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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군사법원

    [창간 70주년 특집] 법조 명사에게 듣는다 ② 강일원 前헌법재판관 “사법부는 정의롭고, 정의롭게 보여야”

    정의롭게 보이지 않을 때 “사법불신” 목소리 커져

    홍수정 기자 sooju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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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법치주의 위기'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간에 벌어지고 있는 사상 초유의 극한 대립 상황을 비롯해 판사와 재판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도를 넘는 비난 등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는 물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국회 등 난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현 정부가 검찰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총체적인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같은 우려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치주의 확립'과 '법률문화 창달'을 사시(社是)로 정론을 펼쳐온 본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법조계 명사들을 찾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법치주의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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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강일원(61·사법연수원 14기·사진) 전 헌법재판관은 "한국의 법치주의, 특히 헌법재판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이런 점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으려면, 사법부는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정의로워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디지털혁명, 기후 변화 등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는 헌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법조계가 '법치주의의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법치주의(rule of law)'의 위기는 다원화된 민주국가에서 공통되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가 행해지는 독재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지요. 법치주의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법과 제도'를 통해 해결됩니다.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기준인 헌법, 그리고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한 나라의 법치주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우리나라의 법치주의 수준은 이미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우리나라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가 세계 23위로 아시아 지역 1위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우리 국민이 이런 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고, (일상 및 생활 전반에서) 헌법을 통한 사회적 갈등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헌법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하게 하여,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하고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도모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기관이 헌법정신에 따라 법을 지키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권한을 행사할 때 비로소 법치주의가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법치주의 위기는 

    다원화 된 민주국가의 공통 현상

     

    -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법부는 태생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만 하는 것이 사법부의 숙명입니다. 이를 위해 사법부는 정의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야 합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유독 커지는 것은 사법부가 정의롭게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여론을 포함한 외부의 압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지, 법정 중심의 구술변론을 통해 당사자를 충분히 설득하고 있는지, 쟁점에 대해 충분히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재판을 하고 있는지, 어느 법원에서나 재판부 배당에 신경 쓸 필요 없는 예측 가능한 결론이 도출되고 있는지, 모든 절차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질문에 답을 하고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재판의 절차적 정의는 물론 일상에서의 모범적 생활 등 사법부 구성원들은 재판정 안팎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법과 제도, 제대로 작동여부가 

    법치주의 수준 결정

     

    - 베니스 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셨는데, 글로벌 기준에서 볼 때 현재 우리나라 헌법재판은 어떻습니까.
    현재 우리나라는 헌법재판 분야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 상대가 없고, 유럽·북미의 선발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구 소련 연방 중 가장 민주화된 나라로 평가받는 키르기스스탄이 2015년 대법원의 헌법재판 기능을 폐지하는 개헌작업을 추진한 일이 있었습니다. 베니스위원회는 이 개헌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할 위원으로 유럽의 위원 세 사람과 함께 저를 선정하였는데, 당시 부키키오 위원장은 한국의 헌법재판은 서유럽과 같은 수준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저는 이런 평가가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며 미국의 예일대 로스쿨에 초청돼 그곳 교수들과 토론하며, 우리나라의 법률문화, 특히 헌법재판의 수준이 미국이나 영국·독일 등 서유럽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을 둘러싼 절차도 잘 정비돼 있고, 헌법 이론을 해석하고 실제 재판에 적용하는 점에 있어서도 앞선 부분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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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헌법 제도에서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헌법은 행복추구권과 같은 포괄적 기본권 개념을 두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해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21세기 디지털 혁명은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0년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또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권 문제, 새로운 질병의 출현에 따른 개인의 권리 제한 문제 등 새로운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기본권 개념을 헌법의 유연한 해석을 통해 창출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혁명은 대의민주주의의 뿌리인 선거제도에도 본질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신상정보와 금융 등 재산정보를 한 손에 장악하고 있는 국가권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졌지만, 이에 대응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보호막은 강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의 위험도 전통적인 국가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위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글로벌 대기업에 의한 노동력 착취,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를 단순히 각국의 국내법으로, 민·형사 문제의 차원에서 처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디지털 사회에 대두될 문제들을 대비할 수 있는 헌법 제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합니다.


    디지털혁명 등 새로운 시대 대비

     헌법적 논의 필요

     

    - 후배 법조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공직에 있을 때 후배들에게 강조하던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전문화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돕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법령과 판례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은 법조인에게 더는 필요 없게 됩니다. 사안의 근본적 문제를 추출해서 본질적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전문적 식견을 갖추어야 새로운 시대에 법조인으로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정보화입니다. 전산정보 처리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셋째는 국제화입니다. GATT 체제에 이어 WTO 체제에서 법률시장은 순차적으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법률시장 개방은 법조인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위기로 맞이하여 생존경쟁으로 내몰릴 것인지 아니면 기회로 만들어 도약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각자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용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5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법정국장·윤리감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12년 9월 여야 합의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헌법재판관 시절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맡았다. 2018년 9월 퇴임했으며,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현재 변호사로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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