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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법제처,감사원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법관 탄핵 가능할까

    국회 재적의원 3분의1이상 발의…
    본회의서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

    이승윤 기자 leesy@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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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 사건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법관들의 파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법률 위배'라는 탄핵소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 지형상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만으로는 탄핵소추안 가결이 어려워 법관 탄핵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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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정의당, 법관 탄핵 추진… 명단 공개도 = 정의당은 14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 중 탄핵소추 대상 판사 1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엔 권순일(60·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을 비롯해 이규진(57·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58·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임성근(55·1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김민수(43·32기)·박상언(42·32기)·정다주(43·31기)·시진국(46·32기)·문성호(44·33기)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방창현(46·28기)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이규진 부장판사는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이달 말 임기를 마칠 예정이어서 탄핵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대상 법관 10명 명단 공개…

    다른 야당과의 공조 여부에 달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권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지연 관여 등 혐의가 매우 중대할 뿐만 아니라 이미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에 공범으로 적시된 상황"이라며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었던 권 대법관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자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은 이번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를 가결시키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정당들과 힘을 합쳐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며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에 법관 탄핵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당인 민주당 역시 이달 중 5~6명의 탄핵소추 대상 법관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박주민(46·35기)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재판거래'에 직접 관여했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던 법관들을 중심으로 탄핵소추 대상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이라며 "자신의 재판업무를 언제든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법원에 남아 재판을 한다면 누가 그 판결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 탄핵소추안 통과 가능성은 =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발의되며,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즉시 본회의에 보고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거나 본회의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맡는다.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탄핵이 결정되면 해당 법관은 파면된다. 탄핵으로 민·형사상 책임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책임도 별도로 져야 한다. 특히 변호사법상 탄핵에 의해 파면되면 5년간 변호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법관 탄핵소추안 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만으로 탄핵소추안 발의는 가능하지만, 의결에 필요한 과반수인 150명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은 298명으로 △민주당 128석 △자유한국당 113석 △바른미래당 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 △대한애국당 1석 △민중당 1석 △무소속 7석으로 구성돼 있다.

     

    관건은 법관 탄핵에 미온적인 다른 야당과의 공조 여부다. 박주민 의원도 "정의당의 탄핵 대상 법관 명단 공개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른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당·바른미래당 반대입장…

    “판사 길들이기” 呂법사위원장도 부정적

     

    당초 법관 탄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던 평화당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1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받아 이행한 판사들까지 탄핵하는 것은 유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이후 민주당이 법관 탄핵 문제를 거론하자 '재판 불복', '사법부 독립 침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71·10기) 법사위원장이 법관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도 민주당·정의당에게는 걸림돌이다. 탄핵심판에서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검사'격인 소추위원을 맡는다.

     

    여 위원장은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법관 탄핵을 추진하려면 탄핵 대상 법관들의 헌법·법률 위반 행위라는 법적 요건이 필요한데, 핵심 관련자들의 재판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탄핵 대상 법관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아 탄핵 사유도 불분명하다"며 "법관 탄핵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법관 탄핵 추진에 대해 "김 지사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겁박이자 판결 뒤집기 시도, 사법부 판사들 길들이기"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법관 탄핵소추 추진은 정치권력의 사법권 독립 침해 중 가장 나쁜 사례가 될 것"라며 "민주당의 탄핵소추 발의 자체가 재판 독립을 침해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리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 법관 탄핵소추 사례는 = 우리나라 헌정사상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것은 지금까지 두 차례 있었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1985년 10월 국회가 고(故)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 처음이었다. 유 전 대법원장은 당시 인천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박시환(66·12기) 전 대법관이 1985년 불법시위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진 대학생들에게 무더기로 무죄를 선고하자 그해 9월 인사에서 춘천지법 영월지원 판사로 좌천시켰다. 또 본보에 칼럼 '인사유감'을 기고해 박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인사를 비판한 서태영(68·6기) 판사도 울산지원으로 좌천시켰다. 이 일로 일선 법관들이 반발해 이른바 '제2차 사법파동'이 일어났고, 국회는 유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탄핵안은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우리 헌정사상 법관 탄핵 발의는

    지금까지 2차례… 국회문턱은 못 넘어

     

    두번째는 2009년 11월 당시 민주당 등 야당 의원 105명이 신영철(65·8기) 전 대법관에 대해 발의한 탄핵소추안이다. 신 전 대법관이 대법관에 오르기 전인 2008년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몰아주기' 식으로 특정 재판부에 지정 배당하는 한편 형사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형사재판 운영을 지시하거나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표결 시한인 72시간을 넘기면서 자동 폐기됐다.

     

    일본에서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이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으로 구성하는 재판관소추위원회가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를 하면 중의원·참의원이 각각 7명씩 재판원을 선출해 총 14명으로 탄핵재판소가 구성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948~2017년까지 일본에서는 9명의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가 이뤄졌는데 그 중 7명이 파면됐다. 파면 사유로는 심각한 직무태만이나 향응 등 뇌물, 여성 법원 직원에 대한 스토킹, 아동성매매, 전철 내 성추행 등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 연방하원에서 탄핵소추를 하면 연방상원이 심리 후 탄핵결정을 내리게 된다. 미국에서는 1803년 이래 연방법관 15명이 탄핵소추됐는데, 이 중 8명만 탄핵결정으로 파면됐다. 사무엘 체이스(Samuel Chase) 연방대법관의 경우 배심원을 부당하게 강제 설득한 혐의로 1804년 하원에 의해 탄핵소추됐지만 다음해 상원에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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