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해외소식

    [해외통신원] 하버드의 아시아계 지원자 차별 의혹 소송

    김정균 해외통신원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49204.jpg

    대학입시에서 뛰어난 학업 성취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특정 인종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입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이는 현재 미국 하버드 대학과 아시아계 지원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입학생의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인종(race)을 하나의 입시 요소로 고려하고 있는 대학과, 시험 점수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단지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의 쟁점에 대하여 알아보자.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정부기관 및 정부지원 기관이 인종차별적 정책을 시행한 경우 사법부의 ‘엄격한 심사(strict scrutiny)’를 통과하지 못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 엄격한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첫째, 해당 차별정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중대한 공익(compelling government interest)’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해당 정책이 그 중대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만큼(narrowly tailored)’의 차별정책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며, 셋째, 위에서 제시한 중대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 해당 정책 외에는 ‘기본권 제한이 더 경미한 차선책(less restrictive way)’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 연방대법원은 교육기관들의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의 엄격한 심사원칙을 적용한 여러 판례를 남겼다. 그 중 하나는 Bakke (1978) 사건으로, ‘다양한 인종으로 학생을 구성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인종에 할당량(quota)을 부과하는 것은 다른 차선책(예를 들어, 인종을 하나의 요소로 간주하는 것)에 비해 지나친 기본권 제한행위’라는 판결을 했다. 즉, 세 번째 구성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이후 연방대법원은 미시건 대학교 로스쿨과 학부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해 각각 상반된 판결을 내린다. Grutter (2003) 사건의 경우 미시건 로스쿨 입시에서 인종에 대한 고려가 합헌이라고 인정한 반면 Gratz (2003) 사건에서는 미시건 대학 학부 입시에서 인종에 대한 고려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 이유는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로스쿨의 경우 정원이 적으며 입시에서 지원자 개개인의 특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특정 지원자의 인종이 다른 비 소수계 지원자의 합격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학부 입시의 경우 정원이 많다는 점과 소수인종 지원자에게는 자동으로 가산점을 준다는 점 때문에 비 소수계 지원자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한 시스템이다’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 Meredith (2007) 사건에서는 중등학교에서 특정 인종의 학생 비율을 일정 숫자 이하 혹은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 즉 인종 균형 맞추기(race balancing)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판례들로 비추어보면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공익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을 하면서도 주로 그 방법론에 따라 합헌과 위헌이 갈렸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법적 토대를 바탕으로 하버드 사건을 살펴보자.

    법원에 제출된 하버드 측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입학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을 학업성취, 과외활동, 스포츠, 성격(personal), 추천서, 졸업생 인터뷰(종합/성격평가), 종합 점수(overall)를 포함한 총 14개 항목을 각 1점(최우수)부터 4점으로 매기는데, 필요에 따라 각 항목에 부가 점수를 줄 수도 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입학담당자들이 매긴 아시아 학생들의 ‘성격’부문 점수가 타 인종의 학생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졸업생들이 지원자들을 인터뷰하고 매겼던 성격 부문 점수는 타 인종보다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의혹이 생기자 하버드 측에서는 비공개로 자체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지원자들의 학업성취도만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아시아계 학생이43.4%로 전체 합격생 비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다른 요소들을 추가할수록 아시아계의 합격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종’이란 요소를 고려했을 때 아시아계 합격생의 수가 32% 감소했는데, 이는 다른 어떤 인종보다 큰 감소폭이었다. 실제 입시에선 아시아계 학생들이 입학생의 18.7%만을 차지한다는 점을 봤을 때 사뭇 대조적인 시뮬레이션 결과였다.

    이번 소송을 주도하며 아시아계 학생들을 대리한 ‘SFFA(Students for Fair Admission, 공정한 입시를 위한 학생모임)’라는 단체는 하버드가 인종을 입시전형요소로 고려함으로써 고의적으로(intentionally) 아시아 학생들을 차별했으며, 더 나아가 아시아계 학생들의 합격생 비율을 매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법적으로 금지된 인종 균형 맞추기를 실시해왔다고 주장했다. SFFA는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인종차별에 해당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대학 입시에서 인종이란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 하버드 측은 ‘학생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은 합법이며 하버드가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방식은 엄격한 심사 기준에 합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이 기존의 소수인종 우대 사건들과 다른 점은 아시아 계라는 특정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을 문제 삼은 소송이라는 점이다. 기존 사건의 경우 모든 소수인종을 포괄하는 우대 정책이 문제가 되었다면, 이 사건은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소수 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우대 정책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같은 아시아계 중에서도 사건에 대한 견해가 엇갈린다. 그 중 일부는 “입시에서 인종을 완전히 배제해서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더 많이 선발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쪽은 “인종 다양성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하며 흑인이나 라티노 등의 소수인종들은 여전히 우대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계만 따로 입시 혜택을 위해 이기적인 주장을 할 순 없다”라고 주장한다. 후자 측은 이에 덧붙여, “아시아계 학생들도 성적이 최상위 층이 아닌 경우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가 되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미국 정부(법무부)가 SFFA를 지지하는 내용의 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가 이번 기회에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개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침 연방대법원도 5대4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해 볼만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잠재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양측에서 최후변론을 마친 상태이며 이제는 판사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는 1심 단계이기 때문에 이후 연방대법원까지 가봐야 최후의 승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승소하든 이후의 미국 전역의 소수인종 관련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정균 해외통신원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더보기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