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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날’… 판결로 보는 여성 노동자 인권 현주소

    직장 내 상급자의 성희롱 여전… 61.1%로 가장 많아

    남가언 기자 ganii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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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3월 8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 날은 1908년 3월 8일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고된 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던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의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데서 시작됐다. UN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우리 여성 노동자들도 그동안 정당한 권리 쟁취를 위해 작업장과 거리, 법정에서 싸웠다. 그 결과 여성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의미 있는 판결들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소외되고 차별 받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아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여성의 날을 맞아 판결에 나타난 여성 노동자 권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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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급자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 피해구제 =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해 발표하는 국가승인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지난 3년 동안 '직장에서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또 성희롱 행위자의 직급은 상급자가 61.1%로 가장 많았다. 199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게 되고, 사업주에게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 등도 부과됐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상급자 등에 의한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17년 12월 회사가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운 동료 직원에게 불리한 인사조치를 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리고 사업주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일하던 여성 근로자 A씨는 2012년부터 팀장으로부터 약 1년간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참다못한 A씨는 팀장의 성희롱 사실을 회사에 알렸는데, 오히려 회사는 A씨를 도운 동료를 사소한 근무시간 위반을 빌미로 정직 1주일 징계처분을 내렸다. 회사는 A씨에 대해서도 비전문 업무에 배치하거나 직무를 정지하고 대기 발령했다. A씨는 회사의 이 같은 보복성 조치가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16다202947).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수행비서인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함으로써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을 인정하기도 했다(2019도2562). 재판부는 "안 전 지사와 김씨는 도지사와 비서라는 관계로, 김씨가 지시에 순종해야만 하는 등 취약한 처지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한 변호사는 "실제로 여성 노동자들이 상급자에 의해 성희롱이나 성폭행 등의 피해를 많이 당하는데 1,2심 판단이 달랐던 사건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업주가 직장 성희롱 피해자 보호

     2차 피해 보호의무도 명시

     

    ◇ '성별을 이유로 한 임금·정년 차별' 바로잡아 = 남녀고용평등법은 동일한 사업장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성별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부당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노동자들은 공공연하게 임금이나 정년 등에 있어 차별을 받아 왔다.

     

    그러다 대법원은 2003년 비슷한 직종에서 남녀 간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위법임을 분명히 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남녀 노동자 간에 학력이나 경력, 기술 등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남성의 일당을 여성보다 높게 책정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2002도3883). 재판부는 "B씨 회사에서 남성 근로자가 무거운 원료나 기계를 운반하는 등 여성에 비해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일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 작업이 일반 생산직 근로자에 비해 특별히 고도의 노동 강도나 특별한 기술 등이 요구됐던 것은 아니므로 남녀간 임금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직렬과 남성이 다수인 직렬의 정년을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르게 정했다면 부당한 차별에 해당돼 무효라는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은 국가정보원 계약직공무원 C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공무원지위확인소송(2013두2001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C씨는 기능 10급 국가공무원으로 채용돼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 나이인 만 43세에 퇴직했다. 그는 "여성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직렬은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정하고, 영선·원예 등 남성들만 종사하는 직렬은 만 57세로 근무상한연령을 규정한 것은 양성평등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업주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대우 하도록 정한 것은 형식을 불문하고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성과 남성의 직렬을 분리해 정년을 다르게 정한 것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임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며 "국가기관에 대한 첫 성차별 인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비슷한 직종서 남녀 간 임금차별

    정당화 될 수 없다” 분명히

     

    ◇ 여성집중 '특수고용노동자' 법적보호는 미흡 = 법원 판결이 여성 노동자가 겪는 차별을 바로잡고 노동권·인권 보호 등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아이돌보미, 학습지교사 등 여성집중직군에 해당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는 2018년 처음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아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 받았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 받지는 못했다.

     

    2018년 6월 대법원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9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4두1259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징표하는 표지를 주된 판단요소로 삼아야 한다"면서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그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학습지 교사의 노동3권을 인정했다.

     

    아이돌보미·학습지교사 노동자는

    아직도 법의 보호 ‘사각지대’

     

    하지만 "학습지 교사들은 위탁계약에 따른 최소한의 지시만 받을 뿐 업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돌보미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연장수당, 야간수당, 연차수당 등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광주고법은 아이돌보미 D씨 등 160여명이 E대학교 산합협력단 등 4개 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8나23307)에서 1심을 깨고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며 "종속노동관계가 성립하려면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여기에 구속을 받아야 하는데, D씨 등은 기관에 출퇴근할 의무가 없고 의사에 반해 근로를 제공할 의무도 없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직군에 따라 근로자성이 인정되기도, 부정되기도 하는데, 특수고용근로자의 경우 법원이 직종·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종속노동관계'나 '실질적 지휘감독'의 의미를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퇴직금 지급, 적정 임금 보장 등 처우개선을 위해 새로운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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