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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정식재판청구 취하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소고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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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년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일보 후퇴

    201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과 동종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법무부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자체를 폐지하는 취지의 안을 제출하였으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반대 견해를 고려하여 형종 상향금지 및 양형이유 적시 의무를 포함한 수정안이 채택되었다. 이로써 정식재판 청구의 남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으나 여전히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으로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의 선고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1심판결 선고 전까지 정식재판 청구를 취하한다면 중한 형의 선고를 피할 수 있다.

     

    형종의 변경은 불허하면서도 동종의 형이라면 중한 형의 선고가 가능하도록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일부 후퇴시킨 것은 결국 재판부로 하여금 정식재판 청구 후에 현출된 양형자료를 고려하여 적극적인 양형판단을 하는 방법으로 무분별한 정식재판 청구를 방지하면서도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여 상충하는 가치의 조화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997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도입 전 전체 약식명령 사건 대비 정식재판 청구 비율은 약 1.8%에 불과하였으나 2019년경에는 약 8.9%에 이르러 급증한 양상을 보인다.

     

     

    2. 정식재판청구 취하의 문제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개정법에 따르면 피고인으로서는 1) 정식재판을 유지하여 무죄를 선고받거나 유죄로 판단되더라도 벌금을 감액받는 방법, 그리고 2) 벌금이 증액되거나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정식재판청구를 취하하여 약식명령의 벌금만 납부하는 방법 중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기로에 놓인다. 그렇다면 정식재판 청구의 취하 여부는 피고인의 비용편익 분석에 따른 결과에 좌우될 것이고 재판부로서는 변론종결에 이르러 정식재판 청구 후에 현출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벌금 증액이나 소송비용 부담을 고려하던 중 피고인의 전격적인 정식재판청구 취하로 인하여 양형판단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서면에 의한 약식절차에서의 판단이 정식 공판절차를 통한 선고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로 정식재판청구에서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적용은 독일·프랑스·일본·영국 등의 법제에서는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의 선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을 2017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에는 위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 취하 여부와 무관하게 정식재판의 결과는 적어도 약식명령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 취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54조의 개정 여부가 문제된다.


    3.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에 대한 검사의 동의 요부

    우선 피고인이 약식명령 기재 범죄사실에 대한 인부를 밝혀 실질적인 심리가 진행된 이후에는 정식재판청구를 취하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 경우 피고인에게 정식재판 청구권을 부여하면서도 그 취하는 전혀 불가능하게 되는바 구체적 사안의 경우를 고려하여 정식재판청구 취하가 필요한 경우에도 그 취하가 불가능하여 소송경제상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또한 우리 형사소송법에서 사형·무기징역 및 무기금고가 선고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소에 대한 취하나 포기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 취하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여지가 높다.

     

    다음으로 피고인으로 하여금 정식재판청구를 취하함에 있어 재판부나 검사의 동의를 받게 하여 구체적인 사안의 경우를 고려한 정식재판청구 취하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 그렇다면 그 동의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문제된다. 우선 재판부의 동의를 받게 된다면 취하 여부에 대한 동의에 있어 일응의 중립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따른 공법상 의사표시인 정식재판 청구의 상대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취하 여부에 관한 권한을 재판부에게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대한 제한을 그 수범자로 하여금 가하게 하여 부당하다.

     

    그렇다면 약식명령 청구의 주체이자 대립당사자인 검사의 동의를 받게 하는 것은 어떠한가. 이는 당사자 일방의 이의신청 취하에 대하여 대립당사자의 동의를 요하는 우리 민사소송법 제228조와 같은 맥락인데 다만 우리 형사소송법에 위와 같은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독일 형사소송법 제303조에 따르면 상소심 공판 개시 이후에는 대립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상소를 취하할 수 없고 동법 제411조 제3항은 일방 당사자의 이의신청 역시 판결 선고 전 대립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위와 같이 피고인의 상소나 이의신청에 대한 취하에 대립 당사자인 검사의 동의를 요하는 것은 판결 선고 전 피고인의 소송행위가 검사의 소송행위를 제한한다는 논리를 전제한다. 즉 피고인의 무조건적인 정식재판청구의 취하는 비단 재판부의 양형판단 권한을 침해할 뿐 아니라 대립당사자인 검사의 소송행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검사가 정식재판 청구 이후에 현출된 양형자료를 증거제출 등의 방법으로 현출하여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이 선고되도록 하는 공소유지를 하더라도 피고인의 무조건적인 정식재판 청구로 인하여 일거에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4. 약식명령 청구에 대한 피의자 동의 요부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경우 피의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정식재판청구를 유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 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적용되지 아니하나 애초에 약식명령을 청구하기 위하여는 검사가 피의자로부터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서면을 받도록 규정하여 검사의 약식명령 청구 권한에 일정한 제한을 가한다(일본 형사소송법 제461조의2). 이미 약식명령 청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와 그 취하를 모두 보장하고 있는데 정식재판청구 취하는 판결 선고 전이라면 별다른 제한 없이 가능하다(동법 제466조). 다만 이미 약식절차 진행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분명히 표시한 피고인에게 정식재판 청구 및 그 취하에 있어 불변기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제한을 가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최근 10년간 약식명령 사건의 인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9년 약식명령이 청구된 인원수는 2010년경의 그것에 비하여 약 56%에 불과한바 약식명령 청구 자체에 대한 제한은 불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전술한 피고인의 무조건적인 정식재판 청구의 문제는 약식명령 청구 자체에 대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상존하는바 결국 약식명령 청구에 있어 피의자의 동의를 요할지 여부는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 취하 문제에 대한 유의미한 대책이 될 수 없고 약식절차 자체에 대한 입법정책 문제에 불과하다.


    5. 결론

    피고인의 무조건적인 정식재판청구 취하를 보장하는 형사소송법 제454조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재판청구권 침해를 방지하면서도 적극적인 양형판단이 가능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입법자의 의지가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정식재판청구 취하에 검사의 동의를 받도록 형사소송법 제454조를 개정하되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2항에 비추어 검사가 그 취하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이유를 공판조서에 기재하거나 혹은 검사로 하여금 별도의 서면으로 재판부에 제출하게 하여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 취하에 대한 검사의 기계적인 부동의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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