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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1인회사의 배임죄

    최준선 명예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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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인회사에 대한 엄격한 배임죄의 적용 

    모일 '회(會)', 모일 '사(社)'로 이루어진 '회사'는 그 자체가 '단체'를 뜻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1인뿐인 1인회사를 단체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럼에도 1인회사를 인정하는 이유는 회사 설립을 장려하여 국가 경제를 활성화 하도록 하려는 국가 정책의 일환이다. 개인으로서도 법인을 설립하면 법인세율이 개인사업체의 경우에 적용되는 소득세율보다는 낮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1인회사를 운영할 실익도 없이 오히려 사업주가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법인의 경우 회사의 수익을 개인에게 이전하려면 배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배당금에 적용되는 고율의 소득세로 인해 절세 효과가 전혀 없을 수 있다. 나아가 한국 법원은 1인회사의 경우 그 1인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남(회사)의 돈을 유용했다하여 배임·횡령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개인이 개인사업을 할 때에는 사업용 자금과 개인자금을 구별 않고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그 개인사업을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게 되면 형사처벌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결국 1인회사는 고율의 배당소득세 외에 사업주가 배임·횡령죄로 처벌될 위험마저 있어서 한국에서는 아무 매력 없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상세한 논증은 '1인회사의 배임죄 연구', 한국경영법률학회 학회지 제30권 제3호(2020. 4)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2. 법인이익 독립이론의 허구성
    법원이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1인회사의 1인주주(1인대표이사)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배경에는 개인과 법인은 서로 법인격이 구분된다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법인 그 자체 이론' 또는 '법인이익 독립이론'이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이른바 '에버랜드 사건', 필자는 이 글에서 이 판결의 당부를 논의하지는 않는다)에서 '법인이익 독립이론'에 반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전환사채의 발행의 경우 주주들에게 전환사채의 인수권을 먼저 부여하는 이른바 주주배정의 방법이라면 회사의 현 주가가 주당 8만5000원으로 평가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이사회가 그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으로 정하여 발행했더라도 이사들에게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회사재산은 주주의 재산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동의하는 한 전환사체 발행가액을 시가보다 낮추어 정함으로써 주주들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사들이 회사의 재산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며 따라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다만 제3자 배정의 경우는 배임이 된다).


    이는 주주들이 동의하면 법인의 이익은 따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인데 법인이익이 그 구성원인 주주로부터 분리되는 독립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법인이익 독립이론'을 따른다면 있을 수 없는 판결이다. 법인 독자적인 이익이 극대화되어야 현재의 주주와 미래의 주주, 채권자, 근로자 및 각종의 이해관계자를 위한 회사 그 자체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이 판결은 결국 한국에서 주주의 이익과 분리된 법인 자체의 이익은 보호되지 않으며 '법인이익 독립의 원칙'이 항상 일관성 있게 통용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법인의 이익과 총 주주(1인주주)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하는 1인회사에 적용하면 1인주주이자 대표이사의 법률행위는 바로 회사의 법률행위와 완전히 일치하므로 별도의 법인의 이익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된다. 바로 1인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배당·증여 등으로 회사 재산을 사용했다고 해서 배임·횡령죄로 처벌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혹자는 에버랜드 사건에서 회사에 납입되어야 할 자금에서 다소 적게 납입되었더라도 일단 납입은 되었으므로 손해는 없지만 회사 자금을 유용은 바로 손해가 되어 서로 다르고 따라서 유용에 대해서는 횡령죄가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땅히 납입되어야 할 자금이 납입되지 않은 것은 '소극적인 손해'라고 볼 여지가 있으며 어떻든 미래의 주주, 채권자, 근로자 및 각종의 이해관계자를 위한 법인 자체의 이익 확보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니 위 혹자의 논리는 말장난에 가깝다.


    3. 민사적 문제에 대한 형사처벌

    1인회사에 채권자가 존재하는 경우 대표이사가 회사 재산을 유용해 그 채무 변제가 어려워진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1인회사와 그 외부인 간에 발생하는 문제로서 민사책임문제이다. 이에 반해 배임죄는 회사 내부의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민사사건의 과도한 형사화(over-criminalization)'가 문제이다. 민사적 구제수단이 불충분하고 더욱이 그 해결까지 지나치게 장기의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반작용이다. 그러나 이는 채무 변제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채무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과 같다. 불편하다고 해서 민사적 문제를 형사처벌로써 해결하려는 것은 사법정의(司法正義)에 어긋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사적 구제절차의 개선으로 그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4. 1인회사의 재산 남용은 민사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1인 주주(대표이사)가 1인회사의 재산을 빼 내는 방법은 회사의 재산을 자신 또는 제3자에게 기부·대출 또는 배당으로 이전하는 방법이 있다. 과도한 재산의 인출 또는 낭비로 채권자가 해를 입으면 채권자는 이를 민법상의 채권자 취소권, 상법상의 위법배당, 법인격 부인론 등과 같은 민사적 수단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특히 법인격 부인론은 기업의 법인격을 무시하고 실질적인 1인 주주에게 민사책임을 묻는 것으로 강력한 채권자 구제수단이 될 것이다.

     

    1인회사의 도입취지를 살리려면 1인회사에 배임·횡령죄 판결은 자제되어야 한다. 외국에서도 1인회사의 1인주주(대표이사)를 탈세나 사기로 처벌하는 경우는 있어도 배임·횡령죄로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 1인회사에 대한 형사처벌 경향 때문에 한국에서는 1인회사의 이용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1인주주인 대표이사를 감옥에 보내면 회사를 폐업시키는 효과까지 있게 되고 채무변제를 어렵게 해 오히려 채권자에게도 해가 된다.


    5. 변재능력이 충분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돼

    설사 1인회사에 배임죄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변제능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그 대표이사를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1인주주가 회사로부터 자금을 빼내는 방법은 기부·대출 및 배당(상여금·퇴직금 포함)이다. 현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쳤다고 해도 과도한 기부나 임원에 대한 과도한 상여금·퇴직금 지급 등은 주주총회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고 회사재산의 부당한 유출이며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한 행위라 하여 이사가 배임죄와 횡령죄로 처벌되고 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도9871 판결). 1인회사가 아닌 경우에도 같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다11888 판결). 그러나 위의 기준을 반대해석한다면 회사와 주주의 이익 및 채권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면 상여금 등의 지급은 주주총회 결의의 한계 내로서 처벌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6. 배임죄와 회사의 손해

    배임죄에 관한 특이한 사건으로 건설회사 임원이 회사 돈으로 구청장에게 뇌물을 건네고 재개발 사업 공사를 수주하여 도산 직전의 회사를 회생시킨 사건(대법원 2014. 10. 27. 2014도2952 판결)이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회삿돈으로 로비했어도 회사에 도움이 됐다면 배임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에게 금전으로써 로비를 한 것은 뇌물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범죄행위의 결과 회사에게 도움이 되고 회사가 도산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그 임원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바 없다면 회사는 그 로비행위로 오히려 이득을 보았지 손해를 본 것은 없으므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본인의 손해는 배임죄의 요건이므로 지당한 판결이다.


    위 사례에서 만약 회사의 임·직원이 어떤 죄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 그 벌금 납부를 위해 회사가 그 임·직원에게 특별상여금을 지급한다 해도 이를 결의한 이사나 대표이사를 배임·횡령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고 본다.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았는데 그 자의 금전적 곤란을 해소해 준다고 해서 무슨 범죄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점은 1인회사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없다. 예컨대 1인회사의 임원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처벌을 받아 벌금형을 받은 경우 그 비자금 조성·사용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바 없다면 그 벌금을 회사가 대납하기로 1인주주 또는 대표이사가 결의한 것도 범죄가 될 수는 없다.


    7. 결어

    결론으로 1인회사의 경우에는 배임·횡령죄 적용은 자제되어야 하고 민사적 구제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배임죄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채무 없는 1인회사의 경우나 채무가 있다 하더라도 변제능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형사범으로 의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누구에게도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최준선 명예교수(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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