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법조단체

    근무환경 열악한 소방관… 안전망 역할은 변호사

    현장근무 많은 업무 특성상 자신의 권익은 뒷전
    “화재 진압 과정 문 망가졌다” 배상요구도 당해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법조계가 소방관 구조에 앞장선다. 소방공무원은 다양한 위험에서 국민을 구조하지만, 허술한 복지 안전망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정작 자신들의 권익은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취객을 구조하다 주먹에 맞아 사망한 구급대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방대원들이 구조 중 폭언을 듣거나 화재진압 과정에서 창문 등이 망가졌다며 배상 요구를 받는 일도 빈번하다. 이에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와 로펌 등이 일선 소방관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을 위한 법적 안전장치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53015.jpg

     

    ◇ "폭행 한달 뒤 사망, 위험순직 맞다"… 연금위 재심 결정 이끈 화우 = 법무법인 화우(대표변호사 정진수)와 화우공익재단(이사장 박영립)은 지난달 30일 술에 취한 사람을 구조하던 중 폭언과 폭행을 당한 뒤 숨진 119구급대원의 위험직무순직 결정을 끌어냈다. 국무총리 산하 공무원 재해보상연금위원회가 재심에서 술 취한 사람을 구조하다 폭행을 당해 숨진 소방관에 대해 위험순직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폭행등 피해받은 소방관

    법적지원 움직임 활발

     

    고(故) 강연희 소방경은 지난해 4월 전북 익산역 앞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쓰러져 있던 40대 남성 A씨를 구조해 이송하던 중 A씨로부터 욕설과 함께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강 소방경은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어지럼증과 구토,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다 폭행 29일 만인 지난해 5월 1일 뇌동맥류 파열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이 지난 2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통해 위험직무순직에 따른 보상을 신청했지만, 심의회는 '공무원재해보상법'에서 정한 직접원인성을 부인하며 불승인 결정했다. 당시 소방관들이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화우가 재심 단계에서 참여하면서 이 사건은 전환점을 맞았다. 심의에서는 강 소방경의 사례가 관련법이 정한 '사망에 이른 직접원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공무원재해보상법 제3조와 제5조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작업 등 직무를 수행하다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위험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취객에 맞아 숨진 소방관,

    ‘위험직무순직’ 이끌어

     

    무료 법률조력에 나선 화우는 박상훈(58·16기) 대표변호사, 박찬근(48·33기), 홍유진(37·변시 6회) 변호사와 함보현(43·변시 4회) 화우공익재단 변호사, 원동규 노무사 등이 참여하는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고 약 500페이지의 재심청구서를 제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법률지원단은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을 구하는 구조대원에게 즉사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직접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기준은 부당하다"며 "위험직무 수행 현장에서 바로 사망하거나 몇 시간 내에 사망한 경우뿐 아니라 재해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뒤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대법원 판례와 구급대원의 업무환경 및 부검감정서 등 증거자료를 고려할 때 해당 '재해'가 기존 질환의 급격한 악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고, 당사자의 과실 등 다른 원인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직접원인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지원단 단장을 맡은 박 대표변호사는 "직접원인성 요건은 당사자의 과실이나 제3의 원인이 개입된 사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립(66·13기) 화우공익재단 이사장은 "각종 재해와 구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방공무원의 노고를 정확히 평가하고 보상하려는 재해보상법의 입법취지를 지키기 위한 실무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53015_1.jpg

     

    ◇ "소방관 법적지원 확대돼야" = 변호사단체도 이 같은 소방관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나서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 2017년부터 올 2월까지 전국 변호사 400명으로 구성된 '제1기 소방관 법률지원단'을 운영했다. 전국 각지에서 공무수행 중 각종 손해배상이나 형사사건·행정사건에 휘말린 소방관들을 지원했다. 293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제2기 법률지원단은 5월부터는 2021년 2월까지 운영된다. 

     

    대한변협 소방관 법률지원단은 △외상성 스트레스로 인한 공무상 요양 신청 △구조 중 언어·신체폭력으로 인한 손해배상 신청 △구조 중 폭언·폭력·성희롱을 당한 사건 등 12건에 대해 법률지원을 해왔다. 법률자문을 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다. 소방관이 지방변호사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지방 소방재난본부 등을 통해 법률지원을 신청하면, 변협 소방관 법률지원단 운영위원회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한 뒤 각 지방회 소속 법률지원단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방식이다. 소송비용은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이 지원한다. 

     

    변협, 293명 규모

    ‘제2기 소방관 법률지원단’ 출범


    하지만 이 같은 법률서비스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1기에 비해 단원이 100여명 이상 감소해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에는 변호사 200명이 배치됐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한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울산은 1명이며 충북 지역에는 아예 없다.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행사건 등을 전담하는 '119광역수사대'를 서울소방재난본부 산하에 신설하고, 정재홍(46·변시 3회) 변호사를 대장으로 특채했다. 소방공무원 7명으로 구성된 수사대는 기존에 경찰이 담당했던 구조·구급대원 폭행 및 공무집행 방해사건을 전담하며 월 20여건에 대해 초동대처 및 법률지원을 맡고 있다. 

     

    ◇ "솜방방이 처벌로 피해 방치" = 소방기본법 제50조 등은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청에 따르면(표 참조) 유사사건이 전국에서 수년간에 걸쳐 발생하고 있지만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가해자가 음주를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고 소방관들이 사건화를 꺼려 보고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다. 5년간 벌어진 구급대원 폭행 피해 사건 가운데 91.4%는 '취객의 행패'에서 비롯됐다. 현재 수사·재판 중인 사건(321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벌금(282건·47.8%)이나 기소유예(38건·6.4%) 처분에 그쳤다.

     

    각종 손해배상·행정사건 등

    휘말린 소방관 지원

     

    소방관 법률지원단 1기 간사를 맡았던 주어진(35·변시 5회) 변호사는 "소방관은 화재진압·구조·구급 등 긴박한 소방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각종 법률분쟁에 휘말리는데 공무원 신분의 특성, 비용과 시간 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사자의 피해 뿐만 아니라 소방조직 전체의 사기가 저하되고 효과적 소방활동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국민 안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회 전반의 경각심과 법조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강 소방경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회에는 구조·구급대원 보호를 골자로 한 개정 법률안이 총 17건 발의됐지만, 1년이 지나도록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모두 계류 중이다. 개정안들은 △구조·구급활동 방해자 처벌 강화 △구급대원의 자기방어를 위한 보호 장비 사용 허가 △술에 취한 비응급 환자의 119구급차 이송 거부 규정 명시 △소방공무원의 의료 복지 강화를 위한 '소방복합치유센터' 설립 △소방공무원에게 특화된 단체 보험 마련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더보기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