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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통일 후 상속관계에 관한 단견(短見)

    전경근 교수 (아주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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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최근 들어 통일을 위한 노력들이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결과 통일 후에는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에 관한 호기심도 많아졌다. 그 가운데 민사법적인 관점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것은 북한정부가 국유화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며, 그에 버금가는 또 한 가지는 남한에 있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 북한에 생존하고 있는 후손들이 그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북한지역에 있는 토지의 귀속에 관한 문제가 통일 후에 처리되어야 할 것이고 북한이라는 지역에서 발생할 문제라면 상속에 관한 문제는 통일이 이루어진 후뿐만 아니라 남북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에도 발생하고 있고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북한주민들이 상속할 수 있는 재산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면 '상속은 결국 남한주민이 가진 재산을 북한주민이 상속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 국한될 수도 있다.

     

    한편, 통일 후에 상속관계는 이른바 통일조약 또는 통일 후에 제정될 상속법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통일조약에 어떠한 내용을 담을 것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입법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직 아무런 내용도 정해진 바 없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에는 통일 후 동독민법이 폐지되고 서독민법이 동독에도 적용되었기 때문에 민사법적인 측면에서의 혼란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70년 이상 분단된 채 지내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외하고는 거의 교류가 없었던 우리의 상황은 독일에 비하여 심각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통일 후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 예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상속과 관련된 법률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Ⅱ. 상속의 법률관계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되며 남한에 있어서는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순위에 따라 상속인이 결정되고 북한의 경우는 가족법과 상속법에서 정하고 있는 순위에 따라 상속인이 결정된다. 그렇지만 남한에 있는 피상속인이 사망하더라도 북한에 어떤 상속인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며 따라서 상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 상속인이면서도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인정되는 상속회복의 문제나 유류분 반환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이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1. 상속인의 결정
    민법은 상속인으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을 1순위로 하고 직계존속을 2순위로 하며 배우자는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고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에는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하지만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단독으로 상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000조 및 제1003조). 한편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 상속인이 생존하고 있어야 하는데 상속인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을 받을 수 없으므로 피상속인보다 사망한 상속인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상속인을 대신하여 상속하는 대습상속이 인정된다. 이에 비하여 북한 가족법에서는 공민이 사망한 경우 그의 배우자, 자녀, 부모가 같은 순위로 상속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46조).

     

    한편 남한의 민법은 1990년의 개정을 통하여 혈족관계를 인정했던 적모자관계와 계모자관계를 인척관계로 변경하였고 이로 인하여 적모(嫡母)와 서자(庶子) 사이 및 계모자 사이에는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제774조 삭제). 다만 피상속인이 1990년의 개정민법이 시행되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이 인정되므로 피상속인의 사망시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개정민법 시행 전에 계모와 계모의 모가 사망한 경우 계자녀에게 상속권이 있는지가 문제된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42321 판결에서는 계자녀가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360, 377 판결에서는 적모서자관계에서의 상속이 문제되었다). 그렇지만 북한 가족법은 '계부모와 계자녀의 관계는 친부모와 친자녀의 관계와 같다. 계부 또는 계모와 계자녀의 관계가 이루어지면 계자녀와 친아버지 또는 친어머니의 관계는 없어진다'고 규정하고 있어(제29조) 피상속인이 재혼한 경우에는 상속인의 범위가 남한과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상속인의 결정문제는 상속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생사가 불명한 경우에도 발생한다. 상속재산분할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전부가 참여해야 하는데, 상속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생사가 불명한 경우에는 상속재산분할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생사가 불명한 상속인을 제외하고서 재산분할을 할 수 밖에 없는데(서울가정법원 2004. 5. 20.자 98느합1969, 2000느합25 심판),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그 상속인을 재산상속인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82. 12. 28. 선고 81다452, 453 판결).

     

    2. 상속회복청구 및 유류분반환청구
    상속회복청구나 유류분반환청구는 모두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또는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이 있은 후 일정한 기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상속회복청구는 상속인이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또는 상속권에 대한 침해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할 수 없으며(민법 제999조) 유류분반환청구는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또는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할 수 없다(민법 제1117조). 따라서 피상속인이 통일이 되기 전에 사망하였다면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함으로써 유류분반환청구가 불가능하게 되며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을 한 후 10년이 지나면 상속회복청구도 불가능하게 된다.


    Ⅲ. 남북가족특례법의 제정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므3105 판결의 사건이 계속되는 동안 국회에서 남북가족특례법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체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절차법적인 문제도 해결되어야 했는데 그동안 남북주민 사이의 분쟁에 있어서 가정법원이 많은 고민을 하였던 가정법원의 관할권에 관한 문제와 준거법에 관한 문제는 남북가족특례법에 의하여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그리고 북한주민에 대하여 상속인의 지위를 인정함에 있어서 문제되었던 중혼으로 인한 문제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에 관한 문제 및 인지에 관한 문제도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에 관한 문제는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남북가족특례법에서 규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고 그 후 선고된 대법원 2016. 10. 19. 선고 2014다46648 판결에서는 민법의 특별법인 남북가족특례법에서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법인 민법 제999조에 근거하여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로 인하여 북한에 생존하고 있었던 직계비속의 상속권이 침해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 상속회복청구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게 되었다.

     

    현재 정부가 남북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사정으로 인하여 개성공단이나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한 간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쳐나가야 할 법률상의 맹점들도 수정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탈북자의 국내입국이 늘어나고 있고 그 결과 상속으로 인한 법률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밝혀진 남북가족특례법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Ⅳ. 맺음 말

    통일 후의 남북주민 사이의 상속에 관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위해서는 상속인의 인정에 관한 문제와 상속회복청구권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누가 상속인인가를 밝힐 수 있는 자료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가 그 역할을 하겠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북한에 생존하는 혈족에 대한 기록이 등재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주민과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출생기록 등의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상속인에 대한 인지를 위해서는 혈연관계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이에 관한 기록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과 관련된 문제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속회복청구나 유류분반환청구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 그렇지만 분단상황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이들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속회복청구나 유류분반환청구에 관하여는 남북가족특례법을 개정하거나 통일 후에 제정될 협약 등에서 그 기간을 연장하거나 기산점을 통일 후로 미루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경근 교수 (아주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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