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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대한 소고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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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필자는 위원회 목적과 의결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인정을 두 관점의 고찰로 풀어보고자 한다. 첫째, 처벌의사를 전제하는 형사절차와 달리 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 선도 및 징계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피해 학생이나 그 학부모가 작성한 확인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처벌의사이다. 심의 과정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의사가 빈번하게 표현되고 그러한 처벌의사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함에 있어 적지 아니한 영향을 주는 작금의 상황에서 위원회의 목적을 돌아보게 된다. 

     

    둘째, 위원회가 사실인정의 권한을 갖는지, 그 범위와 효력은 어디까지인지 문제된다. 형사절차에서 사실인정을 할 때 문제가 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기판력이 없는 선행절차(민사소송 등)에서 이루어진 사실인정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인데 이는 위원회 의결과 관련해서는 의결에 만족하지 못한 피해학생측이 상대방에 대하여 고소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위 의결에서 이루어진 사실인정이 과연 형사나 민사절차의 사실인정에 있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의 효력을 갖는지 등 여부가 문제된다.



    2. '피해학생의 보호조치'의 중요성

    위원회는 가해학생의 선도 및 교육을 위한 일응의 조치를 가해학생에게 취함으로써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종국에는 가해학생의 처벌이 아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분쟁 조정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심의 과정에서 위원장은 질의응답 시 위원회가 가해학생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를 구두로 고지한다. 그런데 위와 같이 형사절차와 엄연히 구분되는 위원회에서 왜 '처벌'이 거론되는 것일까.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하여 우리 형사사법에서 '당사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입지를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현재 위원회의 의결 절차는 형사절차보다는 징계절차의 그것에 가깝다. 즉 피해학생은 의결절차의 한 당사자로서 위원들에게 제공된 사실관계의 진위여부, 자신에 대한 보호조치와 가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 관련 요망사항 등에 관하여 위원들 앞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바 고소장 제출 후 이루어지는 고소보충 진술조사 외에는 탄원서 등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한 후 종결되는 것이 다반사인 수사 단계나, 증인으로 출석하여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증언하는 것이 원칙인 재판 단계와는 달리 그 진술 기회가 더욱 공고히 보장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간 분쟁 조정'이라는 존재 의의를 현재보다 더 효율적이고도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법') 제16조에 규정된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본다. 법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규정한 제17조보다 앞선 제16조에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규정한 것은 그만큼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보다 피해학생의 보호를 더욱 중시하겠다는 입법의지의 표명이라고 보인다. 특히 법 제16조 제1항 제6호는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규정하여 사실상 피해학생의 보호조치의 내용에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위원회 의결과정의 실례를 들여다보면 법 제16조의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보다는 제17조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관한 논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그 자체로 가해학생 또는 그 부모에 대한 침익적 처분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겠지만 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간 분쟁 조정'목적에 비추어 위원회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보다는 피해학생의 보호조치에 관하여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이에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임의규정으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강행규정으로 각 규정한 법 제16조 및 제17조는 오히려 제16조를 강행규정으로 제17조를 임의규정으로 각 수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역시 위원회의 주된 존재 의의에 해당한다는 시각에서 그 실효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반론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그러한 우려는 학교의 장에게 위원회 의결 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이행하고 이후 심의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여 추인을 얻게 하는 법 제17조 제4항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실태에 비추어 볼 때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또한 법 제17조에 따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가해학생에 대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형사처벌과 마찬가지로 가해학생에 대한 침익적 처분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되는 점, 사실상 가해학생에 대한 형사처벌이 갖는 제재의 효력이 훨씬 강한 점 등에 비추어 위원회 의결이 갖는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법 제16조에 따른 피해학생의 보호조치의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그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달리 위원회만 갖는 고유한 기능임과 동시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간 분쟁 조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는 미성년자임에 비추어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가 전제되지 아니할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그 어떠한 조치도 양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3. 사실인정의 덫

    '학교폭력'에 관한 정의규정인 법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일체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그런데 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정하는 것에 선행하여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해당여부'에 관한 결정은 결국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에 발생한 일련의 사실관계를 '일체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포섭하게 되어 형사나 민사절차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인정'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게 된다.

     

    한편 위 '학교폭력 해당여부'에 관한 결정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참고인, 피해학생 및 그 학부모, 가해학생 및 그 학부모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인바 그 과정에서 위원들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 특히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추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학생들에 대한 '심문'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법률의 입법목적을 잠탈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우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는 미성년자임에 비추어 사실인정을 위한 추궁은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 모두에게 있어 생애 처음 느껴보는 심리적 압박으로 종국에는 서로에게 있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질의응답이 수사 단계에서의 피의자신문이나 공판 단계에서의 피고인심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점에 비추어보아도 더욱 그러하다. 

     

    다음으로 잘못된 사실인정에 기하여 이루어지는 피해학생의 보호조치 및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불복하는 당사자가 행정심판을 청구하게 되어 분쟁이 장기화될 우려가 높으며 나아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에게 법과 제도에 관한 불신을 심어줄 염려도 있다. 물론 위와 같은 우려는 형사절차나 민사절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판결이나 결정에 의한 분쟁의 강제적 종결을 꾀하고 불복절차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형사절차나 민사절차와 달리 위원회 의결은 섣부른 사실인정의 위험성이 가져올 파장에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인정의 기능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어떠한가? 이 경우 위원회 의결을 통한 피해학생의 보호조치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현실적으로 사실관계에 있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 아무런 다툼이 없는 경우에만 이루어지게 될 것인바 위원회의 실효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결국 위원회의 실효성을 담보하면서도 전술한 사실인정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하여 위원회의 의결 중 '학교폭력'해당 여부에 관한 결정의 중요성이 대두되게 된다. 즉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에 사실관계에 관한 상당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그러한 입장 차이가 위원회 의결로 이루어지는 피해학생의 보호조치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부분이라면 ‘학교폭력'해당 여부에 관한 결정은 극도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피해학생의 진술과 가해학생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 해당 사안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조치없음')가 종종 발생한다.



    4. 소결

    교내 분쟁을 위원회를 통하여 종국적으로 조정하여 사법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위원회는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확립된 분쟁해결기구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개선은 피해학생의 보호조치에 방점을 두되 섣부른 사실인정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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