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계기로 50~60대가 로스쿨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이달부터 경북대 로스쿨에서 교수로서 민사소송법 강의를 하고 있는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사진) 변호사는 지난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만 60세가 넘은 사람이 교수로 지원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법관의 정년이 65세인 반면 사립대 교수의 정년은 70세인 경우가 많아서 법관 경력자들이 64~66세에 법대 교수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등을 지낸 뒤 석좌교수 등으로 로스쿨에 둥지를 튼 법조인들을 제외하고 이 교수처럼 공개강의와 면접을 거쳐 '늦깍이'로 로스쿨 정교수에 임용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논문작성 즐겨 교수지원
이 교수는 "1995년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으로 갔을 때 독일과 일본의 법대에서는 최우수 인재가 교수가 된다는 말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해외의 입법과 판례, 학설을 연구하고 논문 쓰는 것을 좋아해 뒤늦게 교수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학교에서는 나이가 많은 실무가를 채용하길 꺼려한다"며 "경북대도 법조경력이 15년 이상이면 임용절차에서 오히려 감점 대상이지만, 저는 판사 경력, 논문 실적, 한국외대·인하대 겸임교수 시절 강의평가 등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70대 중반에도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는 강현중(76·사법시험 6회) 사법정책연구원장을 자신의 롤모델로 꼽았다. "앞으로 65세가 돼 교수직에서 정년퇴직한 후에도 독일에 방문학자로 가서 자료를 수집해 독일, 일본, 한국의 입법·판례·학설을 종합 분석한 논문을 쓰고 싶습니다."
이 교수는 학계로 진출하고 싶은 실무가들은 로스쿨에서 1학기라도 겸임교수로 강의를 해보길 권했다. 그는 "학교 입장에서 이 사람이 강의를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판사, 검사,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면 로스쿨 등에서 1학기 정도 겸임교수로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강의평가 점수가 평균 이상이 된다면 교수 임용 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법학자들이 판례를 넓고 깊게 비판해야 법률문화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생들이 실용적인 판례 공부는 많이 하는 반면, 학설이나 조세법, 노동법 등은 거의 공부하지 않는다"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제일 높은 서울대 로스쿨생들조차도 민법의 대가인 윤진수 교수님에게 변호사시험에 나올 만한 판례만 강의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수가 2만여명을 훌쩍 넘은 상황이라 앞으로는 1년에 법조인이 1700~1800명 배출되어도 변호사 시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의사고시 합격률에 가깝게 높여 로스쿨생들이 학설과 조세법, 노동법 등의 공부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강의·면접 거쳐 임용
9월부터 로스쿨 강단에
법조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이 교수는 "법조인은 당사자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각자 자신의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법부가 신뢰받기 위해서는 법관을 위한 법원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법원이 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법정녹음의 여부를 법관이 재량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소액사건 1심 외에는 증인신문만이 아니라 법정에서의 모든 발언을 녹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 전주 출신인 이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북부지원 판사와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성남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06년 변호사로 개업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 수원지법 조정센터 위원 등을 지냈다. 대법원 민사실무연구회 부회장, 한국민사법학회 부회장, 한국민사소송법학회 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