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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70주년 특집] 미확정 판결서 공개…어디까지 왔나

    민사·행정·특허사건 미확정 판결서 2023년부터 공개

    손현수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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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부터 판결문 공개범위가 확대돼 민사·행정·특허 사건은 미확정 판결서까지 공개된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미확정 판결서 공개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국회가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사건 당사자 및 관계인 사생활 보호를 위한 비실명화 조치와 이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충 등 예산 확보가 대표적이다. 형사 미확정 판결서 공개 여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본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2023년 시행을 앞둔 미확정 판결서 공개 제도를 사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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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내 법원도서관 판결정보 특별열람실. 4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가사 및 소년 사건을 제외하고, 법원시스템에 등록된 모든 판결서 검색·열람이 가능하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현재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 2023년부터 민사·행정·특허 사건 '미확정' 판결서도 공개 = 국회는 지난달 19일 본회의에서 판결문 공개 범위를 미확정 사건 판결서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판결서 검색 시스템을 정비해 판결서에 기재된 문자열이나 숫자열이 검색어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법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선고되는 민사·행정·특허 사건 판결의 판결서부터 적용된다.

     

    개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의 명칭이 '확정 판결서의 열람·복사'에서 '판결서의 열람·복사'로 수정됐고, 조문에 '확정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판결서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소액사건 판결서와 상고심절차 특례법에 따른 판결서 등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판결서에 기재된 

    문자열이나 숫자열이 검색어 기능 


    이에 앞서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지난 9월 법률 개정 전이라도 민사·행정·특허 사건의 미확정 판결서를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 자문회의는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재판공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법률 개정 전이라도 미확정 판결서의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재 판결서를 열람하는 방법은 △법원도서관 특별열람실 방문 △확정 판결서 인터넷 열람 등이 대표적이다. 

     

    법원도서관 특별열람실을 방문할 경우 가사 및 소년 사건을 제외하고 법원 시스템에 등록된 모든 판결서를 검색·열람할 수 있지만, 판결문을 출력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는 없다. 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4대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용시간이 정해져 있어 열람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확정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는 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의 '법원 대국민서비스-정보-판결서인터넷열람' 코너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민사·행정·특허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도 열람이 가능하다. 당사자 이름이나 사건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임의어를 입력해도 판결문을 검색·열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열람 1건당 1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미확정 판결서는 열람할 수 없다. 다만, 2023년부터는 형사사건을 제외한 민사·행정·특허 사건의 미확정 판결서도 열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사자 비실명화·필요예산 확보가 

    선결 과제

     

    ◇ 비실명화 처리, 예산 확보는 숙제 = 미확정 판결서 공개 제도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법원이 개정법 시행 전에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판결서 비실명화 처리 및 관련 예산 확보가 대표적이다. 

     

    대법원과 한국민사법학회, 한국민사소송법학회가 민법과 민사소송법 시행 60주년을 맞아 지난달 6~7일 개최한 '민법, 민사소송법의 회고와 전망' 공동 학술대회에서 '판결서 공개 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박병민(43·사법연수원 37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판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현재 구축된 시스템으로는 연간 최대 70만건 정도 비실명화 작업 처리가 가능하며, 이 70만건 처리에 필요한 연간 최소 인원은 98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본안사건 1심 접수건수는 94만여건, 항소건은 6만여건, 상고건은 1만여건으로 총 103만건에 이른다. 이 중 처리된 사건은 100만여건이다. 또 행정사건은 연간 3만여건이, 특허사건은 연간 1000건가량이 처리된다. 결국 현재 시스템과 인원으로는 미확정 판결서를 모두 비실명화 처리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박 연구위원도 발표에서 "공개되는 모든 판결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비실명 처리를 할 수는 없으므로, 가독성을 높이는 비실별 처리 개선 작업은 결국 시스템의 규모와 성능의 문제로 귀결되고, 이는 비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 역시 9월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제8차 회의에서 "법관의 책임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라도 판결서 공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을 계속해서 유지해 왔다"면서도 "다만 인력, 기술, 예산 등의 문제로 미확정 판결서를 당장 내일 공개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현재 1년 간 약 50만건 정도의 확정판결에 대한 비실명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미확정 판결서의 비실명화 작업에 대한 부담이 많고, 또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해야하는데, 관련 예산은 내년 예산에도 아직 반영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2022년 예산 반영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미확정 판결서 공개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비실명화 작업을 위한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제도 운영이 힘든 게 현실이다. 판결서에 담긴 사건 당사자나 관계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실명 처리가 필수불가결한 과정임을 고려하면, 이를 위한 예산 확보가 2023년 개정법 시행 전까지 선행돼야 한다.


    형사 미확정 판결서 공개는 

    의견 엇갈려 계속 논의

     

    ◇ 형사 판결까지 확대 결정은 논의 대상 = 미확정 판결서 공개 대상을 형사판결까지 확대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도 남은 과제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9월 "민사·행정·특허 미확정 판결서를 먼저 공개해 시행경과를 지켜본 후 형사 미확정 판결서도 공개할지 여부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형사 미확정 판결서 공개는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고, 독립된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형사사건에서의 전관예우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더 많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변호사업계를 중심으로 공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부장판사는 "미확정 판결서를 공개하는 시대적 흐름은 이해되지만, 형사사건에서의 접근은 차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인데, 미확정 판결서가 공개되면 피고인에게 낙인이 찍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변호사는 "주요 사건의 경우 미확정 판결서가 공개되지 않더라도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되고 있다"며 "미확정 형사 판결서 공개가 법관 독립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피고인을 낙인 찍는다는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형사사건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특히 많이 거론되는데, 판결문을 전부 공개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변호사가 맡은 사건과 관련된 법원 판례들을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어 변론권 보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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