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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터테인먼트업계, 중재제도 활용 급증

    연예인·소속기획사 분쟁… 신속·비공개성으로 선호

    홍수정 기자 sooju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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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걸그룹 멤버인 A씨와 B씨는 2017년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법률분쟁을 겪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택한 해결 방법은 달랐다. 민사소송을 택한 A씨는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소속사가 항소해 법정공방이 이어지면서 아직까지도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중재절차를 택한 B씨는 6개월 만에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전속계약 무효확인 판정을 받고 소속사를 변경하는 등 발빠르게 활동 재개 준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

     

    배우 C씨는 지난 2월 전 소속사와 중재절차를 통해 전속계약 유효 여부를 다퉈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소속사와의 분쟁이 배우에게 치명적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는 중재를 택한 C씨는 1년여에 걸친 법적분쟁 와중에도 비교적 순탄하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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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속성과 비공개성이 강점인 중재제도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각광 받고 있다. 연예인과 모델, 인플루언서(Influencer,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 유명인) 등이 중재신청을 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 중재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원장 이호원)에 접수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중재 사건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관련 사건이 1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부터 두자리 수로 뛰었다. 지난 10년간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엔터테인먼트 사건은 모두 143건인데, 최근 5년 내에만 100건 이상이 접수됐다. 

     

    특히 올 1월부터 7월 말까지 접수된 엔터테인먼트 사건은 36건으로, 지난해 접수된 총 사건 수를 훌쩍 넘겼다. 상사중재원의 전체 국내 중재 사건 수에서도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간 전속계약 분쟁 뿐만 아니라 판권, 공동투자 관련 계약 등 사건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143건 접수

     최근 5년간 100건 넘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중재제도가 선호되는 이유로는 '신속성'이 꼽힌다. 민사소송은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2~3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중재는 6개월 내에 분쟁이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엔터테인먼트 사건은 이보다 짧은 평균 3개월 정도면 결론이 난다. 중재가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판결에 해당하는 최종 판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과정과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성'도 중재 제도의 큰 강점이다. 대외적 이미지가 큰 자산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심리과정과 판결 결과가 공개되는 소송은 연예인의 활동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지우(40·사법연수원 39기) 법무법인 진솔 변호사는 "유명 연예인일수록 분쟁이 길어지고, 언론에 오래 노출될수록 이미지 타격과 유·무형의 재산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중재 제도 이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염용표(47·사법연수원 28기) 율촌 변호사는 "일도양단의 법원 판결과 달리 중재과정에서는 양 당사자의 요구사항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섬세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엔터테인먼트 중재 사건이 증가한 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작·배포한 '표준전속계약서'에 중재조항이 삽입된 것도 한몫 했다. 공정위는 2009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연예산업에서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와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중심) 표준전속계약서'를 제작·공시했다. 표준전속계약서 제17조는 당사자가 '중재법에 의하여 설치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仲裁)'와 '민사소송법 등에 따른 법원에서의 소송(訴訟)' 중 분쟁해결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판권·공동투자 관련 계약 등

    중재 내용도 다변화

     

    상사중재원 관계자는 "법조계와 학계, 실업계 종사자 37명으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 전문 중재인단이 산업의 특성과 업계 관행을 고려해 당사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재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중재인 선정절차 마련 등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중재인이 당사자와의 친분 등에서 불공정한 판단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op'이나 '미드'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국경을 넘나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신속하고 전문적인 국제분쟁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경초월 연예산업

     국제중재 시스템 구축은 숙제

     

    또 다른 변호사는 "한국 문화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가 늘면서 해외업체와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법률 가이드나 구제수단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분쟁이 국제화되면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도 국제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외국 변호사는 "해외업체가 국내 클라이언트에 내미는 계약서에는 외국기구의 중재조항이 기본값으로 삽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거래에서 준거법과 중재기관을 한국으로 설정할 경우 향후 유리한 점이 많은 만큼 문화관광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승기(60·20기)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중재의 신속성은 변호사 선임료가 비싼 외국에서 더욱 강점으로 작용한다"며 "로스쿨 등 교육기관에서 국제중재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 국제중재 활성화를 위한 저변을 마련해야 된다"고 말했다.

     

     

    강한·홍수정 기자   strong·soo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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