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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소사실은 가공의 프레임” “정치보복으로 왜곡” 舌戰

    임종헌 前 법원행정처 차장 첫 공판 지상 중계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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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이 11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임 전 차장 측과 검찰은 이날 첫 공판에서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며 불꽃 공방을 펼쳐 향후 재판과정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임 전 차장은 지난 9개월간 이어졌던 검찰의 파상적인 수사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기정사실화됐던 혐의 내용들은 검찰이 그려낸 가공의 프레임 내지 허상에 불과하다며 전면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는 공판이 열리기만 기다렸던 듯 기존의 수세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검찰 공소 내용을 조목조목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다소 수척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채 서류봉투를 들고 입정했다. 임 전 차장이 법정에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 기소된 후 117일 만이다. 

     

    임 전 차장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첫 공판에서 "검찰의 수사와 공소사실은 가공의 프레임"이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향후 관련 사실을 법정에서 충실히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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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재판부로부터 진술 기회를 얻어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양승태 코트(Court)가 적폐의 온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력 반박했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가 지금 검찰이 단정하듯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당시 사법행정을 담당한 모든 법관을 인적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개월 간의 수사과정에서 침소봉대됐지만 빗발치는 여론의 십자포화 속에서 변명 한마디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야 이 공개법정에서 과연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범죄행위가 되는지를 말씀드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가 국가 기관과 관계를 단절하며 유아독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검찰이 주장하듯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통해 정치 권력과 유착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법부를 위해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유관기관과 상호 간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부득이 법원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는 건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법부가 국가기관과 관계 단절

    유아독존 할 수는 없어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는 주요 재판에 대해 다양한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항상 재판 독립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삼가고 조심했다. 부득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은 적이 있었지만 일선 법관의 양심이나 소신을 꺾고 법원행정처의 의중을 관철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의 시나리오 등을 검토한 문건들에 대해선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공소사실은 대부분 법원행정처 검토 문건이 삼권분립과 재판독립 원칙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내용이어서 이를 작성·지시한 것은 권력남용이라는 일관적 구조인데, 이러한 문건은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사법부와 관련된 중요한 현안에 관해 문건 작성 시점까지 파악된 내용을 정리하고 내부적으로 공유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을 브레인 스토밍 하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관련 이슈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가는 내부 논의를 위한 내부문서일 뿐이고 이는 검찰·청와대를 비롯해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도 능히 할 수 있는 내부 검토로서 개인으로 비유하자면 일기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는 사법행정권 행사의 정당한 범위고 일부는 강제·일탈·남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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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테르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명화 '시몬과 페로(Cimon and Pero)'

     

    임 전 차장은 이 사건을 늙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물고 있는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Simon and Pero)'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처음 접한 사람은 포르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효성을 그린) 성화(聖畵)"라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펼친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일방적인 여론전은 이제 끝났다. 앞으로 재판장께선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의해 형성된 신기루 같은 허상에 매몰되지 말아달라"며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주장을 차분히 듣고 공정히 심리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력 반발했다. 임 전 차장이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당하고 적법한 기소를 흠집내려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과 변호인이야말로 본격 심리가 시작되는 초반부터 정당한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유리한 판결을 얻으려는 부적절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 재직 당시 언론을 활용하려 시도한 전력을 보면 피고인이 이번에도 언론을 활용해 사건을 왜곡시키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신기루 같은 허상인지 아닌지는 명확히 규명될 것이고 언론을 상대로 변론하려는 피고인의 시도는 차단돼야 한다"며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언론 활용하여

    사건을 왜곡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

     

    한편 이날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과 공모한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구체적인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나는 바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공모관계가 성립되려면 전제가 범죄사실에 해당해야 하는데 그것이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정상적인 사법행정활동의 일환으로 그에 따라 상부에 보고한 것 뿐"이라고 답했다. 

     

    임 전 차장 측은 또 이날 기존 입장을 바꿔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상당부분에 대해 '부동의'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검찰이 압수한 USB는 '위법수집증거'라며 부동의했다. 위법한 절차로 수집된 만큼 '독수독과(毒樹毒果·위법수집 증거 배제 법칙)이론'에 따라 그 안에서 나온 문서들을 토대로 다른 법관들에게서 받은 진술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임 전 차장 측으로부터 적법하게 임의제출 받은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USB에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지시하고 보고 받은 문건 수천 건이 포함돼 있어 검찰의 핵심 증거로 평가돼왔다. 


    기록 총 15만 페이지…

    복사 문제로 다음기일 잡는데 진땀도

     

    재판 말미에는 기록 복사 문제로 다음 기일을 잡는데 진땀을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측은 "지난 1월 말로 예정돼 있던 첫 공판기일 전날 변호인 전원이 일괄 사임하면서 5주가량 지연됐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2~7명의 진술(증거)만 부동의했던 입장을 번복해 수십명의 진술을 부동의하고 있는데, 이는 공범 등의 재판 진행사항을 고려해 사건 장기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방어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최초 복사된 기록이 176건인데 변호사를 한 지 10년이 됐지만 여태껏 총 맡았던 사건의 수사기록보다 많다"며 "추가기소된 것까지 (남은 것이) 97건인데 직원들이 내내 복사를 해도 안 끝났다"고 반박했다. 이어 "총 15만 페이지를 기준으로 한 페이지당 검토하는데 1분만 걸린다고 해도 15만분, 즉 2500시간이 되고, 한달에 보통 200시간 일한다고 해도 1년이 족히 걸린다는 이야기"라며 "그런데도 한달 시간을 줬으니 충분하지 않느냐는 검찰의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19일 오전 10시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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