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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69주년 특집] 로스쿨 도입 10년 명암 ①

    후속 연구세대 ‘단절’… 학문으로서 법학 위상 ‘흔들’

    왕성민 기자 wangsm@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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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로스쿨은 대한민국의 법조인 양성 과정을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시켰다. 

     

    2017년을 끝으로 반세기 동안 유지돼 오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이 과정에서 한때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유일한 법조인 배출 통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원 10주년을 맞이한 로스쿨은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특성화나 다양한 경험·배경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법조인으로 양성한다는 목표에 도달하는 길을 아직 멀고, △학문 후속세대의 실종 △재정난 △변시 학원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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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8일 제8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제1공학관 앞에서 수험생들이 수험표를 들고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 기초학문 고사… 학문후속 세대 실종 = 서울의 한 사립대 로스쿨에서 민법을 가르치는 A교수는 로스쿨 졸업 후 법학전문박사과정(Doctor of Judicial Science, JSD)에 입학한 변호사를 지도하다 크게 놀랐다. 

     

    논문지도를 위해 청약철회권을 주제로 소논문을 제출하게 했는데, 판례 경향에 대해서만 3페이지로 작성했을 뿐, 이론적인 고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각주에는 학원강사 교재가 버젓이 달려있었고, 외국문헌은 검토하지도 않았다. A교수는 제자를 불러 "다양한 교과서를 인용하고, 비교법적 검토도 해보라"고 권했지만, 제자는 "독일어나 일본어 등 법률 외국어를 할 줄 모른다"며 "실무에서는 이론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고사 위기를 넘어 '멸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스쿨 도입 후 법학전문박사 과정이 신설됐지만 등록생들은 대부분 실무자들로, 전업 연구자와는 거리가 멀다. 

     

    전문박사 과정은 학술박사(Ph.D)에 비해 재학 연한이나 이수학점이 완화됐지만, 이마저도 논문 심사를 통과해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감소하고 있다. 또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술활동을 지속하는 사례도 대폭 줄었다. 이 때문에 각 법학 학술지들은 논문투고량이 크게 줄어 발간 때마다 투고 마감 시한을 계속 연장하는 등 '논문 가뭄' 현상을 겪고 있다.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법률분야에서 이론가의 수가 줄어들수록 법적 창의성 부재를 겪게 된다"며 "이는 실정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앙한 이슈와 사례를 포섭할 수 있는 법 이론의 계발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논문 가뭄’ 현상에

    학술지 발간 때마다 마감 연장

     

    ◇ 재정적자에 '계륵' 신세도 = 지난 5월 곽상도(60·사법연수원 15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14개 로스쿨 자료에 따르면 인하대, 건국대, 강원대, 서울시립대, 제주대 등 11개 로스쿨은 2014~2018년까지 5년간 총 530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누적 적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인하대와 건국대로 각각 124억9739만원과 105억3162만원의 적자를 냈다. 이 밖에도 강원대가 53억6971만원, 서울시립대 48억8323만원, 제주대는 45억3954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난은 국립대에 비해 사립대가 더 심각하다. 사립대는 매년 줄어드는 학령인구 때문에 정원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8월부터 실시된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의 영향으로 전임교원 채용 부담까지 떠안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년 큰폭의 적자를 내는 로스쿨은 각 대학들에게 포기할 수도, 반길 수도 없는 '계륵'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로스쿨 도입 당시 정한 높은 수준의 교원 비율을 완화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 원장은 "적지 않은 적자폭 때문에 재단이나 대학본부에서 눈총을 보내고 있다"며 "로스쿨 적자의 대부분은 인건비 때문인데, 정부에서 인가 당시 정한 높은 교원비율을 완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시험 준비

    로스쿨생 학원 의존 현상도 심화

     

    ◇ '변시 학원화' 문제도 = 지난 달 지방의 모 국립대 로스쿨 면접을 본 박모(30)씨는 "어차피 학교 수업으로는 시험에 붙기 어려우니 입학 전에 주요과목은 미리 학원 강의를 듣고 오라"는 면접관의 말을 듣고 변호사시험 학원에서 500만원이 넘는 선행학습 패키지 강의를 신청했다. 박씨는 "1년에 수업료만 1000만원 넘게 내야 하는데, 교수들조차 '학원 강의를 들으라'고 권하니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로스쿨생들의 학원(인터넷) 강의 의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과목마다 '1타 강사'의 동영상을 공유하고, 강사 요약집으로 단권화를 하는 모습은 '신림동 고시촌'의 재현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유사하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매년 로스쿨 입학 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을 기준으로법무부가 '정원제' 형식으로 결정한다. 

     

    제1회 시험 때 87.2%에 달했던 합격률은 제2회 75.2%, 제3회 67.6%, 제4회 61.1% 제5회 55.2%, 제6회 51.5%로 제7회, 49.4%로 매년 떨어지다 올해 초 치러진 제8회 시험에서 50.78%로 가까스로 소폭 반등했다. 

     

    로스쿨 측은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합격률도 80~9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개선해야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1개 로스쿨 재정적자 심화

     “교원비율 완화” 호소

     

    제6대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합격을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전체 변호사 숫자나 합격 비율에 얽매이지 말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한 다음 누가 '좋은 변호사'인지는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험적합성이 떨어지는 학교 강의 때문에 학원을 찾는다는 불만도 일부 있다.

     

    한 지방 로스쿨 학생은 "어떤 교수님은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엽적인 부분을 너무 많이 설명하기도 하고, 학기 중에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하는 등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강의를 진짜 잘 하시는 교수님 수업은 학점을 따기 어려워도 수강생들이 몰린다"며 "수업 중에 잡담을 하거나, 자신만의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이럴 때는 방학동안 인터넷강의를 들으며 부족한 공부를 보충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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