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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형식만 ‘3인 합의부’… 주심 혼자 업무 처리 잦아

    구멍 뚫린 특허소송 1심… 못 믿을 특허심판원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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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허청 특허심판관이 상표등록취소심판에서 엉뚱한 기업의 상표를 말소하는 오심(誤審)을 한 데 이어, 이를 감추기 위해 당사자를 찾아가 거짓 제안을 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나자 특허심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도의 기술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행정처분에 해당하지만, 특허법 제186조 등에 따라 다른 행정심판과 달리 불복소송만 가능한 필수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1심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특별행정심판기관인 특허심판원도 준사법기관의 역할과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특허심판관의 앞선 오심에는 피청구인 등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고, 뒤이은 기망행위에는 의도적으로 당사자를 속인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개인의 일탈행위와 깜깜이 심판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특허심판관과 특허청 공무원의 업무태만과 무사안일주의 △허술한 특허심판 합의부 운영 △불투명한 공무원 인사·징계제도 등 구조적 문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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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늬만 합의부"…오심 부추긴 전결제도 = 의약품·화장품 제조·판매 기업 B회사가 전직 특허심판관 A씨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9나2001037)에서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이 국가배상을 인정하자 법조계에서는 심판관 윤리 강화와 특허심판 관련 제도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B사를 대리한 안중민(59·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특허청은 사해심판·사위심결로 취소된 상표권을 직권회복 시킬 수 있고, 재심절차로도 시정할 수 있었는데도 전혀 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결제도 등을 통해 일사천리로 심판과 업무가 처리됐다"며 "소송대리 과정에서 당시 무분별한 전결이 이뤄졌고 담당자들이 정상적인 해결법 대신 편법을 사용한 정황이 확인돼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기록물 수집 등을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확인한 뒤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며 "국민권리인 상표의 생성과 소멸을 판정하는 국가기관에는 준엄한 소명의식이 요구되고 개인의 차이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없었다. 어처구니 없는 사건의 재발과 또 다른 국민 피해를 막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대리했다"고 강조했다.

     

    특허심결은 전치주의 채택

     특허심판원도 준사법기관 역할

     

    특허심판원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권한·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폭넓은 전결규정을 두고 있는데, 대상에는 행정·정책 관련 업무 뿐만 아니라 심판부 소관업무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심판서류 보정명령 및 보충지시 △심리·심결의 분리·병합 결정 △심리 종결 등 22개 사항이다. 심판관 등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도 22가지 사항을 준용해 전결할 수 있고, 특허심판원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해 별도 지시하는 경우에는 전결규정에도 불구하고 (심판관 등이)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한 변리사는 "특허심판원은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를 운영하지만 실제로는 전결제도를 이용해 주심 심판관 혼자 (업무를) 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한 변호사는 "심판청구서에 첨부된 상표등록원부(일종의 등기부)만 확인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는 점에서 발생 이유가 의아하다"고 말했다.

     

    ◇ 사실상 1심인데도 심사관·심판관 구분 희미 =당시 특허청 소속 공무원 신분이었던 A씨는 오심과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변리사로 개업해 지방의 한 특허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특허청 소속 공무원은 준사법기관인 특허심판관이 될 수 있으며 임기는 따로 정하지 않는다. 한 변리사는 "일정한 자격과 경력을 갖춘 특허청 공무원은 특허를 심사하는 심사관과 심사를 심판하는 심판관의 자리를 비교적 자유롭게 오간다"며 "특허심판과 관련해서는 특허청의 권한이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리사는 "전직 특허심판관을 포함한 특허청 공무원은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관련법에 따라 시험을 일부면제 받는다"며 "법원에서는 판사가 변호사로 등록할 때 변호사협회가 심사를 할 수 있는데 반해 변리사회는 심판관이 변리사로 등록할 때 심사·거부 권한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결제도 통해 일사천리 업무 진행

     ‘편법처리’ 확인 어려워


    특허심판원은 2017년 공직 개방성과 전문성·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지명 변리사를 민간인 출신 1호 특허심판관으로 임용했다. 또 특허심판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해 처음으로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선포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특허심판원 윤리강령에 따르면 심판관은 현재 당사자와 대리인 등 진행 중인 사건의 관계인과 정해진 장소 이외에서 만나는 것이 엄격히 제한된다. 비밀유지·성실한 직무수행 등의 의무가 부여되며,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특허청 퇴직자가 대리하는 사건은 그가 근무했던 심판부가 아닌 다른 심판부에 배정된다.

     

    ◇ "독립성·전문성 강화 위한 제도적 통제 강화해야" = 주요 선진국에서도 특허심판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특허청 소속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전문성과 사실상 1심으로서의 공정성을 조화하기 위한 방안도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은 특허심판원을 기능적으로 독립하고 유럽특허협약(European Patent Convention)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운영하고 있고, 회원국의 판사와 변호사를 법률심판관으로 임명하고 있다. 미국의 특허심판관인 행정법률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는 '특허행정판사' 및 '상표행정판사'로 나뉘는데, 양쪽 다 10~15년에 걸친 특허법계 현장경험이 필수다. 미국에서 특허심판관이 되려면 공학·과학 학위와 함께 법학학위가 필요하고 주(州) 변호사 멤버 자격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허행정판사 등은 특허심판원에서 특허변호사의 보좌를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미국 대법원은 지난 2016년 특허심판원(PTAB)에서 무효심판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없고 합법적이라는 판결을 내기도 했다. 

     

    특허심판원의 공정성·전문성 등

    강화 위한 제도 개선 필요

     

    한 변리사는 "특허청은 정부기관 중에서도 산하기관이 많고 예산도 많다"며 "산업발달로 지식재산권이 주목받으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산업통상자원부 등과의 인적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변호사는 "특허청이 특허권 부여 여부를 결정하고, 그 특허청 소속인 특허심판원이 특허권 결정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라며 "특허심판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지 않으면 일부 공무원들의 전횡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리사는 "강력한 권한과 위상에 맞게 심판원을 독립된 구성원으로 구성하는 방안, 내외부의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며 "변호사회의 법관 평가처럼 변리사의 심판관 평가제도도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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