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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날 특집] 바람잘 날 없는 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노조·공단 갈등에서 ‘변호사’ ‘일반직’ 대결구도로
    작년 7월 전주지부장 ‘수시전보’가 불씨… 법정다툼으로

    왕성민 기자 wangsm@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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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조상희)의 내홍(內訌)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변호사 계약직 채용', '직제개편' 등 중요 쟁점을 둘러 싼 내부 갈등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급기야 올 1월에는 소속 변호사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행히 1주일 만에 단체협약이 타결되면서 분규가 가라앉나 싶었지만 서울동부지부장 채용 문제와 박왕규(41·사법연수원 33기) 전주지부장에 대한 전보 조치를 둘러싸고 '부당인사' 논란이 일면서 갈등이 다시 첨예화 됐다. 변호사노조는 공단이 단협을 위반해 변호사의 계약직 채용을 강행했다며, 10일부터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조상희(59·17기) 이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묵언시위를 시작했다. 공단은 변호사들의 집단행동에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공단 일반직 직원들은 "조 이사장의 개혁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변호사'와 '일반직' 간의 대결구도마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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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등 시발점은 '수시전보' = 공단과 소속 변호사들이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조 이사장은 취임 직후인 7월 5일 전주지부를 방문해 지도점검을 하면서 박 지부장에게 변호사와 법무관에게 배당되는 사건내용·통계 등을 상세히 파악했다. 그리곤 같은달 20일, 비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박 지부장을 군산출장소장으로 발령냈다. 공단 지침상 비정기 인사인 '수시전보'는 결원 등으로 기관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어 이례적인 인사였다. 박 지부장이 전보사유를 문의하자 조 이사장은 "전주지부 방문 시 통계·배당 내용을 허위보고했으며, 일반직원에 의한 상담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강변해 대결구도를 조장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박 지부장은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에서 인용결정을 받았고, 공단은 인사조치를 취소했다. 박 지부장은 올 3월 정기인사에서 의정부지부장으로 전보됐다. 그러자 박 지부장은 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내 역시 인용 결정을 받았다.

     

    공단 측은 법원의 두 번째 인용 결정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본부 관계자는 "의정부지부는 전주지부와 규모와 사건 수가 비슷한데다, 지부장의 대형지부 운영 경력 등을 모두 고려해 정상적으로 발령 낸 것"이라며 "근무희망 지역을 조사할 때 박 지부장은 1~5순위까지 모두 전주지부만 기재했는데, 인사를 개인이 원하는 대로만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직들은 격오지로 발령이 나도 이의를 제기할 생각조차 못한다"며 "인사명령에 대해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거나 희망지역에 단 한 곳만 기재한 것 자체가 특권층이라는 발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 지부장의 소송대리인인 최정규(42·32기) 변호사는 "박 지부장이 전주지부장 유임을 기재한 이유는 앞선 전보발령에 대한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라며 "수도권 지역으로의 발령 필요성이 있었다면 취지를 설명하고 다시 근무희망지를 적을 기회를 주는 것이 상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당한 인사권자의 전보발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인데 특권의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19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해 8월 박 지부장이 낸 전보발령 무효확인소송(2018가합16112)에서 "공단이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재량을 일탈·남용했다"며 박 지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최 변호사는 공단에서 근무한 공익법무관 및 변호사들의 의견을 모아 조 이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변호사 임기제’ 추진에 갈등 증폭

     사상 첫 파업결의


    ◇ '고임금 구조 개선' vs '근속 환경 보장해야' = 변호사노조는 정규직 확대를 주장하며 변호사를 계약직이나 임기제로 채용하는 데 부정적이다. 이는 공단 변호사들이 판사나 검사로 채용되던 관행이 2011년 이후 거의 사라진 것과 관련이 있다. 법원·검찰의 채용이 줄면서 공단에서 장기근속하는 고임금 변호사가 늘어나자 공단은 2016년 신규 변호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대신 연봉삭감, 승진제도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여기에 올 1월 공단이 '소속 변호사 개방형 직위의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 개방형 직위 변호사 채용을 5년 임기로 추진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공단은 예산 부족에 따른 부득이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로부터 파견받는 공익법무관 인력이 점차 줄고,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받는 출연금도 대폭 줄어들 예정이어서 정규직 채용을 할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변호사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사상초유의 사태에 공단도 한발 물러나 △임기제 변호사를 포함한 소속 변호사 채용시 일정비율 이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되 구체적인 비율은 노조와 협의하고 △변호사 노조 집행부에 대한 인사발령 시 노조와 협의한다 등의 조건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공단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단은 5일 송영경(43·34기) 서울동부지부장을 5년 임기로 채용하면서 변호사 노조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 지난달 이뤄진 정기인사에서 변호사 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던 최봉창(38·39기) 변호사를 울산지부로 발령냈다. 소속 변호사들은 단협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조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공단 홍보부 관계자는 "1월 말 최 변호사에게 근무희망지를 요청해 받았고, 부산지부를 희망해 최대한 인근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면서 "단체협약상 채용 때 변호사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변호사 직렬은 '다급'인데, 개방형 지위는 이보다 높은 '가급'이므로 협의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변호사들은 법원에 개방형 직위 채용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2019카합5)을 냈지만 김천지원은 기각했다.

     

    법률상담 업무 싸고

    ‘변호사’ ‘일반직’ 입장도 엇갈려

     

    ◇ 지소장에 일반직 임명 등 싸고도 갈등 = 공단의 직제규칙상 지부장·출장소장·지소장의 보직은 변호사직만 맡을 수 있다. 일반직은 근속연수나 기여도 등과 무관하게 이러한 기관장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또 변호사직은 정년을 65세까지 보장하는 반면 일반직은 60세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직 노조는 이 같은 직제 규정이 합리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곽은석 공단 직원노조 위원장은 "변호사들이 모든 일선 기관장 보직을 독점하면서, 능력이나 실적보다는 사법연수원 기수 등 연공서열에 따라 기관장 보직을 받는데 이런 관행을 깨야 한다"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신분제적 틀을 깨고 변호사직과 일반직이 동등하게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공단 소속 A변호사는 "공단 업무의 80~90%가 소송대리를 포함한 법률구조업무"라며 "결국 소송 수행·지휘가 핵심이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지부·지소를 이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지부장보다 급(級)이 낮은 지소장의 경우에도 일반직이 보임되는 데 부정적이다.

     

    신준익(39·36기) 변호사노조 위원장은 "이미 고객지원부장이라는 이름으로 1~3급의 일반직 간부들이 포진해 있는데, 기관장 보임까지 허락해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지부장·출장소장 자리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상담' 업무와 관련해서도 변호사와 일반직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공단에는 일반직 750명, 변호사 98명이 근무하고 있다. 민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법률상담을 일반직이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변호사들은 변호사법 제109조가 비(非)변호사에 의한 법률상담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일반직에 의한 법률상담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계 전문가들도 대부분 비슷한 견해다. 

     

    하지만 일반직들은 법률구조법 시행령에 의해 공단은 '법률구조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법률지식과 능력을 갖춘 상담직원'을 둘 수 있으므로 일반직에 의한 법률상담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승호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법 제109조 위반 여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비(非)변호사의 유료상담을 위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공단법 시행령의 명문 규정이 아니더라도, 상담직원이 신청건에 대해 보수를 받지 않으면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공단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학계의 입장은 일종의 정책적인 방향을 언급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구조 재편

    법원·변호사 참여 시스템 마련” 지적도

     

    ◇ 사태 해결 방안은 =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법무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공단의 자율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희석(53·31기) 법무부 인권국장은 19일 공단 지부장(변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에서 산하기관의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공단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계획"이라며 "지금 변호사들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공단의 생사가 걸린 급박하고 중차대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는 현안에 대해 이사장이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지양하고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실무진 협의를 충분히 거친 후 이사장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를 만들어 법률구조 업무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공단 뿐 아니라 법원이나 변호사회가 참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정한중(58·24기)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올 2월 외법논집에 발표한 '법률구조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공적인 자금으로 운영되는 법률구조사업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구조기관 사이에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의 퍼블릭 디펜더(Public Defender)제도와 같이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법률구조공단과 지방변호사회가 민사와 형사 법률구조를 각각 통합해 양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민사 법률구조나 국선변호인 제도 등 형사 법률구조를 모두 포괄하는 통합관리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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