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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70주년 특집] 법조 명사에게 듣는다 ①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 "한국 법치주의, 문민정부 이후 최대 위기"

    홍수정 기자 sooju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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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법치주의 위기'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간에 벌어지고 있는 사상 초유의 극한 대립 상황을 비롯해 판사와 재판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도를 넘는 비난 등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는 물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국회 등 난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현 정부가 검찰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총체적인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같은 우려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치주의 확립'과 '법률문화 창달'을 사시로 정론을 펼쳐온 본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법조계 명사들을 찾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법치주의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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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헌법학의 대가'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현재 한국의 법치주의가 "문민정부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권분립'의 이념을 되살려 사법기관의 정치화 및 코드 인사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우리나라가 '법치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우리 법치주의가 문민정부 이후 최대의 위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 원리와 쌍벽을 이루며, 선출된 권력이 권력을 악용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에요. 그런데 지금 법치국가원리의 핵심적인 요소인 기본권 보호, 법적 안정성, 신뢰보호, 소급입법금지, 입법형성권의 절차적 정당성 준수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삼권분립의 원칙'이 전혀 기능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상호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메커니즘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입법부는 청와대의 하명기관이 됐고 사법부도 코드 인사로 정치화되고 있습니다. 법치주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삼권분립의 원칙이 제 구실을 해야 합니다. 입법부는 청와대의 하명기관에서 벗어나고, 사법부 구성원은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보다 헌법이 정한 관직사명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직무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청와대도 비서실 중심의 국정운영을 탈피하고 국무회의 중심의 국정운영체제로 바뀌어야 하며, 대통령은 공화국 군주처럼 군림하는 것이 아닌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는 통치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삼권분립의 원칙 전혀 기능 못해

     ‘견제와 균형’ 실종

     

    - 사법기관 구성의 편향성을 지적하셨는데 좀 더 설명해주십시오.
    =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코드 인사로 충원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문민정부 이후 지금처럼 사법부가 편향적인 코드 인사로 채워진 일은 없었습니다.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하고 있고 국민의 사법부 불신은 날로 더 커지고 있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법리를 왜곡하거나 앞뒤가 모순되는 논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친정부 코드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의 '이재명 지사 무죄 판결'과 헌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자유위임원칙보다 법적 근거도 없는 국회의원의 정당기속을 강조한 헌법재판소의 '국회 사보임 사건 합헌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헌법이 대통령의 공무원 인사권을 규정한 것은 자의적인 코드 인사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적재적소 인사'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대통령이 인사철학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사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 공직후보자는 대통령이 임명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입법부, 청와대 하명기관으로, 

    사법부도 정치적 편향

     

    - 최근 판결이나 각종 영장 발부 등과 관련한 정치권 등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법관의 심판내용에 대한 마녀사냥은 분명히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법관의 심판내용에 대한 학문적이고 법리적인 평석이나 비판은 재판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 바람직하고 필요합니다. 그러나 감정적인 비난이나 진영논리에 따른 비판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법부의 자정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사법부 내에 존재하는 이념적인 조직은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각 법률 분야별 연구모임은 필요하지만 특정이념에 경도된 모임은 오히려 법관의 기능상의 독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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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이뤄진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에 관한 입법절차는 헌법정신에 따른 절차적인 정당성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공수처법을 비롯한 수사권 조정 관련 법률은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입법절차를 무시하고 20대 국회 임기 말에 다수결 원리의 본질을 훼손하면서 선거법 개정을 미끼로 이른바 '4+1'이라는 군소정당의 협의체를 만들어 국회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사보임 등 위헌·위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무리하게 만든 것입니다. 저는 그 입법목적이 순수한 사법개혁의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지 않으며, 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공수처는 위헌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더 이상 그 발족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목적도 기관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 경찰의 조직이나 정치적 독립성 그리고 수사행태로 보아 국민의 기본권 강화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또한 더 늦기 전에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 연구모임 필요하지만 

    특정이념에 경도되면 안 돼

     

    -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법무부장관의 구시대적인 공직관과 특정한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봅니다. '감히 내 명을 거역했다'는 발언에서 보듯이 추미애 장관은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신분관계를 19세기적인 명령복종의 특별권력관계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민주적인 공직제도는 명령복종의 특별권력관계가 아니라 공직수행에 필요한 특별한 생활질서에 불과한 특수한 신분관계이며, 법무부장관은 헌법에 근거가 있는 수사기관의 총책임자인 검찰총장에게 명령할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법무행정상 필요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과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권한(검찰청법 제8조)을 가질 뿐입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검찰청법상 수사지휘권(제12조)을 박탈하거나 정지시키는 권한까지 행사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어긋납니다. 따라서 최근 법무부장관의 거듭된 명령들은 위법적인 직권남용이며,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관의 독단적 인사 막게 

    실질적 ‘검찰인사위’ 필요

      

    - 바람직한 검찰개혁의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기관입니다. 이를 위해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한 것도 그런 취지이지만, 지금 그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검찰총장은 임기 중 탄핵심판이 아니면 정치적인 이유로 절대로 해임할 수 없도록 임기조항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 인사권을 법무부장관이 독단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실질적인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검찰인사위원회에는 법무부 및 검찰 구성원과 동수의 법률관련 유관단체의 외부인사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의 검찰인사위원회는 법무부장관의 인사횡포를 막을 수 없는 형식적인 기구라고 생각합니다.

     

    검찰개혁,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방향으로 가야


    - 법조인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
    법조인은 많은 직업 중에서도 법치주의 실현의 최일선에 선 직업인입니다. 따라서 확고한 헌법의지와 법의식을 갖고 맡게 되는 모든 사건에서 오로지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힘써야 합니다. 입법기관인 국회에도 법조인이 많지만 법치주의 확립에 방해가 되는 일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어 우려스러운 마음입니다. 법조인도 생활인이고 직업인이지만 각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당부드립니다.


    <허영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1936년 충남 부여군에서 태어나 대전고와 경희대 법대를 나왔으며, 1971년 독일 뮌헨대학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5년 독일 본 대학교 교수로 임용됐으며, 1978년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 교수를 거쳐 1982년부터는 연세대 법대 교수로 일했다. 1996년 한국공법학회장을 지냈으며, 헌법재판소 자문위원회 위원,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으로도 활약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에 임명됐고, 2013년 퇴임한 후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옮겨 후학 양성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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