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지배, '법치(法治)'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법조계마저 서로 반목하는 것은 법의 지배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법치주의가 공고해야 더 큰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정기총회에서 명덕상을 수상한 하경철(81·고시 12회·사진) 변호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의 사명은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45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공헌하고, 법률가로서의 사회적 소명을 다해 법조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덕상을 수상했다.
하 변호사는 서울형사·민사지법 판사를 거쳐 중앙선거관리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헌법재판관을 역임했다. 고 노무현(사법연수원 7기)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법정대리인을 맡았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제5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1971년 제1차 사법파동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회 갈등 심화 원인 법치 흔들리기 때문"
법률 자의적 해석 경계
법조인 '양심·용기' 필요
하 변호사는 변호사로서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명동 3·1사건'을 꼽았다. "1976년 3월 1일 김대중, 정일형, 함석헌 등 재야인사 12명이 명동성당 3·1절 기념미사 중에 '민주구국선언'을 낭독하며 박정희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재야인사 등 관련자 18명이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됐죠. 변호사들과 합심해 이들을 변론했는데 이 과정을 외신들이 주목하고 보도했습니다. 이 때 인권변호사(human right lawyer)라는 '애칭'을 얻었죠."
하 변호사는 사회가 양분돼 반목하는 현 시국에 대한 해법으로 법치주의의 확립을 제시했다. "법치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의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법률의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면 독재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불합리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줄어들고 민주주의에 가까워지죠. 변호사는 늘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감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후배 법조인에게 '양심과 이를 지킬 용기'를 강조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말합니다. 비단 법관 뿐일까요. 우리 법조인들은 모두 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집행하는 양심과 이를 지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