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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영국의 정리계획(SoA)식 조별 결의 제도 도입 제안

    전우정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옥스포드대 법학박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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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은 구조조정에 있어서 100% 모든 채권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법률로써 의결정족수를 75%로 완화했다. 기촉법은 필연적으로 25% 이하의 소수파의 희생을 감수하는 대신에 구조조정절차를 촉진시켜 주는 법률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촉법에서 소수채권자들까지 모두 구제시켜주려는 반대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권 제도가 다수 채권자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채권자를 보호하는 입법례가 두 가지 있다. 첫째, 사전에 법원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입법례가 있고 둘째, 반대채권자에게 채권매수청구권을 부여하여 반대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입법례가 있다. 기촉법은 2001년 최초 제정 당시부터 반대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권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소수 반대채권자는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다수파 채권자들의 결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기촉법 제27조 제1항). 그런데 이것이 반대채권자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해야 되는 찬성 채권자들에게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비판이 있다. 

     

    채권자 100% 합의를 전제로 하는 자율협약(영미에서 'work-out'은 자율협약을 의미한다)에서는 채권자 전원이 동의해야 채무조정이 성립하기 때문에 반대채권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대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권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기촉법은 채권금융기관이 금융채권자협의회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개별 금융기관의 의사와 상관없이 75%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이 부실기업을 판정하여 관리절차를 신청하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 관한 주요한 결정을 채권금융기관이 75% 다수결로 결정한다.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채권금융기관 총 신용공여액 중 4분의 3 이상의 신용공여액을 보유한 다수 채권금융기관의 찬성으로 신규 신용공여 등을 의결하면 의결에 반대하는 채권금융기관도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신규 신용공여 등 의무를 부담한다. 

     

    영국과 호주의 '정리계획(SoA, Scheme of Arrangemen)' 절차에서는 각 권리관계의 공통성에 따라서 조(class)를 분리하여 SoA 계획에 영향을 받는 각 조별로 결의를 진행한다. 담보채권자들 사이에서도 권리관계가 다르면 여러 개의 조로 분류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회생절차에서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주주(지분권자) 3개 조로 분류하는 것보다 더 여러 개의 조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즉 보통주 주주와 우선주 주주는 각각 다른 조로 분류되어야 하고 담보채권자와 무담보채권자는 각각 다른 조로 분류되어야 한다. 각 조 내부에서도 권리관계가 다른 주주 또는 채권자는 분리하여 따로 조를 편성해야 한다. 

     

    조 분류의 원칙은 공통된 이해관계를 위해서 함께 상의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권리의 종류가 다르다면("those persons whose rights are not so dissimilar as to make it impossible for them to consult together with a view to their common interest": Sovereign Life Assurance Company v Dodd [1892] 2 QB 573 판례의 기준) 다른 조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분류의 적합성에 대하여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채권자들 전체의 75% 다수결에 의하여 구조조정계획을 결의하면 특정한 권리관계를 가진 소수 그룹에게 불리한 계획이 가결될 수도 있다. 권리관계가 다른 채권자들 간에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모든 종류의 채권자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다수결을 하게 되면 특정 권리관계를 가진 채권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경우에 그 권리관계를 가진 채권자들의 입장에 따라서 구조조정계획이 결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수와 다른 권리관계를 가지는 채권자들은 항상 다수파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다수결의 횡포를 차단하기 위하여 영국과 호주의 SoA 절차에서 각각의 특수한 관리관계를 가진 그룹을 따로 분리하여 따로 의결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권리의 성질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조(class) 분류를 분리하여 영향을 받는 구조조정계획의 내용을 협의할 수 있다. 그리고 구조조정계획에 영향을 받는 모든 채권자의 조, 모든 주주의 조에서 가결되어야 그 구조조정계획이 결의된다. 

     

    채권자·주주들의 조를 더 많이 나누어서 모든 조에서 각각 75%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는 경우에 전체 채권자들을 묶어서 한번에 75%의 찬성을 얻는 것보다 가결될 가능성이 훨씬 어려워진다. 전체 채권자들을 묶어서 의결을 하면 25% 이하의 소수파가 될 채권자들도 그들끼리 따로 조를 분류하면 그 소수파 채권자들의 조에서도 가결되어야 그 계획안이 결의될 수 있기 때문에 소수파에게 실질적으로 거부권(veto)이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소수파 채권자들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다. 각 소수 그룹의 권리관계에 따라서 조별 분류가 세분화된다면 소수 반대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조 분류를 하는 경우 다수의 다수결 논리에 밀려서 특정 권리관계를 가지고 있는 소수 그룹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권리관계를 가지고 있는 채권자들의 동일한 조 안에서의 견해 차이로 해당 구조조정계획에 반대하는 반대채권자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 동일한 권리관계를 가지고 있는 채권자들의 조 내부에서 25% 이하의 소수 반대채권자가 될 경우에는 75% 이상의 다수 찬성채권자의 결의에 구속된다. 동일한 권리관계를 가지고 있는 채권자들 사이에 있어서는 75% 이상 다수의 판단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다. 

     

    EU의 '예방적 구조조정제도, 면책, 자격상실 및 구조조정, 도산, 면책 절차의 효율성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에 관한 지침(Directive 2019/1023 on preventive restructuring frameworks, on discharge of debt and disqualifications, and on measures to increase the efficiency of procedures concerning restructuring, insolvency and discharge of debt)'도 각 조(class) 별 결의를 권고하고 있다. 위 EU지침 제9조 제4항에 따르면 구조조정계획(restructuring plan)의 의결에 있어서 채권자·주주들을 검증 가능한 기준에 근거한 충분한 이해관계의 공통성(sufficient commonality of interest based on verifiable criteria)을 반영하여 조를 분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 구성에 대하여 사법기관 또는 행정기관의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동 EU지침 제9조 제5항). 구조조정계획은 각 조(class)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채권액이나 지분액의 의결정족수로 의결해야 한다. 채권액 기준 의결정족수 이외에 이해관계자 숫자(頭數)의 의결정족수를 추가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러한 의결정족수가 총 채권액 또는 이해관계자 숫자(頭數)의 75%를 초과하면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동 EU지침 제9조 제6항). 

     

    SoA식 조별 결의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각 조 사이에 영향력의 차이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조가 거부권(veto)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각 조별 결의의 등가성을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조 분류를 지나치게 세밀하게 하면 지나치게 소수(소액) 채권자에게 거부권(veto)을 부여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우리나라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에서는 채권자들을 회생담보권자의 조와 회생채권자의 조로 나누어 채권자들을 2개 조로 분리하여 조별 결의를 하고 있다. 영국의 SoA 절차에서는 최소한 담보채권자와 무담보 채권자는 기본적으로 분류하고 더욱 세분화하여 조를 더 많이 나누어야 되는 경우가 있다. 다만 SoA 계획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의 의결은 거치지 않아도 된다. 영국에서는 2001년의 Re Hawk Insurance Co. Ltd 22 [2001] EWCA Civ 241 판결 이후 조 분류 기준에 대하여 다소 완화된 판례가 나오고 있다. 현행 기촉법에서는 조 분류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소수파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조별 결의 제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우정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옥스포드대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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