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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법조계 ‘체인지 메이커’ 임성택 지평 대표변호사

    “로펌은 돈이 아닌 신뢰를 버는 전문가 조직이라 믿어”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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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뀝니다."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로펌의 사회적 가치 경영을 선포한 임성택(55·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다 대형로펌을 이끌고 있는 그는 법 전문가 조직인 로펌이야말로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사회에 체계적으로 선(善)한 변화를 일으키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 역시 법정에서는 냉철한 승부사로, 고객에게는 부동산·공공정책·북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장애인·사회복지·사회적기업 분야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익변호사로서 법조계 안팎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온 '체인지 메이커'다. 지평은 내년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지평의 창립멤버이자 경영총괄대표인 임 변호사는 "로펌은 법률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영리조직이지만,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 추구도 중요 과제로 삼아 보다 능동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및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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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구미 출신인 임성택(55·사법연수원 27기·사진) 변호사는 공기업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가난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과 정의감이 남달랐고,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법대에 진학했다. 그는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정치가와 법조인을 유독 많이 배출한 학번이다.


    학생운동하다 대학 4년 때 제적

    시민단체 활동가로

    서른 살 넘어 사법시험 준비

     1년 6개월 만에 합격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을 지낸 임 변호사가 걸었던 길은 조금 달랐다.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당했고, 이후 공장 노동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했다. 그는 "법률가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서른이 넘어서야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1년 반 만에 합격했다. 언론을 통해 접한 조영래 변호사의 활약과 "변호사가 생계를 유지하면서 남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는 아내의 강한 권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갓난아이 둘이 눈에 밟혀 망설이자, 법대 출신인 아버지가 정년퇴직금을 생활비로 내놨다.


    연수원 시절

    시국사건 관련 모금하다 ‘징계’ 위기도

     

    "군사독재 시절은 '정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대였습니다. 인천에 있는 시민단체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세상을 보는 시야가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생계를 위해 신문·우유배달부터 공사장 막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공장에서 파업을 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는데, 대학물을 먹었다고 했더니 아무도 믿지 않더군요. 직장 동료들이 오히려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법연수원에서는 사법연수지 편집장을 맡았습니다. 편집과정에서 교수님들과 논쟁을 벌인 일, 시국사건과 관련해 연수생들의 모금운동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뻔한 일이 기억납니다."

     

    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법원행을 권했다. 민변 선배들은 공익변호사의 길을 걷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형로펌에서 전문성을 쌓는 길을 택했다. 대신 로펌이 세상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민하며 실천해왔다. 법무법인 세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년 만에 그만두고 강금실 변호사 등 전문가 14명과 함께 법무법인 지평을 창립했다. 임 변호사 자신을 포함해 변호사가 13명, 변리사가 1명이었다. 임 변호사는 "로펌은 돈이 아닌 신뢰를 버는 전문가 조직이라고 믿는다"며 "일을 잘 하면서도 존경 받는 로펌을 만들기로 했었다"고 회상했다. 


    법무법인 세종 근무 2년 후

    ‘지평’ 창립 멤버로 참여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특히 경제와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겨우 변호사 3년차였던 점을 돌아보면 지평 창립은 무모한 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수한 변호사를 꾸준히 영입했습니다. 창립 첫 해부터 외국기업이 의뢰한 대형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벤처기업들도 많이 도왔는데, 그 기업들이 지금 중요한 기업으로 성장했죠. 저는 지평이 다른 로펌과는 다른 길을 가기를 바랐습니다. 슬로건부터 '로펌 이상의 로펌', 'ONLY ONE LAW FIR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내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쏘변호사는 '어쏘'가 아닌 '예비구성원'이라고 부르며 존중하는데, 미래의 동업자라는 뜻입니다. 민주적 의견 수렴을 강조해 지원자들과 직원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로스쿨생 중에는 지평만 지원하겠다는 마니아층도 형성돼 있습니다."

     

    임 변호사와 지평 창립멤버들은 △가치를 중시하며 철학이 있는 로펌 △구성원의 행복과 자발성을 중시하는 로펌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로펌 등을 목표로 세웠다. 창립과 동시에 공익위원회를 만들었고 공익활동 의무시간을 뒀다. 수익의 일부는 공익에 썼다. 


    ‘로펌 이상의 로펌’ 추구

     사회적 기여도 중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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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펌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기업의 R&D 센터와 같은 교육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변호사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시행했다. 초창기부터 구성원 전원을 해외연수 보내는 투자를 감행했고, 창립 첫 해 중국변호사를 영입해 중국 진출을 준비할 정도로 해외업무에도 일찍 눈을 떴다. 지평은 현재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지사(8개)를 두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KOREA FIRST CARD'라는 광고문구를 둘러싼 제일은행과 국민카드의 분쟁입니다. 국민카드가 'KOREA FIRST CARD'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자 영문이름이 'KOREA FIRST BANK'이던 제일은행이 광고를 중단하라며 소송을 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상대방이었는데, 제일은행이 수십년간 'KOREA FIRST BANK'라는 표지를 사용한 사실을 광범위하게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 뒤집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한국갤럽을 통해 'FIRST KOREA BANK'하면 떠오르는 은행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국민은행 1위, 한국은행이 2위로 나타났습니다. 이 전략이 주효해 승소했습니다."

     

    로펌업무와 공익활동 병행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

     

    임 변호사는 북한전문가, 특별수사관, 참여연대, 평화재단, 인권위 비상임위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제위원 등 다양한 공익활동도 병행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로펌업무와 공익활동을 병행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변호사로 일하며 많은 경험을 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관련 활동은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발을 깊게 들였습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돕는 '자립생활 청구소송',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시행 10년에도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에는 저상버스 등이 전혀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한 '시외이동권 소송', 시각·청각 장애인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과 화면해설 기기를 요구한 '모두의 영화관 소송', 휠체어, 유모차, 노인 등이 쉽게 공중이용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1층이 있는 삶 소송' 등 일련의 공익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러한 소송을 '임팩트(IPMACT) 소송'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공익기획소송의 선구자 역할을 하게 되었지요."

     

    장애인 ‘자립생활 청구권’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등

     

    그는 2000년에는 로펌업계 최초로 로펌 내 공익위원회 설치를 주도하면서, 로펌의 사회적 기여도를 높였다. 2016년에는 대형로펌이 주축이 된 로펌공익네트워크에서 간사를 맡아 활약했다. 개성공단이 열려 법률가의 역할이 중요해지던 시기, 개성공단의 각종 규정을 만드는 일과 각종 합의서의 초안을 만드는 일, 통일 관련 법제 연구 등에 참여하면서 북한 전문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남북관계의 가교 역할, 통일에 기여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평은 2017년부터 국내 로펌 최초로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로펌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며 점검하는 일종의 '자기 고백서'다. 지평이 이행한 변호사윤리 및 차별금지와 인적 다양성, 법률교육, 환경 등 다양한 항목의 사회적 책임 내역이 담겨있다. 임 대표는 "공익활동을 알리는 것을 넘어, 지배구조는 민주적인지, 구성원의 다양성은 충분한지,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있는지, 환경·부패·인권 등의 가치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펌이야말로 돈 버는 일 못지 않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조직"이라며 "롤모델이 되어 흐름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노인 등 위한

    공익기획소송의 선구자 역할

     

    그는 올 1월부터 지평의 새 경영대표변호사로서 경영업무를 총괄지휘하고 있다. 임 대표는 로펌업계에 대해 "경쟁자인 동시에 파트너"라며 "법률시장을 함께 성장시키는 한편 법률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변호사와 관련해서는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위기가 기회로 바뀐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어려울수록 원칙이 중요한데, 변호사를 하게 된 동기와 변호사의 가치 및 공익성을 소홀히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경영대표가 된 이후 플랫폼 선언, 사회적가치 경영 선언, 일과 삶 균형 전략 등을 발표했습니다. 플랫폼 선언은 로펌이 종합법률백화점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법률전문가의 플랫폼으로도 발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로펌 이상의 로펌을 만들자는 것인데요. 고전적인 법률자문이나 소송대리는 물론 해외진출 컨설팅, 법정책 연구, 공익활동, 법학교육, 리걸테크 사업까지 시대 변화에 따라 법률전문가들이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역할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과 삶 균형 전략은 로펌도 더 이상 과중한 업무환경으로는 성장하지 못하며 일과 삶이 균형을 이뤄야 창의적이고질 높은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평은 실질적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고 과중한 근무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70점 정도를 주고 싶네요. 지난 한 해 동안 의욕만 앞선 나머지 일만 벌렸을 뿐, 지평 구성원들과 깊이 소통하고 충분히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청년변호사는

    변호사의 가치·공익성 소홀히 말아야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변호사 출신인 빌 드레이튼 아쇼카재단 창립자를 꼽았다. 아쇼카재단은 사회적 기업가를 선발·교육·지원하는 사회적 벤처 펀드다. 그는 "선한 가치를 세상에 퍼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로펌을 그만 둔 뒤에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소셜벤처를 창업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습니다. 베트남 여행 중에 들른 한 마을에서 멋진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만났습니다.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물건의 질이 좋았는데, 장애인을 고용하는 소셜벤처였습니다. 그 옆에는 청각장애인이 서빙하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 라오스나 미얀마처럼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의 작은 마을에서 식당을 열고 싶습니다. 원가도 안되는 1달러를 받고 현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성스럽게 마련한 한국식 백반을 팔고 싶습니다. 시간이 남으면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자립을 돕는 일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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