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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고령사회에서의 신탁의 역할

    - 신탁의 공익적 기능에 주목하며 -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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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급속한 고령화로 인하여 2019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9%에 이르고 있으며 2067년에는 전체 인구의 4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둔감할 수 없다. 법은 법리에 의해서만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현실·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명제(social propositions)를 반영하면서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빈곤 고령 인구의 증가, 후견제도의 보완, 고령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재산승계가 중요한 법의 화두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이슈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신탁을 주목해야 한다.


    Ⅱ. 고령자의 생활보장을 위한 고령자복지신탁
    1. 미국과 싱가포르의 특별수요신탁

    고령사회에서 평균여명이 증가함에 따라 은퇴 이후에도 장기간 생활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고령자가 은퇴 이후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음에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신탁의 재산관리기능에 착안한 '고령자복지신탁'을 주목해야 한다. 

     

    고령자복지신탁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별수요신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별수요신탁은 미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가족 중에 특별한 필요를 가진 개인, 특히 장애인으로 하여금 안정된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 활용되는 신탁이다. 소액의 신탁원본만이 있는 장애인 가족으로 하여금 신탁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 위탁자(장애인 부모)의 사망·파산 등과 관계없이 수익자인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급부가 이루어지도록 특별수요신탁이 운영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특별수요신탁을 고령자에게도 확대하였다. 고령자가 정신적·육체적 장애로 인하여 재산관리가 어려운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싱가포르 특별수요신탁의 수탁자는 특별수요신탁회사(SNTC)로 싱가포르 사회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싱가포르 특별수요신탁이 일반 신탁에 비하여 주목을 받는 이유는 ① 신탁보수의 90~100%는 사회가족부의 보조를 받으므로 신탁보수가 매우 저렴하다는 점 ② 신탁금전 원본이 정부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점 ③ 5000 싱가포르 달러(약 427만750원)만 있으면 특별수요신탁을 설정할 수 있어서 신탁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2. 고령자복지신탁으로서의 특별수요신탁 도입 제안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특별수요신탁은 고령자의 안정된 삶의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령자가 자신의 재산상태 악화 유무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치료에 필요한 금전을 지급받고 싶은 경우에 특별수요신탁을 활용할 수 있으며 현재의 간병인의 간호에 만족해하면서 향후 치매 등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현재의 간병인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은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고령자의 복지를 위해 긴요한 특별수요신탁을 도입하는 경우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령자를 위한 특별수요신탁에 제공된 신탁재산은 고령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사용되는 공익적 성격의 재산이므로 그에 상응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자산조사에 기반한 사회보장급여상의 수급권자의 자격결정에 있어서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청되며 수익자(고령자)의 채권자가 수익권을 압류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특별수요신탁을 활용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비영리법인이 수탁자가 되도록 하고 적은 금원이라도 신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비영리법인으로 하여금 정부의 지원을 받게 함으로써 신탁 보수를 대폭 낮추어야 한다. 

     

    이처럼 특별수요신탁은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게도 널리 활용될 수 있는 신탁으로 신탁의 공익적 기능을 통해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에 기여한다.

     


    Ⅲ. 후견제도 보완을 위한 신탁
    1. 후견제도의 한계

    성년후견제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피후견인의 재산관리가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년후견인 중 친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84.6%에 이를 정도로 성년후견인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과 관련하여 폭넓은 권한을 가지게 되는바 횡령 등 부정행위를 저지를 소지가 있다. 성년후견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서 신탁을 활용하는 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후견제도지원신탁
    우리보다 앞서 일본은 2000년 4월 1일부터 후견제도를 시행하였는데 친족후견인에 의한 횡령 등 부정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후견제도지원신탁을 마련하였다. 일본의 후견제도지원신탁은 피후견인의 재산 중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금전은 후견인이 관리하고 그 외의 금전을 신탁하도록 하되 가정재판소가 발행한 지시서에 의해 신탁된 금전의 인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탁이다. 피후견인의 금전에 대한 신탁을 통해 친족후견인의 해당 금전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후견제도지원신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2017년 1월 금융권에서 최초로 KEB하나은행이 성년후견지원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부분의 우리나라의 후견신탁계약은 일본과 달리 가정법원의 지시에 의해서 체결된 것이 아니다. 후견개시결정 후 후견인 스스로 후견신탁계약을 취급하는 금융기관과 협의를 하여 후견신탁계약 초안을 작성한 다음, 법원이 이를 허가해주는 구조로 일본과 달리 법원 주도형 후견신탁은 아니다. 이로 인해 후견신탁의 활용이 저조하다.

     

    우리나라의 성년후견인 중 친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인바 후견인에 의한 부정행위로 인하여 성년후견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이 후견신탁의 설정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요청된다. 가정법원이 후견주의적 입장에서 성년후견개시 여부의 심사 단계에서 후견신탁의 필요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가정법원이 후견신탁에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용인력 부족에 기인한다. 가정법원의 업무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후견인을 일시적으로 선임하여 전문적 후견인이 후견신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가정법원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Ⅳ. 고령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재산승계로서의 신탁
    1. 개정 신탁법과 유언대용신탁의 도입

    우리나라도 신탁법을 개정하면서 신탁이 상속의 대체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언대용신탁을 명문화하였다. 고령자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재산승계수단이 필요하므로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된 것이다. 

     

    2. 유언대용신탁의 장점과 가치상속의 실현
    유언대용신탁은 수익자연속신탁과 결합함으로써 매우 유연한 재산승계의 수단이 된다. 예를 들면 신탁을 설정하면서 생전에는 위탁자 자신을, 위탁자가 사망하는 즉시 배우자를, 배우자가 사망하는 즉시 자녀를 각 수익자로 지정함으로써 수익권을 시간적으로 분할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과 비교하여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다. 

     

    첫째, 유언방식에 의한 재산승계는 유언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법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위탁자는 강행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신탁행위로 수익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정할 수 있는바 고령자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는 재산승계수단이 된다. 이러한 유연대용신탁의 유연성은 '가치상속(價値相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재산만을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생각하는 가치(價値)도 같이 물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서 피상속인이 생각하는 가치를 준수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가치상속'을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익 추구를 위해서 공직에 종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피상속인은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서 공동상속인들 중 공직에 진출하는 경우에 추가로 수익을 급부할 것을 신탁행위로 정함으로써 피상속인이 생각하는 가치를 후손에게 심어줄 수 있다.

     

    둘째, 유언방식에 의한 재산승계는 엄격한 요식성으로 인하여 유언의 유무효를 둘러싼 분쟁을 야기하거나 어렵게 작성된 유언이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의 엄격한 요식성을 따를 필요가 없다. 유언대용신탁은 전문가인 수탁자와 약정에 의하여 설정하는 것이므로 유언과 달리 그 효력을 둘러싼 분쟁의 소지가 적다.


    이와 같이 신탁을 활용하는 재산승계의 경우에 고령자의 의사가 지속적으로 관철될 수 있고 피상속인이 생각하는 가치를 상속인들에게 물려주는 가치상속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널리 활용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고령사회의 법이념으로 ① 고령자의 자기결정권 존중 ② 고령자의 권리 보호 ③ 고령자의 생활보장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신탁은 고령자의 의사를 사후에도 관철시키고 고령자의 정신적 능력 결여에 대비한 고령자 권리보호방안이자 고령자의 생계보장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사회의 법이념에 부합한다. 향후 고령사회에서 신탁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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