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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중국법원, 우리나라 판결 첫 승인… 강제집행 착수

    한국인 A씨, 중국거주 한국인 B씨 상대 채무소송

    박미영 기자 m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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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법원이 우리나라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판결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민사판결을 상호 승인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내용의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호주의(호혜원칙)에 의해 나왔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 등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3월 25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한국인 A씨가 중국내 거주하는 한국인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변제청구소송에 관한 수원지방법원 판결을 승인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판결을 했다.

     

    A씨는 B씨가 빌린 돈 8000만원을 갚지 않자 수원지법에 소송을 내 승소했다. 판결 확정 이후 집행에 나섰으나 B씨는 한국에 없었고 재산도 대부분 중국에 있어 A씨는 B씨가 거주하는 칭다오시의 중급인민법원에 수원지법 판결의 승인과 집행력 부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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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급인민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수원지법 확정 판결을 근거로 B씨 재산에 강제집행할 것을 허가했다.

     

    중국 민사소송법 제282조에 따르면, 중국 법원은이 외국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결정의 효력과 집행에 대한 신청이나 청구를 받았을 때 중국이 체결했거나 가입한 국제조약 또는 호혜원칙에 따라 심사를 거친 후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 또는 국가주권·안전·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으면 그 판결문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고, 집행이 필요한 경우 집행영장을 발부해 민사소송법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할 수 있다.

     

    칭다오 중급인민법원은 "중국 민사소송법 제281조의 규정에 따라 외국법원의 확정 판결·결정에 대해 중국 법원의 승인과 집행이 필요할 경우 당사자는 직접 중국내 관할권이 있는 중급인민법원에 효력의 인정과 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며 "B씨는 10년 전 중국으로 와서 칭다오시에 상주하고 있으므로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에 관할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지법 승소판결 받아

    칭다오 법원에 집행 신청


    이어 중급인민법원은 "중국과 한국은 민사판결문을 상호 인정하고 집행하는데 대한 국제조약을 체결 또는 가입하지 않았다"며 "두 나라 사이에 체결한 민사와 상사의 사법협력에 관한 조약은 오직 중재결정의 인정과 집행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한국 법원이 내린 확정판결의 인정과 집행의 신청은 호혜원칙에 따라 심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법원이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법원 판결을 승인한 사례는 매우 드물어 승인을 받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중국은 2016년 12월 9일 싱가포르 판결에 대해, 2017년 6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판결에 대해 승인 및 집행을 허가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중국 법원은 우리 판결을 승인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20년 전 우리 법원이 중국 법원의 판결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서울지법은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중국공상은행을 상대로 낸 신용장 대금 청구소송(99가합26523)에서 중국 법원 판결의 기판력을 인정,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인민법원

    “과거 한국법원도 인민법원의 판결 승인”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당시 판결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과거 한국 법원이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문의 효력을 인정했다"며 "호혜원칙에 따라 한국 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도 효력에 대한 인정과 집행의 조건에 부합되고, 한국 법원이 이 사건의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에 대해 내린 판결 내용도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 또는 국가주권·안전·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기에 판결 효력 인정은 물론 이를 근거로 한 집행도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한 박옥천 중국변호사는 "이번 결정으로 채무자(B씨)는 한·중 양국 사이의 자산 이전을 통한 채무이행 도피를 할 수 없게 됐고, 채권자(A씨)는 한국 민사판결의 집행 범위를 중국 내 채무자의 자산까지 넓힐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제소시부터 중국 법원에서 관련 사건을 처리한 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사건 입건 절차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어렵게 나온 판결인 만큼 이번 한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한·중 양국 민사판결의 상호 승인 계기가 되고, 나아가 양국의 민사판결 관련 사법협정이 체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은 중국이 현재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개방정책의 영향으로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중국 법원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법원은 그동안 외국에서 받은 판결의 중국 내 집행과 관련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로 2011년 중국 광둥성 심천시 중급인민법원은 한국 법원 판결을 승인·집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韓·中 관련조약 없는 상태

    ‘상호주의 원칙’ 인정

     

    대형로펌의 중국 전문 변호사는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 국가적으로 관련 정책을 발맞춰 도와주고 있다"며 "과거에는 외국 법원 판결의 집행에 대해 상호주의를 엄격하게 해석해 상대 국가가 중국 법원의 판결을 인정해야 외국 법원 판결의 집행을 인정한다고 했다가 최근에 와서야 완화해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중국과의 거래 계약에서 분쟁 발생 시 관할 법원을 어디로 할지 관련 지식이 제대로 없는 경우가 많고, 한국 법원에서 승소 판결문을 받아도 정작 중국에서 집행을 하지 못해 휴지조각이 되는 케이스도 많았다"며 "이젠 한국에서 판결을 받아도 중국에서 집행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리라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에서 벌어지는 소송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국제사법에서 요건만 충족이 되면 외국 판결일지라도 집행을 하게 해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공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집행을 거부할 수 있지만, 최근 중국에서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고 하면 외국 판결도 승인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사건이 좋은 예"라며 "중국 법원이 자국 법원이 아닌 외국 법원에서 받은 판결에 대한 집행도 가능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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