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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배상명령 인용률 제고방안에 대한 검토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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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형사재판에서의 배상명령 제도는 범죄피해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 확정된 배상명령 또는 가집행선고가 있는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의 정본에는 집행력까지 부여된다. 이에 배상명령 제도를 확대하고자 지난 7월 배상명령 대상을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취지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하였으나 배상명령 인용률은 오히려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므로 그 인용률 제고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다만 배상명령 불허 사유를 규정한 법 제25조 제3항 각호 자체를 개정하여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하거나, 배상명령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는 등 경우에도 배상명령을 인용하게 된다면 범죄의 구성요건에 따른 실체적 판단에 매진해야 하는 형사재판에서 피해액에 대한 심리가 주를 이루게 되어 형사재판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 이하에서는 배상명령의 인용범위를 인위적으로 넓히지 않으면서도 그 인용률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


    2. 배상명령 신청서 기재내용의 세분화

    법 제26조 제3항은 배상명령 신청서의 실체적 기재사항으로 배상의 대상과 그 내용(제5호) 및 배상 청구금액(제6호)을 규정한다. 그런데 통상 신청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임의로 산정한 피해금의 최대값을 배상 청구금액으로 기재하므로 일부변제·보험금 지급 등 일부 배상이 이루어진 사정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일부 배상된 금액이 신청서 기재 자체로 현출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피해금액 불특정이나 배상책임 범위 불확정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에 배상명령 신청서 기재내용 중 배상 청구금액 부분을 전체 피해금액, 공제액, 실제 청구금액 순으로 세분화하여 기재하는 방법으로 피해금액이나 배상책임 범위의 특정 정도를 높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체 피해금액은 인적피해와 물적피해로, 공제액은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변제한 금액과 제3자(보험사 등)를 통해 간접적으로 변제한 금액으로 각 구분하게 되면 신청인이 배상명령을 구하는 최종적인 액수가 특정되고 그와 같이 특정된 금액이 실제 배상책임의 범위와 일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배상명령 신청서 기재사항을 살펴보면 비록 통일된 양식은 없지만 대부분 다음과 같이 그 기재사항이 세분화되어 있다. 우선 범죄피해를 치료비용(medical expenses), 피해품 시가 혹은 수리비(property stolen or damaged), 기타비용(other expenses)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변제액(expenses or losses recovered)을 물적피해 변제액(total value property recovered)과 보험으로 인한 피해 변제액(total value insurance recovered)으로 나눠 피해자에게 이미 변제된 피해금액의 합계(total recovery to victim)가 계산된다. 이로써 전체 피해금액(total amount lost)에서 전체 변제액(total amount recovered)을 공제한 전체 배상액(total restitution due)이 산출되는바 그 신청서 기재 자체만으로 피해금액 특정과 배상책임 범위 확정을 유도할 수 있다. 실제로 법 제25조 제1항은 배상신청의 대상을 물적피해, 치료비손해 및 위자료로 구분하여 열거하는바 전술한 바와 같이 법 제26조 제3항 중 배상 청구금액을 위와 같이 세분화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전체 배상액 산정 근거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법 제26조 제4항은 증거서류를 임의적으로 첨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세부 항목을 뒷받침하는 증거서류는 대부분 수사기록에 증거로 편철되어 있을 것이나 특히 공제액 산정 항목의 경우 그에 관한 증거서류는 수사 단계에서 확보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공판절차에서 신청인으로부터 미비된 증거서류를 추가 제출받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신청인이 세부 항목을 뒷받침하는 증거서류를 신청서에 필수적으로 첨부하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피해금액의 일부에 대한 배상명령 신청의 문제

    신청일 기준으로 피해금액의 일부만 특정되거나 배상책임의 범위 중 일부분에 대하여만 다툼이 있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한 배상명령을 선제적으로 신청하여 피해회복의 신속성을 도모하고 나머지 부분은 추가 신청이나 민사소송 등 다른 권리구제 방법을 통하여 배상을 받도록 하는 '피해금액의 일부에 대한 배상명령 신청'이 문제된다.
    물론 공소제기 시점에 피해금액의 일부만 확정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상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민사소송에서 이른바 '일부청구'가 특정한 요건 하에서 허용된다는 점에 비추어 이 역시 의미 있는 논의로 보인다. 물론 배상명령은 사실심 변론종결까지만 신청할 수 있으므로 그 이후에 나머지 피해금액이 확정된다면 추가 신청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 이전에 나머지 피해금액이 확정되는 경우인데 배상신청은 민사소송에서의 소의 제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점에 비추어 청구의 변경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62조 및 청구취지 확장에 대한 일반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배상명령 신청서 기재사항 중 배상의 대상과 그 내용 부분에 피해금액 일부에 대해서만 우선 배상을 신청한다는 취지를 기재한다면 나머지 부분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비록 신청인이 피해금액 일부에 대해서만 배상명령을 신청한다는 취지를 명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피고인과 신청인(피해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법 제25조 제2항 규정의 '합의된 손해배상액'이 산정되는 경우 신속한 권리구제를 도모한다는 배상명령의 취지에 비추어 나머지 피해금액에 대하여는 추가 신청이나 민사소송 등 다른 권리구제 절차에 나아갈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위자료에 대한 배상신청의 문제

    법 제25조 제1항은 배상명령의 대상으로 위자료를 규정한다. 다만 피해금액 불특정 내지 배상책임 범위 불확정으로 인하여 배상명령이 인용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는 실무에 비추어 배상신청 대상에 위자료가 포함되는 경우 오히려 그 배상명령 전체 인용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물론 법원이 직접 심리의 일환으로 신청인의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경계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다. 


    한편 범죄 피해자 대부분은 범죄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인바 배상명령 신청인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위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금액에 대해서만 배상명령을 신청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애초에 배상명령 신청 대상에서 위자료를 제외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전술한 배상명령 신청서에 증거서류의 필수적 첨부 주장과도 상통하는데 위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금액의 경우 증거서류에 의하여 그 액수가 구체적으로 특정될 수 있는 반면 위자료의 경우 애초에 그 액수를 뒷받침하는 증거서류를 상정하기 어렵다.


    결국 법 제25조 제1항에서 배상명령의 대상으로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손해만을 열거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배상명령의 인용률을 제고하되 본질적으로 금액의 특정과 책임범위 확정이 어려운 위자료 등은 배상명령 신청과 별도로 민사소송 등의 권리구제 수단을 통해 그 배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과 피해자(신청인)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에 따라 도출된 손해배상액에 위자료가 포함된다면 그에 대한 배상명령을 인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5. 결어

    배상명령은 전적으로 피해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절차이나 배상명령 인용률 제고에 매몰되어 형사재판의 본질을 외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형사재판은 어디까지나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심리하는 절차이고 그러한 입증이 이루어진 것을 전제로 배상명령 인용 여부 및 그 범위가 문제된다. 그러므로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 심리에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은 최소화하면서도 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게 그 인용률을 제고하여야 하고 이를 위하여 배상명령 신청서 및 그에 필수적으로 첨부되는 증거서류 기재내용 자체만으로 피해금액 특정과 배상책임 범위 확정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위자료와 같이 본질적으로 그 신청내용 자체만으로 금액 특정과 범위 확정이 어려운 부분은 배상명령이 아닌 민사소송 등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를 통해 그 배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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