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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 上(총칙·물권)

    재건축조합 임원에 과도한 인센티브 결의는 신의성실원칙 위배
    공유물 소수지분권자 보존행위에 기한 토지인도청구 불가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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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버클리 로스쿨의 석학 아이젠버그(Eisenberg)는 'The Nature of the Common Law'라는 저서를 통해 판례가 법리에 의해서만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법감정·정책에 해당하는 사회적 명제(social propositions)를 반영하면서 구축된다는 점을 설파하였다. 대법원은 2020년에도 법리와 현실을 고민하며 의미 있는 판례를 공간하였다. 

     


    Ⅱ. 임원 인센티브에 관한 조합총회 결의와 신의칙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7다218987, 218994 판결은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조합에 관한 사안이다. 갑은 피고 조합의 조합장으로 취임하였으나 재건축에 대한 규제 등으로 재건축업무가 답보상태에 이르렀다. 피고 조합은 위기에 봉착한 재건축사업에 동력을 확보하고자 갑을 비롯한 재건축조합 임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하는 방안을 논의하였고 '① 재건축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경우 조합 임원들이 배상하되 배상한도는 조합장이 10억 원, 다른 임원들은 1인당 5억 원으로 하고 ② 추가이익이 발생하여 조합원들에 대한 환급금이 상승하고 추가부담금이 감소할 경우 추가이익금의 20%를 조합 임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로 지급한다'는 방안이 조합총회에서 가결되었다(이하 '이 사건 결의'). 이후 재건축 사업은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조합원인 원고들은 갑을 포함한 임원들이 받게 될 성과급의 규모가 200억 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결의의 무효를 구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결의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합 임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인센티브의 내용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난 인센티브 지급에 대한 결의 부분은 그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결의에서 정한 인센티브가 조합 임원들의 직무와 합리적 비례관계를 가지는지 면밀히 심리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2. 신의칙에 기한 보수 규제의 문제점
    (1)
    종래 대법원은 변호사 보수, 수탁자 보수 등에 대해서 신의칙에 기한 감액을 인정해 왔다(2016다35833 전합 등).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이사의 보수에 대하여도 이사의 직무와 보수 사이에 합리적 비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그 적정성을 심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2014다11888).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의 흐름에 비추어 이례적인 판결은 아니다. 

     

    (2) 신의칙은 경직되기 쉬운 법에 유연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법원리이다. 그러나 신의칙을 무리하게 확대 적용하면 법률행위의 구속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독일의 민법학자인 헤데만(Hedemann)은 '일반조항으로의 도피'라는 저서를 통해 재판관이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으로 도피하는 경우 세 가지 위험이 발생한다고 경고하였다. 즉 ① 철두철미한 연구가 기피되어 법률가들을 유약하게 만들고 ② 일반조항이 가지는 개념의 불확정성 때문에 법률생활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③ 재판관이 자신의 세계관을 법의 세계에서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신의칙을 사용함으로써 자의적인 판결이 이루어질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3) 이 점에서 위 2016다35833 전합 판결의 별개의견 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약정보수액의 감액을 요구하는 당사자의 주장은 약속이 지켜지리라고 믿은 상대방의 신뢰보다 우선할 수 없고 신의칙이 그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라는 계약 준수의 신성함을 일깨우는 판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3.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그렇다면 법원은 재건축조합 임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결의의 적정성을 심사할 수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재건축조합 임원들과 피고 조합 사이에는 위임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수임인에게 신인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표지 즉, ① 사무처리에 있어서 상당한 재량 ② 위임인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사무처리의 기대 ③ 위임인의 취약한 지위 등이 인정되면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개입하는 것이 정당화된다(졸고, 변호사 보수청구 제한의 근거로서 신의칙과 신인관계).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법원으로서는 이 사건 결의를 심사함에 있어 '점(點)'이 아닌 '폭(幅)'으로 접근하는 것이 요청된다. 법원이 생각하는 적정한 인센티브를 정하고 그에 해당하지 않으면 곧바로 감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법원이 생각하는 인센티브와 조합총회에서 정한 인센티브 사이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 않다면 조합총회에서 정한 인센티브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원이 생각하는 이상적 상황을 당사자에게 강요하여서는 아니 되고 자율적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이 사건 결의 전부가 무효는 아니고 적정한 인센티브로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난 결의 부분만 무효라는 점이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적정한 인센티브의 범위를 정해야 할 것이며 그 결론이 향후 재건축조합에서 통용될 인센티브의 규칙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많다. 

     


    Ⅲ. 통정허위표시와 선의 제3자 보호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ㅤ2020. 1. 30. 선고 2019다280375 판결에서는 통정허위표시에 기하여 가등기를 마친 경우에 해당 부동산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맺은 자를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지 문제가 되었다.

     

    갑이 부동산 관리를 위해 을에게 허위의 가등기를 마쳐주었는데 갑이 외국에 거주하는 사정을 기화로 을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이 외형상 확정되었다. 뒤늦게 이를 안 갑은 추완항소를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시켰다. 그럼에도 을은 추완항소 이전에 발급받았던 확정증명원 등에 기하여 이전등기를 마쳤고 그 후 순차적으로 이전등기가 경료되어 현재 원고 앞으로 이전등기가 마쳐졌다. 과연 원고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대법원은 원고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였다. ① 을의 본등기는 통정허위표시의 철회 이후에 을이 일방적으로 마친 등기라는 점 ② 을의 본등기 이후에 순차로 이전등기를 마친 원고 등의 신뢰의 대상은 을 명의의 가등기가 아니라 을 명의의 본등기로 을 명의의 본등기는 갑이 작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논거로 삼았다. 

     

    2. 통정허위표시의 철회와 선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한 범위
    (1)
    통정허위표시의 철회의 개념을 인정할 수 있는지 견해가 대립되나 대상판결은 이를 인정하였다. 통정허위표시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 외관이 존재하는 한 선의 제3자에 대하여는 유효하게 취급되므로 당사자로서는 통정허위표시가 없었던 상태로 되돌릴 필요가 있는바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통정허위표시의 철회'로 인정되려면 외관이 제거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의 경우 갑이 추완항소를 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시켰으나 외관인 을의 가등기를 말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이 철회를 인정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2) 통정허위표시는 선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표시된 대로 효력이 생긴다. 중요한 점은 선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는 범위이다. 을의 가등기는 통정허위표시에 기한 것이므로 선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을의 가등기는 유효한 가등기가 된다. 그러나 을의 본등기라는 외관은 갑과 을이 통모하여 형성한 것이 아니고 을이 독자적으로 작출한 것이므로 을의 본등기가 선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이 점에 착안하여 을의 본등기를 무효로 보고 을로부터 순차로 이전등기를 마친 원고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였다.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제에 따른 타당한 결론이다.

     


    Ⅳ. 임차목적물의 점유와 소멸시효 중단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44224, 244231 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①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것은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는 계속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고 ② 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보면 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대인은 목적물인도청구권을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되어 부당하고 ③ 주임법 4조 2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보아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점을 그 논거로 제시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대상판결은 이례적인 판결이다. 대법원은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한 것만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채권 행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행기 다음날부터 바로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하여 왔기 때문이다(90다979). 또한 민법은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권리행사로 청구·압류(가압류)·가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임차인의 동시이행항변권에 기한 점유는 위 법정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 그러나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위 법정사유가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모든 사유를 완벽하게 규율할 수는 없다. 법원은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관련 법체계 등을 고려하여 소멸시효 관련 규정에 내포된 흠결을 보충하는 법형성을 할 권한이 있다. 매수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아 점유한 경우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판례(90다9797)도 이러한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다. 다만 법정사유 이외의 사유로 소멸시효 진행의 예외를 인정하려면 '매우 설득력 있는 논증'이 필요한바 대상판결의 상세한 논증은 이러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소멸시효 제도도 '임차인 보호'라는 전체 법질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로 논란이 예상되지만 또 하나의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사유를 인정하였다. 주의할 점은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는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을 적법하게 점유하는 기간으로 한정되며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지 않거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하여 정당한 점유권원을 갖지 않는 경우에는 시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3) 한편 주임법 제4조 제2항은 보증금 반환을 위해 임대차관계 존속을 의제하는 것일 뿐 '실제로'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차가 종료된 이상 약정 차임을 지급할 필요가 없으며 부당이득반환의무만 부담한다. 판례는 임차인이 동시이행항변권에 기하여 점유한 경우에 실제 사용·수익하지 않았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고 하고 있다(98다6497). 대상판결에서도 임차인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았다.


    Ⅴ.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의 권리행사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소수지분권자를 상대로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공유물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였다. 

     

    다수의견은 "공유자 중 1인인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어 다른 공유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경우 그러한 행위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피고의 이해와 충돌하며 이러한 행위는 보존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며 공유물의 보존행위에 기한 인도청구를 부정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방해배제청구는 인정하였다. 즉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사용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지분권에 기하여 공유물에 대한 방해 상태를 제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반대의견은 소수지분권자의 독점적 점유는 위법하므로 종전과 같이 공유물의 보존행위에 기한 인도청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공유물의 보존행위의 개념
    (1)
    대법원은 공유물의 보존행위에 대하여 "공유물의 보존행위를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 보존행위가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라고 설시하면서도(2015다208252) 한편으로는 긴급을 요하지도 않고 다른 공유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소수지분권자의 인도청구를 보존행위로 포섭하여 왔다. 이러한 종전의 대법원의 입장은 판례가 중시해야 할 법의 통합성(integrity)에 반하는바 대상판결은 이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우리 민법은 공동소유 형태로 공유·합유·총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각 형태별로 보존행위 개념이 달라질 수 없다. 합유·총유의 법률관계에서 보존행위는 공동소유에 개재된 단체성의 발현이다. 합유물·총유물의 멸실·훼손이 있는 경우 단체를 대표하여 합유물에서는 합유자가, 총유물에서는 비법인사단이 나서서 멸실·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보존행위는 내부 구성원에 대한 행사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고 외부에 있는 자에 대한 행사를 전제로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유물의 보존행위도 공유자에 대한 행사를 전제로 한 개념이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타당하다.

     

    3.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와 새로운 분쟁의 야기
    (1)
    다수의견에 따르면 소수지분권자는 다른 소수지분권자에 대하여 방해배제청구는 가능하다. 지분권은 소유권의 분량적 일부로 하나의 소유권과 같은 성질을 가지므로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공유물인 건물부분에 대하여 소수지분권자가 유리문 등을 설치하고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에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유리문 등 지상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다(2019다245822).

     

    다수의견은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를 통하여 '공유자 전원의 공동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이 2분의 1 지분씩 주택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에 을이 주택을 단독으로 사용하더라도 갑의 인도청구는 인정되지 않으나 갑의 지분권이 있으므로 갑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만약 출입이 방해되는 경우에 갑은 방해배제청구로 '출입 방해금지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공동 사용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분쟁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의 해법에도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공유물의 사용수익 등 관리방법은 공유자들이 알아서 합의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소수지분권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어려울 수 있고, 이에 대해 법원이 그 합의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결국 공유자들은 공유관계 해소나 탈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이 공유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장보은, 공유자간 이해의 충돌, 이해관계와 그 한계).

     

    (2) 다만 다수의견은 소수지분권자들 사이에 자율적 합의를 촉진할 수 있다. 종전 판결은 소수지분권자에게 인도청구를 인정하므로 자신의 청구가 인용되는 소수지분권자로서는 합의의 장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소수지분권자에게 인도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방해배제청구만 인정하므로 어느 누구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닌바, 공유자들이 합의의 장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


    Ⅵ. 저당권부 채권과 질권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다235411 판결은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이후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이하 '사후저당권') 사후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 사후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 경우에도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쳐야 질권의 효력이 사후저당권에 미치는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도 질권의 목적이 되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였고 그 후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대상판결에는 사후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사후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때에는 그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그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정하고 있는바 민법 제348조가 유추적용되어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으면 질권의 효력이 사후저당권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2. 검토
    (1)
    저당권부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경우에 ① 질권설정의 합의 ② 채무자에게 질권설정 통지 내지 채무자의 승낙 ③ 저당권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 경료를 요한다. 

     

    그런데 질권이 설정된 이후에 질권설정자가 사후저당권을 설정받는 경우가 있는바 사후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지에 대해서 견해 대립이 있었다. 대상판결은 위 쟁점에 대한 최초의 판시로 절충설을 택하였다. 즉 담보권은 피담보채권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사후저당권은 채권과 함께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사후저당권을 제외하고 채권만을 담보로 하는 합의가 있다면 사후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법리는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음에도 담보물권의 처분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와 부합한다(97다33997).

     

    (2)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부 채권에 질권이 설정된 경우에 저당권에 질권의 효력이 미치려면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가 마쳐져야 함을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해관계 있는 제3자에게 불측의 피해가 없도록 공시의 원칙을 강조한 규정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채권에 질권이 설정된 후 사후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공시의 원칙은 관철되어야 한다. 이에 대상판결은 민법 제348조의 유추적용을 긍정한 것이다. 

     

    결국 질권이 설정된 이후에 질권설정자가 사후저당권을 설정받는 경우에 질권자가 위 저당권을 행사하려면 ① 질권의 목적에 사후저당권을 제외하기로 하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고 ② 질권의 부기등기를 경료하는 것이 요구된다.


    Ⅶ. 누적적 근저당에서의 변제자대위
    1. 누적적 근저당권의 개념과 판결요지

    누적적 근저당권은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여러 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각각의 저당권 채권최고액을 합한 금액을 우선변제받기 위하여 개별적 근저당권의 형식으로 설정된 근저당권이다. 가령 20억 원의 채권을 가지는 사람이 1부동산과 2부동산에 대하여 각각 채권최고액 10억 인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누적적 근저당권으로 인정되면 최대 20억 원까지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채권자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서 공동근저당권으로 인정되면 최대 10억 원까지만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누적적 근저당권은 담보 범위가 누적적인 반면 공동근저당권은 중첩적이다. 이 때문에 판례는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각 부동산의 환매대금으로부터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2013다16992 전합).

     

    판례는 공동저당관계의 등기가 공동근저당권의 성립요건이 아니라고 보므로(2008다57746) 기본적으로 공동근저당권인지 누적적 근저당권인지는 의사 해석의 문제이다. 대상판결(대법원 2020. 4. 9. 선고 2014다51756, 51763 판결)에서는 누적적 근저당권의 성립을 인정했다. 대상판결에서는 누적적 근저당권에 있어서 물상보증인이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대상판결은 "누적적 근저당권은 각 근저당권의 담보 범위가 중첩되지 않고 서로 다르지만 이 점을 들어 피담보채권이 각 근저당권별로 자동으로 분할된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를 긍정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변제자대위를 인정하려면 복수의 근저당권이 별개의 피담보채권이 아니라 '동일한 피담보채권'을 담보한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가령 10억 원의 채권을 가지는 사람이 1부동산과 2부동산에 대하여 각각 채권최고액 10억 원인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면 위 10억 원의 채권은 각 부동산마다 5억 원의 채권으로 분할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누적적 근저당권은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최대한 담보를 확보하고자 설정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주장은 누적적 근저당권의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타당하다. 


    참고로 일본은 공동근저당의 취지를 등기한 경우에 한하여 공동근저당이 성립하고 그 이외 경우에는 누적적 근저당이 성립한다고 하여 거래의 안전을 기하고 있는바 입법론으로 참고할 만하다(일본 민법 제398조의16, 18).


    Ⅷ. 기타 중요 판결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다223723 판결에서는 소장에서 일부만을 청구하면서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하였으나 당해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실제로 청구금액을 확장하지 않은 경우에도 '최고'로 보아 채권자는 당해 소송이 종료된 때부터 6월 내에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8다283773 판결은 과세관청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따라 해당 부동산의 공부상 소유자가 된 명의수탁자에게 재산세를 부과하여 명의수탁자가 재산세를 납부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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