 보기 어렵거나 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3600자에 달하는 기각사유를 들어 검찰의 수사 내용이나 법리구성만으로는 혐의 소명이 안 된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허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의 문건 유출과 관련한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공기록물관리법 규정에 따라 보존돼야 할 '공공기록물'은 국가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인정된 기록물의 '원본'을 의미한다"며 "재판연구관 보고서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 파일들이 설령 전자기록물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를 내려받아 저장하는 것이 시스템에 그대로 남아있는 전자기록물 원본을 유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하므로 이 같은 피의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증거인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와 참여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연구관 보고서 파일은 절도죄의 객체가 되는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도745 판결)"는 등의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재판연구관 보고서에는 당사자의 성명 외에는 그 자체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정보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사건번호와 변호사의 성명만으로는 적은 시간·비용·노력을 들여 개인을 식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범죄의 성립 여부에 법리상 의문이 있다고 했다.

     

    법원,

    영장 기각하며 증거인멸 등 범죄사실 조목조목 반박

     

    허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가 임 전 차장에게 김 원장 측 상고심 관련 정보를 넘겨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형법 제127조에 따르면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준수의무의 침해로 인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려면 일반인이 알고 있지 않을 것 뿐만 아니라 누설될 경우 공무의 민주적·능률적 운영을 보장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존재하는 등 국민의 이익을 위해 보호할 필요가 있을 것이 인정돼야 하는데(2010도14734), 피의자가 작성을 지시하고 편집한 문건에는 당해 사건과 관련사건의 진행경과나 상고사건의 통상적 처리절차 등 일반적 사항 외 구체적 검토보고 내용처럼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문건 작성시기인 2016년 3월 이 사건 당사자가 전직 대통령의 미용성형시술을 해주던 사람의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임 전 차장이 제출한 USB 등에 저장된 수만 개의 파일 중 피의자로부터 받은 것은 4개이고 그 중 문건 하나만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며 "피의자가 임 전 차장과 연계됐다는 부분에 관한 소명도 부족하며 피의자가 문건작성을 지시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지시행위에 부당한 목적이 개입됐다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법조계 "문서 성격과 반출된 시기 명확히 밝혀야" = 수사팀과 영장전담판사의 시각이 정반대인 것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공공기록물 성립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로 공문서로서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며 "문서의 완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반출 여부를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완전하게 만들어진 문서라면 연구보고서라도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은 미완성본의 경우 성격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판결문 초고의 경우 언제 완성된 문서로 볼지 애매한데 대법관의 최종결론에 따라 언제든지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초고를 만들어 보고했는데 대법관이 다른 논지로 써오라고 하면 기존 초고는 바로 폐기문건이 된다"고 했다. 

     

    "문서의 완성여부 확인 필요"

    "草稿도 공문서 인정될 수 있어" 의견 분분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실제로 대법관에게 보고된 보고서라면 공공기록물로 봐야 한다"면서도 "판결문 초고는 주심 대법관이 보고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다시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된 문건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결국 수정 가능성에 따라 문건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판결문 초고는 수정될 것을 전제로 작성되지만 보고서는 작성이 끝난 순간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교수는 문건 반출과 관련해서는 "연구목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나왔다고 해도 정당성을 얻긴 힘들어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다 반납하고 나와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의 경우 보고서를 제출하는 시점부터 자기의 소유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문서의 개념을 목적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공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만든 초고는 충분히 공문서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더라도 거기에 적힌 개인정보 등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의율될 순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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