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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미술품 거래의 법적 규율에 관한 연구

    - 미국의 미술품 매매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

    주강원 교수 (홍익대 법학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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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미술품은 거래 대상 물품의 가치가 산정되는 방법이 일반 물품과 다르고 동일한 작품에 대해서도 감정인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형성될 수 있는 등 다른 물품과 구분되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에 미술시장의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한 미국에서는 미술품의 거래에 있어 미국 통일상법전(UCC) 규정의 적극적인 해석 및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 매도인과 매수인간 형평을 도모할 수 있는 법리를 도출하려고 하고 있다.


    Ⅱ. 미국의 미술품 매매 관련 법리
    1. 미국 UCC상의 미술품 거래 관련 규정
    (1) 명시적 보증

    UCC상 명시적 보증은 다음의 경우에 성립된다(제2-313조 제1항). 첫째, 물품과 관련 있는 거래의 기초가 되는 사실의 확인이나 약속은 물품이 그러한 확인이나 약속에 합치한다는 명시적 보증이 된다. 둘째, 거래의 기초가 되는 물품에 대한 설명은 물품이 설명에 합치한다는 명시적 보증이 된다. 셋째, 거래의 기초가 되는 견품이나 모형 등은 물품 전체가 견품이나 모형과 합치한다는 명시적 보증이 된다. 명시적 보증은 매도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성립하므로 매도인의 선의는 정당한 항변이 되지 못하며, 매도인의 구두 진술에 표시된 확인이나 약속도 명시적 보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뉴욕 연방법원은 Weber 사건(Weber v. Peck, 1999 WL 493383)에서 작품의 출처와 관련된 매도인의 진술은 명시적 보증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은 '피고는 설명된 그림이 진품이며 설명된바와 같음을 보증한다'고 표기된 매도증서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작품의 매매 이후 원고가 이를 경매를 통해 재판매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전에 '진품 증명(authenticated)'의 문언보다 확실성의 정도가 다소 낮은 '진품 추정(attributed to)'으로 판매된바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에서 뉴욕 연방법원은 매도인은 매도증서의 기재를 통해 작품이 설명과 같음을 보증하였고 이러한 설명은 첨부된 작품의 출처에 대한 언급을 포함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명시적 보증 위반을 인정하였다. 이처럼 계약 체결 과정에서 매도인 측이 진품증명서를 교부하거나 기타 진품 여부에 대한 언급을 한 경우 이에 대하여 명시적 보증이 성립하며 만일 작품이 매도인의 진술과 달리 진품이 아닐 경우 매도인은 명시적 보증 위반의 결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2) 묵시적 보증
    UCC에 의하면 매도인은 물품의 소유권과 양도가 적법하며 물품은 계약 체결 시 매수인이 알지 못하는 담보권 기타 부담 없이 인도됨을 묵시적으로 보증한다(제2-312조 제1항). 특히 매도인이 동종 물품을 정기적으로 거래하는 상인일 경우 매도인은 물품이 제3자의 적법한 권리 주장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묵시적으로 보증한다(제2-312조 제3항). 이러한 UCC의 규정은 도품의 선의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법에서 선의의 매수인이 미술상에게 작품의 매매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판례는 매도인이 미술상인 경우 작품의 판매에 있어 강화된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미술상의 묵시적 보증 위반을 인정한 선도적 사례에 해당하는 Menzel 사건(Menzel v. List. 246 N. E. 2d 742)에서 뉴욕주 항소법원은 작품 판매시 미술품의 출처에 대해 조사하지 않던 시장의 관행을 비판하고 미술상은 작품의 적법 여부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매수인은 미술상의 판단을 신뢰하는 지위에 있고 작품의 출처를 조사하고 소유권과 양도의 적법성을 보장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미술상은 작품의 권리에 관한 묵시적 보증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후 Porter 사건에서(Porter v. Wertz, 416 N. Y. S. 2d 254, 255) 뉴욕주 법원은 재차 Menzel 사건에서의 법리를 확인하였다. 이 사건에서 뉴욕주 법원은 명시적으로 '소유권이나 권리에 대한 상업적 무관심은 도품의 유통을 촉진한다'라고 강조하고 이러한 공익적 관점에서 도품을 취급함에 있어 미술상은 높은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즉, 미술 시장에서 판매 대상 작품의 소유권이 온전하다고 추정하는 것이 당시의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매수인은 미술 시장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공정한 거래에 있어 합리적인 상업적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상이 일반 소비자인 매수인에게 작품을 판매할 경우 작품의 소유권과 출처에 대하여 합리적인 조사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면 미술상은 매수인에게 묵시적 보증 위반의 책임을 질 수 있다.

    2. 미술품의 매매와 불법행위법
    계약책임으로서 보증위반 책임을 묻는 외에도 매수인은 매도인의 사기 또는 과실에 의한 오표시(misrepresentation)를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이 중 사기를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은 ⅰ) 중요한 사실에 관한 오표시 ⅱ) 오표시의 허위 ⅲ) 허위의 인식 ⅳ) 기망의 고의 ⅴ) 매수인의 표시에 대한 합리적인 신뢰 ⅵ) 그러한 신뢰로 인해 발생한 손해이며 과실에 의한 오표시의 경우 기망의 고의 및 허위의 인식은 불요하나 오표시가 사실이라고 믿을 합리적인 근거의 부재가 요구된다. 이를 미술품의 매매의 맥락에 적용한다면 소유권이나 작품의 진정성에 대한 매도인의 설명이나 진술이 사실과 다른 경우 매수인은 증거에 의해 매도인은 매수인이 그러한 표시를 신뢰하도록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작품에 존재하는 중요한 사실에 대해 잘못된 표시를 하였으며 매수인은 그러한 잘못된 표시를 신뢰하여 작품을 구입한 결과 손해를 입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보증 위반의 경우 보증인이 진술의 정확성을 담보할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묻고 있는 데 반하여 사기 또는 과실에 의한 오표시에 기한 불법행위책임은 허위의 표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데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청구권은 상호 보충적 지위에 있다. 소송상의 유·불리의 관점에서 볼 때 보증 위반의 계약 책임을 물을 경우 원고의 증명책임의 측면에서 유리한 반면 불법행위책임의 경우 제소기간의 측면에서 유리하다. 보증 위반 책임의 경우 매도인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보증의 존재, 물품이 보증에 불합치 및 원고의 손실을 증명하면 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증 위반 책임의 경우 당사자가 계약 위반의 사실을 알았는지 불문하고 물품의 제공이 있은 날로부터 4년 내에 제소가 이루어져야 하는 반면(제2-725조) 사기나 과실에 의한 오표시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의 경우 기망의 사실을 발견한 날로부터 4년 내에 제소가 가능하다. 따라서 작품 구입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작품의 하자를 발견했다면 불법행위책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의 판례법은 만일 UCC의 단기 소멸시효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기망적인 은폐가 존재하였다면 이를 발견하거나 또는 합리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을 때까지는 소멸시효 기간이 기산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3. 주법에 의한 규제
    뉴욕주 문화예술법(New York Art and Cultural Affairs Law)은 작가와 작품과 관련된 거래의 장에서 미술상의 명시적 보증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뉴욕주법에 따르면 미술상이 거래에서 미술상이 아닌 자에게 진품증명서 기타 유사한 서면을 제공하였다면 그러한 서면은 ⅰ) 거래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추정되고 ⅱ) 매매나 교환이 있었던 날에 진술된 중요한 사실에 대한 명시적 보증이 된다. 이 규정의 효용은 미술상이 일반 소비자에게 작품을 판매하며 진품증명서 등을 교부한 경우 UCC에 따르면 표시가 사실의 진술이 아닌 단순한 의견의 표명에 해당할 경우 매도인의 보증이 성립하지 않으나 뉴욕주 문화예술법에 의하면 진품증명서 기타 서면에 기재된 것에는 사실의 진술과 의견의 표명간의 구분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따라서 진품증명서 기타 서면에 기재된 바에 대하여 미술상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고 명시적 보증 책임을 부담한다.


    Ⅲ. 결론

    미국의 미술품 매매법리에 따르면 도품이나 위작을 구입함으로 손해를 입은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나 매도인에 대해 보증 위반 책임 및 사기 또는 과실에 의한 오표시에 기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매도인이 미술상일 경우 강화된 주의의무가 요청될 수 있다. 미술품은 매수인의 취향에 따라 가치가 변화할 수 있으며 하자의 판단에 있어서도 다른 물품과 다른 특질이 있으므로 일반 민법과는 다른 법리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에 미국법과 판례에서 다루어지는 미술품에 대한 특별한 고려에 대하여 살필 필요가 있다.

     

     

    주강원 교수 (홍익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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