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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처 생각 못한 상가 임차인의 ‘계약 갱신거절권’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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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임차인과 달리 상가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원치 않더라도 사전에 임대인과 갱신거절권 행사 가능 기간 등을 명시하는 특약을 하지 않으면 임대차 계약 종료 전에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이유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달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의 갱신거절권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가 임차료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으나 최근에는 경기 부진으로 상가에 공실이 늘어 임차료를 동결하거나 감액하는 일이 생기면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상가임대차의 경우에도 주택임대차와 비슷한 계약 갱신거절권이 인정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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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차인의 계약갱신거절권, 상가임대차법에는 규정 없어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 임차인은 계약기간 종료 한달 전까지 계약 갱신 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의 규정을 둔 것이다. 

     

    또 같은 법 제6조의2는 묵시적 갱신의 경우에도 계약 해지와 관련해 1항에서 '제6조 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한편, 2항에서 '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해 묵시적 갱신의 경우에도 임차인의 계약 갱신 거절권 규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경기부진 속

    임차인들 ‘계약갱신’ 원하지 않는 사례 많아

     

    반면 상가임대차법은 제10조에서 계약 갱신 관련 규정을 두면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하지 못한다(1항)', '임대인이 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본다(4항)', '4항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5항)'고만 규정해, 임대차 기간만료 전 임차인의 계약 갱신 거절권과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임대차 기간만료 전 임차인의 계약 갱신 거절권 내지 해지권 규정은 당사자 사이에 특약으로 별도로 마련하지 않으면 인정되기 어렵다. 결국 이런 특약이 없으면 임차인은 계약이 갱신된 후에나 해지권을 갖게 되고 그나마 임대인이 그 해지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해야만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치 않더라도 3개월분 차임 등을 임대인에게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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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 제정 당시 국회서 별도 논의된 적 없어 = 전문가들은 상가임대차법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달리 이렇게 규정된 이유를 상가임대와 관련한 전통적인 '갑을(甲乙) 관계'에서 추론하고 있다. 상가 임대인의 계약해지 등 횡포로부터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는 데에만 치중한 나머지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는 사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법이 이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무조건 원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가임대차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이 임차인 보호를 위해 비슷한 갱신거절권을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규정이 없으니 이번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인지는 법 해석상 매우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001년 상가임대차법 제정 당시 국회에 발의됐던 관련 법안과 검토보고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 등을 살펴보면 임차인의 계약갱신거절권에 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법 제정을 앞두고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가한 윤철홍 숭실대 법대 교수가 "경제상황 등 변화 때문에 임차인의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해야 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 거의 유일했다.

     

    계약만료 3개월 전 해지통보 않으면

    계약 자동 갱신으로 피해

     

    ◇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거절권 인정 싸고 의견 분분… "입법적 해결 필요" =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거절권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윤남근(63·사법연수원 16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상가임대차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는 여러 면에서 달리 접근할 필요도 있으므로 조문이 동일할 이유도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묵시적 갱신을 언급했는데 묵시적 갱신이란 당사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부터 당사자가 계약갱신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추인하는 것으로, 지나가는 택시에 손을 드는 것만으로 운송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추인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기에, 이번 사건에서처럼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원치 않는 의사를 명확히 했는데도 묵시적 갱신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상가 임차인에게 주택 임차인과 같은 계약갱신거절권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이 사건처럼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갱신거절권 행사 기간을 별도로 정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았을 경우 묵시적 갱신이 이뤄진다는 특약을 했다면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임차인 ‘계약 갱신거절권’ 인정 싸고

    의견 엇갈려

     

    이에 따라 분쟁의 소지를 막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른 변호사는 "영업의사가 없음에도 3개월간 더 임대차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면 임차인 입장에서 입게 되는 피해가 적지는 않을 것"이라며 "3개월이면 최소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 손해라는 말인데 계약을 체결할 때 특약을 잘하라고 하기엔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 목적인 주택과 영업 목적인 상가는 임대차에서 성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현행법과 같은 입법이 부당하다거나 위헌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입법 공백은 맞기 때문에 임차인 보호를 위해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상가 임대차의 회전율이 빨라지고 입법 당시와 시대 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입법 공백을 메울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해식(60·18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입법누락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임차인이 얼마든지 계약기간 만료 전에 의사표시를 하면 기간만료로 종료되는 것은 논란이 있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한 규정이 없을 때 묵시적 갱신이 되는 것"이라면서도 "해석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확실하게 보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건설대학원 겸임교수인 김종만(41·37기) 법무법인 원 변호사도 "상가임대차법 제10조 4항은 임대인이 계약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임대차가 갱신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임차인의 계약갱신거절권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렇게 해석하지 않게 되면 임차인은 오직 임대인에 의해 계약갱신을 강제 당하게 되며, 당초의 임대차 기간에 관한 약정은 무의미하게 돼 계약 자유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해석될 소지가 전혀 없지는 않으므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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