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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1심 판결문에 소수의견 기재 ‘논란’

    순천지원 민사2부 재판장 설시… 법원안팎서 놀라

    박미영 기자 m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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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법원 합의부 재판장이 판결문에 소수의견을 기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조직법은 심판의 합의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대법관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의견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심 판사의 소수의견 공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사실심 충실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재판장 이정엽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A씨가 B씨와 I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권확인 청구소송(2018가합12187)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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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I사를 설립한 A씨는 자신의 아들인 B씨 명의의 I사 주식 34만주는 자신이 B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인데 B씨가 명의신탁을 해지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 명의로 등재된 I사 주식 34만주에 대한 주주권이 A씨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I사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에 대해 명의개서절차를 진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관과는 달리 하급심은

    법령상 근거도 없어”

     

    논란은 판결문 후반부에 기재된 소수의견을 놓고 불거졌다. '결론'을 마지막으로 끝나는 통상적인 판결문과 달리, 이 판결문에는 '판사 이정엽의 소수의견'이 붙었기 때문이다. 이 부장판사는 먼저 소수의견을 기재의 가부를 밝히고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설시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판사는 헌법상 독립해 심판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헌법 제103조)"며 "독립해 심판한다는 의미에는 자신의 의견을 재판서에 기재할 권한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의 방법을 정한) 법원조직법 제66조가 합의부 재판시에 최종 결론만 기재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문에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한 법원조직법 제15조와 관련해서는 "그 규정으로 대법관의 의견 표시 권한이 창설된 것이 아니다"라며 "법관의 의견표시 권한은 헌법상 법관에게 부여된 심판권에 포함돼 있으므로 법률에 의견표시 규정이 없다고 해서 법관이 재판서에 의견을 표시할 권한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1·2심에서 소수의견 밝힌다면

    오히려 남소 촉발”

     

    그는 선고 후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올린 '합의부의 충실한 재판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에서 "소수의견의 기재는 충실한 합의를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며 "비록 소수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재판서에 기재할 수 있음으로 인해 기록 파악이나 합의의 과정에 있어 최선을 다할 이유가 더해지고 다수의견의 입장에서도 같은 재판서에 소수의견이 기재됨으로 인해 더욱 탄탄한 논거를 궁리하게 된다"고 소수의견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심 판사가 소수의견 기재한 전례를 찾기 힘든 판결문이 나오자 법원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은 법에 근거가 있기 때문에 소수의견을 밝혀야 하는 것이지만, 하급심의 경우 법령상 근거도 없는데 어떻게 소수의견을 펼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처럼 하급심에서 소수의견을 밝힌다면 법원이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부장판사 10여년 동안 단 한번도 배석판사와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적이 없다"며 "법원조직법 규정과 우리 법원 60년 전통은 끝까지 서로 설득과 토론을 통해 합의를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이 너무나 갑자기 깨져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를 위배한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많다. 법원은 재판과정에서의 합의 내용을 엄격하게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2012년 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인공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법관이 합의 내용을 공개해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충분한 논의 거쳐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 지적도


    이와 관련해 이 부장판사는 "법원조직법 제65조에 기재된 합의란 최종 결론에 이르기 위해 합의부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토론 및 설득과정 등의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공개가 금지된 합의의 의미를 합의에 관여한 법관이 자신의 최종 의견을 재판서에 기재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해 해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야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하급심에서 소수의견 기재가 가능해진다면 이기든 지든 어느쪽도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며 "법원에서 오히려 남소(濫訴)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과거에 항소심에서 소수의견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 논의가 있었다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의 문제로 불발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관들 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국민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다소 섣부르게 건드린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아직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해석상으로 불가능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법원조직법상 입법자의 취지는 대법관만 소수의견을 쓰는 것을 전제로 하는 대다수 법관들의 해석이 자연스러워보인다"고 했다. 이어 "각 나라별로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급심에서 소수의견을 쓰는 것을 안 된다고 볼수 만은 없지만, 논란의 소지가 많은 문제인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출신의 또 다른 교수는 "하급심 소수의견 기재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자체는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우리 법원이 과거의 서열식 문화에서 평등한 문화로 변화하면서 겪어야 할 일종의 과정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대등재판부도 늘고 있기 때문에 대등한 주체들끼리 각자의 결론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심 소수의견 기재의) 방향성은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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