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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68주년 특집] 변호사시험 문제점 점검

    “시험 준비에 1만여개 판례 암기… 세계적 유례 없어”

    이순규 기자 soon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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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 '사법시험'으로 대표되던 법률가 선발 제도의 총제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법률가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2009년 도입한 로스쿨 제도가 10년째를 맞았다. 

     

    지난 10년간 로스쿨은 1만884명의 신(新) 법조인을 배출하며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다양한 인재를 교육·양성해 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입학정원 대비 75%로 고정된 변호사시험 합격률 탓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로스쿨의 '변시 올인(All-In)'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그동안 실시된 7번의 변호사시험이 로스쿨 도입 취지와 달리 사법시험 때처럼 수험생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많은 양의 판례 암기를 요구하는 등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 1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실시되는 제8회 변호사시험부터 시험일 전 6개월 내 새로 형성된 판례는 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을 법무부가 28일 발표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본보는 창간 68주년을 맞아 판례 위주의 편향된 출제 형태를 보이고 있는 현행 변호사시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교육을 통한 다양하고 실력있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제도 취지 달성을 위해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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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험서에 언급된 판례만 1만2581개 = 천경훈(46·사법연수원 26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5월 상사법연구(한국상사법학회 발행)에 게재한 '변호사시험이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과목별 주요 수험서에서 사건일자와 번호가 언급된 판결의 수를 조사한 결과 민사법 5507개, 형사법 4565개, 공법 2509개 모두 1만2581개에 달한다"며 "물론 수험서에 수록된 판례 중 일부 중복이 있지만 이 같은 숫자는 로스쿨 교수나 실무가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 수험서에 수록…

    '판례요지 얇고 넓게 암기' 메시지

     

    천 교수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매년 새로운 판례가 나올수록 이 숫자가 끝없이 늘어갈 것이라는 점"이라며 "현행 변호사시험은 결국 학생들에게 법적인 사고를 연마하기보다는 판례요지를 얇고 넓게 암기하라는 메시지를 매우 강력하게 보내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판례법 국가로 불리는 영미의 경우 교육과정에서 판례를 주된 학습소재로 삼아 사실관계와 주요 쟁점 등을 검토하지만, 판결요지를 암기의 대상으로 삼아 평가하는 예는 드물다"며 "미국의 경우 변호사시험 준비과정에서 합격에 요구되는 지식의 양이 한국 변호사시험에 비교할 수조차 없이 적어서 보통 1~2개월 사이에 시험 준비를 끝낼 수 있고 선택형 문제조차 판례의 입장을 묻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추론에 해당하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판례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습성이 익혀질 겨를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변호사시험은 판례법 국가에서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판례를 맹신하는 특이한 시험"이라며 "이는 학습자들의 시야를 현행 대법원 판결에 국한시키고 새로운 사건을 만났을 때에 사건의 본질을 음미하기보다 기존의 판결요지에 끼워 맞추려는 매우 나쁜 실무 습관을 기르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실무적이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 변호사시험 객관식 1문항 당 1분 44초에 풀어야 = 변호사시험 문항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한국외대 법학연구소가 발행한 외법논집에 실린 '로스쿨에서 형사법 이론교육과 실무교육' 논문에서 "우리나라 변호사시험 선택형(객관식시험)은 공법 40문항, 형사법 40문항, 민사법 70문항 모두 150문항 5지 선다형이고 풀이시간은 총 4시간 20분"이라며 "1문항당 1분 44초 정도에 풀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신(新)사법시험에서 선택형 문항은 2시간 55분 동안에 헌법과 형법 각 20문항, 민사법 총 36~37문항을 풀어야 한다. 1문항 당 2분 17초가 주어지는 셈"이라며 "미국의 경우에도 200문항을 6시간에 풀어야 하기 때문에 1분 48초에 1문항씩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한국에서 변호사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수험생에 비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고 했다.

     

    "중요 판례 일정 수 지정하고

    그 범위서 출제" 제안도

     

    이처럼 수험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기본적 법률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법무부도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해 선택형 시험을 헌법과 민법, 형법 등 기본 3법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충실한 학점이수제 실시를 전제로 국제법, 국제거래법, 노동법, 조세법, 지적재산권법, 경제법, 환경법 등 7개 전문 법률분야 과목(선택과목) 시험을 폐지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변호사시험은 △공법(헌법 및 행정법 분야의 과목) △민사법(민법, 상법 및 민사소송법 분야의 과목) △형사법(형법 및 형사소송법 분야의 과목) 등 필수과목에 대해 모두 사례형, 기록형 시험과 함께 선택형 시험을 치르고 있다. 선택과목은 논술형으로 치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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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판례 지정해 변시 출제하는 것도 고려해야 = 이때문에 변호사시험에서 중요판례를 지정해 출제하는 등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졸업학점 150학점 중 전공필수 32학점과 변호사시험 대비를 위해 과반수가 수강하는 민사재판실무, 검찰실무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학생들이 변호사시험과 무관하게 선택하는 과목은 매우 적다"며 "변호사시험의 영향 하에 놓인 현재의 수강 및 학습 패턴 하에서는 대법원 판례 3500개, 헌법재판소 결정문 약 1500개를 학습하면서도 변호사시험에서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한 저작권·특허권, 소득세·법인세, 단체협약·취업규칙, 공익채권·회생채권 등의 뜻도 모른 채 졸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상사법은 물론 형사, 행정, 헌법까지 1만개가 넘는 판례를 암기하는 현재의 시험 준비 방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며 "필수판례 또는 중요판례를 과목에 따라 일정 수 지정해 판례의 내용 자체를 묻는 문제는 그 범위에서만 출제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많은 교수들이 판결요지 위주의 출제 방식에 찬성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는 그와 같은 출제에 이르게 되는 것은 축적된 양질의 문제와 시간이 부족하고 판결요지를 그대로 문제화해야 정답 시비가 없다는 점 등에 기인한다"며 "명망 있는 실무가와 교수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대가를 제공하고 출제를 의뢰해 풍부한 문제 풀(pool)이 마련된다면 이러한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辯試 선택형 문제 문항은 길고

    물어야 할 시간은 짧아

     

    변호사시험을 실체법·절차법적으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문제 유형을 위주로 출제하자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김성룡 경북대 교수는 "로스쿨의 교육과 변호사시험이 보다 많은 판례 지식의 전수가 목적이라면 독학으로도 충분하다"며 "판례의 이해와 학습도 그 속에 든 논리와 경험, 법률과 해석을 살려 볼 수 있는 호흡과 깊이가 있는 것이 되어야 하고 변호사시험도 이를 평가하는 시험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시험이 문제를 읽고 사고하게 하고 판례와 이론, 실체와 절차를 연결하고 결론을 추리해 가는 능력을 평가하도록 만들어진다면 로스쿨의 교육도 자연스레 그렇게 바뀔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사례를 주고 이를 실체·절차법적으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문제 유형을 위주로 출제하고 일본과 같이 선택형을 20문항 정도로 축소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례를 실체·절차법으로 분석…

    결론도출 유형도 검토

     

    한편 사례형 및 기록형은 컴퓨터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해 손글씨 작성에 따른 수험생과 채점자의 무용한 수고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수험용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 답안 작성을 위한 간단한 워드프로세서 화면이 열리고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컴퓨터 내외부의 모든 정보에 접근이 차단된다"며 "미국처럼 각자 위험 부담 하에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에 수험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가져오도록 하거나 주무부서에서 응시자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당일 임대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도 '노트북 활용 답안작성 방식' 도입을 위해 현재 연구용역을 통해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시간, 보안사고 방지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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