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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 도입 입법예고 파장

    “방어권 보장 역행” “섣부른 우려”… 변호사·법무부 대치 국면

    박미영 기자 m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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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가 '피의자 국선변호인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변호사업계 간에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변호사단체들은 공정한 방어권 보장에 역행하는 내용의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법무부는 섣부른 우려라며 재검토 요구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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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의자국선변호인' 입법예고… 법률구조공단이 운영 = 법무부는 피의자 국선변호인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법률구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피의자 국선변호인제도는 주로 피고인에게 제공되던 국선변호 혜택을 수사단계의 피의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변호인의 선임 대상은 원칙적으로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로 체포된 피의자이다. 피고인 국선변호제도가 단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다만 국선변호인 선임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검사·사법경찰관은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 즉시 이를 법률구조공단에 통지하고, 공단은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선임된 국선변호인의 효력은 △석방 △별도 변호인 선임 △구속영장 청구 △체포적부심 청구 시 즉시 상실된다.

     

    여기서 공단은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선발·위촉하고, 매년 피의자국선변호인 명부를 작성해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단에서 선정된 피의자국선변호인은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접견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 참여 △수사절차에 관한 의견 개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법원·검찰이 형사공공변호 운영권 가지면

    변호권 위축 필연적”


    피의자국선변호인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공단에 피의자국선변호관리위원회가 신설된다. 위원회는 법무부장관·대법원장·대한변호사협회장이 3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선발과 업무평가 등을 독립해 수행한다.

     

    법무부는 "제도 도입 시 피의자가 체포 단계부터 체계적인 국선변호를 받게돼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인권 침해 소지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제도의 성과 등을 분석해 미성년자·노인·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 등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피의자까지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수사와 재판의 생명은 공정성 확보" = 그러나 변호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협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는 4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변협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 중이던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변호사단체들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한변협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는 성명에서 "심판이 선수 선발에 관여하게 되면 그 경기는 이미 출발부터 공정성을 의심받게 된다"며 "수사와 재판의 생명은 공정성 확보이다. 법원, 검찰, 변호인으로 이뤄지는 형사소송의 삼각관계에서 법원·검찰이 형사공공변호의 구성·운영권을 가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변호권이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피의자 국선변호인제도를 포함한 모든 국선변호제도 운영을 공단이 아닌 독립된 기관인 대한변협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변호인 조력받을 권리 실질 보장

    인권침해 소지 최소화”

     

    한법협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피의자국선변호인제도 도입이라는 무모한 시도에 대해 더이상 좌시하지 않고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일선 변호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변호사들 밥그릇이 줄어드는 것은 두번째 문제다. 근본적으로 형사변호의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피의자를 공단이 변호하면 강간사건 등에서 피해자 변호를 공단이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변호사도 "어떤 서비스든 무료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질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민에게 형사사건은 무료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이 과연 이로울지 의문"이라며 "양질의 서비스와 권리보호를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형사 피해자 피의자의 권리를 지켜온 사선 변호사들의 의견을 도외시한 일방적 추진은 현실과 제도 간 불협화음을 낳을 것"이라며 "일본과 같은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이 아닌 어중간한 변화로는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법무부 "우려하는 일 없을 것" = 이 같은 변호사단체의 반발에 법무부는 실제 제도는 우려하는 바와 거리가 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기소와 변호를 모두 맡아 독립성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구체적인 수사에 법무부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일반적인 선임을 하겠다는 것이지 법무부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이사람, 저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립성 문제는 우려하는 바와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어 "공단에 설치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처럼 전국적인 조직망을 이용해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임명, 급여 지급, 사건의 배정 문제 등을 맡는 관리 기구를 공단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조직망을 기반으로 공단에서 각 지역에 있는 변호사들과 계약을 하고 명부를 모집·관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공단자체에서 형사사건을 모두 싹쓸이 해간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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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의자에 국선변호 확대는 세계적 추세 =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공공변호제도의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책임연구원 김대근·한민경)'에 따르면 피의자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다만 피고인의 경우와 비교할 때 피의자에 대한 공공변호는 국가별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난해 기준 수사단계의 피의자에 대해 형사공공변호가 가능한 국가는 호주, 오스트리아 등 OECD 34개국 중 29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 34개국 중 29개국서

    수사단계 피의자에 형사공공변호 실시”

     

    법무부가 도입하려는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수사단계의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형사공공변호 제도는 이른바 로테라스(Law-Terrace)로 불리는 사법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센터는 형사공공변호뿐만 아니라 민사, 행정, 가사사건, 나아가 동일본대지진 피해자 지원까지 민·형사 영역을 모두 수행해, 법률구조기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센터는 법무성의 감독을 받으며 사안별로 활동하는 계약변호사의 명부를 관리하고 국선변호인 등의 후보를 지명하는 절차를 맡는다. 퍼블릭 디펜더(public defender) 제도를 두고 있는 미국은 국가가 주도해 정부기관을 설치하고 피의자의 방어를 위해 변론을 맡을 변호사를 공무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수사단계의 피의자에 대해 형사공공변호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편적 법률복지를 추구하는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는 피의자에 대해서도 공적 변호가 필요하다는 법익요건이 인정된다면 피의자의 빈곤 여부를 따지지 않고 형사공공변호를 제공한다.

     

     

    박미영·서영상·강한 기자   mypark·ysseo·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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