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태평양

    코로나19로 인한 법적 이슈와 불가항력 면책 법리의 적용 가능성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 2020.03.05. ] 


    1. 서론

    1.1. 배경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결과 자동차, 조선 등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부품·소재를 공급받아 이를 재가공하여 수출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각종 법적 분쟁이 예고됩니다.더하여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주요 제조업의 공장폐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였고, 동시에 해외 일부 국가들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해외 현지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계약상 의무위반으로 인한 각종 및 다수 분야에서의 법적 분쟁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위와 같은 국제무역분쟁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결혼식·돌잔치 및 여행 취소 위약금 피해구제 신청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편 WHO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그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상향하였고,한국 정부 또한 코로나19에 관하여 최고 위기 경보인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상황하에서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hina Council for The Promotion of International Trade, "CCPIT")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한 내에 국제무역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가항력 사실증명서를 발급하기에 나섰습니다.


    1.2. 예상되는 법적 쟁점

    위와 같은 배경하에 예상되는 법적 분쟁으로는 ① 중국과의 무역 거래 피해에 따른 국제 분쟁, 선박 체선료 분쟁, 항공·해운·여행 등 코로나 민감업종 인수합병에서의 가격조정리스크, 해상보험 관련 분쟁, 코로나19 확산 방지 과정에서의 개인정보보호, 현지 법인 운영 시의 고용자의 법적 의무, 건설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여행계약 취소로 인한 위약금 지급의무,휴업과 휴업수당 지급의무 등을 들 수 있겠고,② 이제는 한국 내에서도 확진자가 6,000에 육박하고 학교의 강제휴교, 개학연기, 공무원 출장 금지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친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기 시작함으로써 문제가 제기되지 못할 분야를 손꼽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광범위하고 다양한 유형의 계약상 채무불이행이 예상됨에 비하여 불가항력(force majeure, act of God)에 의한 면책 조항에 대한 일관된 해석지침은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하에서는 국내법상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 법리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보고, 코로나19에 따른 계약상 의무불이행과 국내법상 불가항력 법리의 적용가능성에 대하여 검토하며, 말미에는 불가항력 법리에 관한 비교법적 논의를 진행하겠습니다.



    2. 불가항력의 의미와 요건

    2.1. 의의

    ‘불가항력’이란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정을 말합니다.통상 계약에서 불가항력은 당사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사유로 규정되며, 강학상 대표적인 사례로 항상 천재지변, 전쟁 등을 꼽게 됩니다.불가항력은 단지 당사자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의미하는 무과실보다 좁은 개념이긴 하지만,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판례의 해석에 따르면 불가항력과 무과실의 판단 기준에 실무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2.2 표준계약

    국내외에서 통용되는 표준계약서에서는 대부분 불가항력으로 인한 면책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예컨대 국제건설계약에서 통용되는 FIDIC(국제컨설팅 엔지니어링 연맹) 계약서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에 관하여 ① 통제할 수 없고, ② 예견할 수 없었으며(unforeseeable),③ 불가피한 사정으로서 ④ 상대방의 귀책사유에 의하지 않은 사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가령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식장 이용 표준약관’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경우 당사자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12조). ‘국외여행 표준약관’ 역시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당사자는 여행 조건을 변경하거나(제12조)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제16조 제2항) 정합니다.


    2.3. 국내법규

    민법 제182조 및 어음법 제54조는 천재 기타 사변 등 불가항력의 경우에 시효 또는 기간의 연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법 제796조는 운송인은 불가항력을 입증하여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정하고, 동법 제810조, 제811조는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운송물이 멸실되거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운송계약의 자동종료 또는 해제·해지 및 운임의 지급 여부와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390조 단서에 따르면 채무자의 과실없이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데, 불가항력이 여기에 대표적으로 해당함에 이론은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불가항력’은 당사자가 예견·회피할 수 없는 사유로서 당사자의 지배영역 외에서 발생하여 당사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본래 계약에 따른 급부의무를 소멸시키거나 의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2.4. 판례

    대법원은 불가항력에 관하여 그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그 사업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이를 예상하거나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는 사유”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5940, 15957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 59482, 59499 판결 등). 위와 같은 결과예견·방지의무의 해태는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으로서 과실을 구성하는데,그와 같이 하지 아니한 것이 불가항력적이었다면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1979. 12. 26. 선고 79다1843 판결),당사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1) 건설도급계약의 당사자인 수급인의 지체상금 지급의무가 문제된 사안에서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목적물의 준공이 지연된 경우에는 수급인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지만, IMF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은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2) 태풍의 진로가 당초 예보된 것과는 달리 지나감에 따라 선박이 정박 중이던 항구가 예상보다 더 강한 태풍권에 들게 되어 선박이 표류하게 된 사건에서 태풍에 대비할 상당한 시간이 있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을 부정하였고(대법원 1991.1.15. 선고 88추27 판결),


    3) 태풍으로 인한 선박 표류 사건에서 당사자가 강풍과 풍랑으로 인하여 선박들의 닻줄 등이 위 선박의 스크루에 잠기어 그 작동이 멈추게 되고 기동력을 상실한 후 양식장으로 표류하여 갈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음을 이유로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1.1.29. 선고 90다12588판결).


    반면 법원이 불가항력을 이유로 면책을 인정한 예로,


    4) 해상을 운행하던 선박이 수중에 있는 물체와 충돌하여 화물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당시 수심이 100m 정도이고 그런 수중물체가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수면 위의 부유물도 발견할 수 없어 미리 사고를 예견하거나 방지할 수 없었던 점에 비추어,위 사고가 상법 제789조 제2항 제1호, 제2호에 규정된 해상 고유의 위험 내지 불가항력 또는 상법 제788조 제2항 소정의 항해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이유로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2004. 7. 8 선고 2004다8494 판결),


    5) 100년 발생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책정된 계획홍수위를 초과하여 600년 또는 1,000년 발생빈도의 강우량에 의한 하천의 범람은 예측가능성 및 회피가능성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해로서 그 영조물의 관리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사례(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1다48057 판결),


    6) 회사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무연탄을 수입하여 납품해 오던 회사가 북한의 갑작스런 무연탄 수출금지조치로 인하여 납품의무를 지체 또는 불이행한 경우 불가항력에 해당하여 회사에게 지체상금 및 계약보증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할 만큼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사례(의정부지방법원 2010. 10. 14. 선고 2010가합4018 판결)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판례에 의할 때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i) 계약당사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ii) 계약당사자에게 예견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 (iii) 계약당사자의 지배영역에서 일어난 일인지의 여부 등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의 특수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입니다. 더구나 일반론을 잠시 떠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염두에 두고 볼 때, 대부분의 경우 계약당사자 중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 또한 판단에 임하게 되는 법관의 큰 고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쉽게 예상이 됩니다.


    참고로, ‘불가항력’은 채무를 불이행한 계약당사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사유이므로 원칙상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음이 우리 판례입니다(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 등).



    3. 코로나19와 불가항력 면책 법리의 구체적 적용가능성

    불가항력이 인정되어 당사자의 책임이 면제되는지는 구체적 사안에서 위 판례의 일반적 요건 만족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예상되는 몇몇 분쟁의 예시를 통해 코로나19의 불가항력 인정 여부에 대해 검토합니다.


    3.1. 중국국제무역 관련, CCPIT의 불가항력 사실확인서 발급과 면책가능성

    CCPIT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납품을 지체한 중국 내 기업들에 대하여 불가항력 사실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위 사실확인서가 법원의 불가항력 인정에 미치는 상대적인 효과는 중국 역내/역외에서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역내라고 하더라도 CCPIT는 법률상 공증기관이 아니며 그가 발급한 사실증명도 일종의 상사증명에 불과할 뿐이므로 CCPIT 사실증명을 발급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상 다른 사실인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당연히 불가항력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와 달리 계약분쟁 발생의 원인(채무불이행의 원인)이 되는 사유가 정부의 명령 또는 행정조치에 기한 것이라면 CCPIT 상사증명을 발급받지 않더라도 불가항력임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채무불이행의 직접적 원인이 중국 정부의 명령 또는 행정조치가 아닌 경우에 CCPIT 사실증명을 제출하면 불가항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CCPIT는 중국의 경제무역 업계 유명인사, 기업, 단체로 구성된 민간 대외경제무역조직으로서 중국에서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조직이므로 법원이 불가항력 판단에 있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법원 및 외국 중재기관 등 중국 역외 사건의 경우에도 불가항력 판단에 있어 CCPIT 사실증명은 사실 인정의 자료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3.2. 국제물품매매와 국제물품매매계약에관한국제연합협약(CISG)

    CISG 제79조 제1항은 불가항력적 상황에 관하여 “당사자는 그 의무의 불이행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장애에 기인하였다는 것과 계약 체결 시에 그 장애를 고려하거나 또는 그 장애나 그로 인한 결과를 회피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당사자의 고의나 과실을 손해배상책임의 기본적 요건으로 삼는 국내법과 달리 CISG는 당사자의 고의·과실을 불문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므로, 이에 기반하여 불가항력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통제가능성이나 결과의 회피가능성보다는 계약체결 당시 손해의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foreseeability)입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계약 체결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3.3. 국제건설분쟁과 표준계약서

    건설계약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FIDIC 국제표준계약서에 따르면, 불가항력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일방 당사자의 통제범위를 벗어났을 것, ② 당사자가 계약체결 전에 적절하게 대비할 수 없었을 것, ③ 사태발생 후 적절히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었을 것, ④ 실질적으로 타방 당사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불가항력에 관한 사유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상대방에게 통지하여야 합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위와 같은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 따라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다면 그만큼 불가항력 주장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당사자는 위 통지의무를 미리 이행함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하여 공사 수행에 장애가 발생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면이나 기록들을 관리하여야 합니다.


    3.4. 해외여행 취소와 항공사·여행사 수수료 문제

    불가항력 면책 조항에 관한 각 업계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항공사의 경우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해석하여 취소수수료 및 위약금을 면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입니다. 다만 이는 중국(홍콩, 타이베이 포함)지역에 한정되고 있으며, 대부분 항공사에서 중국 이외의 지역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취소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구체적 지역에 따라 코로나19에 의한 영향이 달리 평가되므로 불가항력의 인정 여부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하여 각 항공사마다 운송약관에서 ‘불가항력’에 관해 서로 다른 문언을 사용하는 바, 이에 따라 취소수수료의 부담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오늘날 현재 일반론적인 해석 기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이를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행계약의 경우 여행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민법 제674조의3), 이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계약해제 통보일로부터 여행개시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해 결정됩니다(국외여행표준약관 제16조 제1항). 그러나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습니다(동조 제2항). 한편 여행계약 후에는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여행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때에도 당사자에게 과실이 없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74조의4 제1항, 국외여행표준약관 제18조 제1항). 따라서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여행을 금지하였다면 이는 국외여행표준약관상 “정부의 명령”에 해당하므로 당사자는 여행 출발 전 여행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그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하여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로 인정된다면 취소수수료의 부담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3.5. 항공·해운·여행 등 코로나 민감업종 인수합병에서의 가격조정리스크

    코로나19로 인하여 기업간 인수합병에서도 법적 분쟁이 예상됩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3월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결정하기는 하였으나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예정된 일정이 수 차례 연기되어 왔습니다. 더구나 인수 가액은 코로나19의 여파를 감안하여 조정되었으며,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이 줄어든 545억 원에 성사되었습니다.


    3.6. 휴업과 임금 지급 의무

    최근 코로나19로 휴업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코로나19(COVID-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6판)에 따르면 사업주 자체판단으로 휴업 시에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휴업수당 지급이 필요하나, 정부의 격리조치 등 불가항력으로 휴업 시에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는 휴업이 정부의 격리조치로 인한 것이 아닌 이상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자의 휴업을 일률적으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격리조치를 불가항력 판단의 일률적 기준으로 삼는 위 정부지침만을 근거로 불가항력 여부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4. 비교법적 검토

    코로나19가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는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각 국가별로 불가항력에 관한 법리를 검토합니다.


    4.1. 중국의 불가항력 법리

    중국 민법총칙 제180조 제2항 및 계약법 제117조 제2항은 불가항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불가항력이란 ① 예측(預見)불가능, ② 회피(避免)불가능 및 ③ 극복(克服)불가능한 객관적 상황을 말합니다.


    이때 “예측불가능”은 당사자가 계약 체결 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키므로, 만약 계약이 2020년 1월 말 중국 정부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에 체결된 것이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될 수 없을 것입니다. “회피불가능”이란 계약 당사자가 모든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서도 회피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을 가리키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중국 정부의 공장가동 중단 명령 등도 당사자가 회피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극복불가능”은 이미 발생한 회피불가능한 객관적 상황에 대해 어떠한 합리적인 대안을 통해서도 극복이 불가능한 경우를 가리킵니다.


    4.2. 영국의 불가항력 법리

    영국법에서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은 독립된 원칙으로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가 불가항력을 주장하려면 당사자 간 계약 내용에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불가항력의 인정 요건 또한 개별 계약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일반적으로 불가항력 조항이 포섭하는 범위는 당사자의 합리적인 지배범위 외인 경우, 당사자의 과실이 없는 경우, 당사자의 합리적 노력에 의해 방지될 수 없는 경우이므로 어찌 보면 국내법상 불가항력의 경우와 유사합니다. 구체적 사안에서는 계약의 문언, 합리적 예측가능성, 당사자의 통지의무 및 손해의 완화의무의 이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불가항력의 인정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최근 영국 법원은 불가항력 조항이 당사자의 불이행의 유일한 원인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는 등 불가항력 인정에서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코로나19의 경우 계약 문언상 “전염병”이나 “질병” 또는 이와 유사한 언어를 포함하는 경우에는 불가항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4.3. 프랑스의 불가항력 법리

    프랑스 민법(FCC) 제1218조는 불가항력에 관하여 당사자가 계약 당시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없고 적절한 수단을 통하여 방지할 수 없는 등 통제 불가능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라고 정의합니다. 불가항력으로 인정되기 위한 구체적 요건으로는 당사자의 통제 밖에 있는 외부적 사정일 것, 계약 체결 당시 예견 불가능할 것, 저항할 수 없을 것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되고 당사자는 의무를 면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당사자는 불가항력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4. 독일의 불가항력 법리

    독일법에서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은 대체로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된 경우에만 인정되고, 그밖에 불가항력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원용되는 개념은 ‘frustration of contract’입니다. Frustration이 인정되려면 ① 계약체결 이후의 중대한 사정 변경, ② 계약이 그러한 상황을 예정하고 있지 않을 것, ③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일방 당사자의 계약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형평의 관점에서 불합리할 것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당사자는 계약을 수정할 수 있고, 계약의 수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계약의 종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강동욱 변호사 (tony.dw.kang@bkl.co.kr)

    김성수 변호사 (seongsoo.kim@bkl.co.kr)

    김세진 변호사 (sejin.kim@bkl.co.kr)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더보기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