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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 읽어주는 변호사

    [판결](단독) 대법원, 변협의 자의적 변호사 등록 거부에 제동

    변호사등록거부사유는 ‘한정적 열거규정’으로 봐야

    박솔잎 기자 solipi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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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에게 등록거부 사유가 없는데도 대한변호사협회가 등록신청을 수리하지 않으면 위자료뿐만 아니라 변호사 일실수입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한변협이 법률에 근거도 없이 전관예우 근절 등을 명목으로 자의적으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변호사 등록을 거부해 직업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 원칙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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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법 8조 등록거부사유는 '열거규정'=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변호사 A씨가 대한변호사협회와 전직 협회장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다260197)에서 최근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10월 공문서변조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2015년 9월 변호사 등록을 취소당했다. 그는 2년의 변호사 등록 결격기간이 끝난 직후인 2017년 9월 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변협은 'A씨에게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가 없어 등록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를 통해 A씨에게 수사기록 사본을 제출하게 하는 등 범행 경위와 여죄 유무를 추궁했다. 그러다 심의 끝에 변협 변호사등록심의위는 같은 해 12월에야 등록거부 사유가 없으므로 등록 신청을 수리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A씨는 2개월여간 변호사 등록을 지연해 손해를 입었다며 변협을 상대로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해 입은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손해 1282만원)와 △부당한 등록 심사 절차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위자료 300만원)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변협이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300만원만 인정했다. 하지만 A씨가 주장한 일실수입 손해에 대한 배상과 당시 협회장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사유 내세워 거부·지연은

     입법취지에 반해

     

    하지만 대법원은 일실수입 손해도 인정했다. 변호사법이 정한 변호사 등록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여죄 가능성'을 이유로 변협이 등록 절차를 지연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변호사법의 변호사 등록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에다, 변호사 등록의 '자격제도'로서의 성격, 입법자가 사회적 필요 내지 공익적 요구에 상응해 변호사법 제8조 1항 각호의 등록거부 사유를 새롭게 추가해왔던 입법연혁 등을 종합해보면, 변호사법 제8조 1항 각호에서 정한 등록거부 사유는 '한정적 열거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변협은 등록 신청인이 변호사법이 정한 등록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을 뿐이고, 법률에서 정한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를 내세워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변호사법의 입법취지는 물론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등록 신청인이 실제 범죄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이거나(변호사법 제8조 1항 2호 등), 그 범죄가 공무원 재직중에 범한 경우에 해당해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범죄와 관련해 퇴직한 경우(변호사법 제8조 1항 4호)에 한해 등록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호사 등록 신청인이 어떤 범죄를 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은 등록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면서 "그런데도 변협이 등록심사를 지연시킨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변협의 이 같은 등록절차 지연으로 A씨가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해 수입이 줄어드는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음은 넉넉히 추단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A씨의 일실수입 배상 청구를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지연된 기간 동안 발생한 

    일실수입까지 변상해야 

     

    ◇ 등록사무는 공행정사무…변협회장 고의 땐 배임죄 추궁 가능 =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변호사 등록 업무에 관해 변협회장은 공무원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인정되는 과실이 경과실에 해당해 협회장이 결과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고의나 중과실 등이 인정될 경우 협회장도 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는 2019년 11월 '변협은 변호사와 지방변호사회 지도·감독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변호사법에 의해 설립된 공법인으로서, 변호사 등록 업무는 변협이 변호사법에 의해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공행정사무에 해당한다'고 결정(2017헌마759)한 바 있다"며 "협회장은 국가로부터 위탁 받은 공행정사무인 '변호사 등록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정한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든 사정을 종합하면 협회장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경과실만 인정되는 경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에 따라 협회장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어서, 원심이 협회장에 대한 A변호사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나, 원심이 협회장의 행위가 조직 내부에서의 대내적인 업무상 행위에 불과해 A변호사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앞으로는 협회장이 고의로 변호사등록을 거부함으로써 협회가 손해배상을 하게 했다면 협회장이 협회에 손해를 입힌 만큼 배임죄로 처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 상대 

    손배소송 원고일부 승소 원심파기

     

    ◇ "'등록거부는 직업의 자유 침해' 확인한 판결" =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일부 협회장이 이른바 전관예우를 막겠다며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고위직 전관에 대한 변호사 등록 허용을 장기간 거부하고, 심지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사실상 강요해왔다"며 "특히 변호사법이 정한 등록거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공직 재직 시 문제가 있는 행동이나 논란이 됐다는 이유로 '숙려기간'을 가지라며 변호사 등록을 사실상 거부하기도 했는데, 이는 헌법상 권리인 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계 문화와 시스템을 바꿔 해결해야 할 문제를 특정 개인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5년 변협은 "전관예우를 타파해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건전한 풍토를 조성하겠다"며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반려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협이 변호사 등록 심사에서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자의적 심사기준을 적용해 통제력을 높인다는 비판이 높았다"며 "이번 판결은 상위규범인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각종 의혹 사건에 연루된 판·검사들이 관련 형사재판 등에서 무죄 판결 등을 받았음에도 변호사 등록이 지연되면서 일종의 여론 재판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대법원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때에도 법률상 근거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하라고 판시한 만큼 변협도 변호사 등록과 관련한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호사법 전문가인 정형근(64·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엄격한 심사보다 신속한 심사에 방점을 두다보면 부실한 검증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변호사 등록 이후 결격사유가 발견돼, 추후 등록이 취소되는 변호사가 나타나면 변호사 제도 자체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격사유를 확인하는 등록심사제도는 변호사 공공성과 공익적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것"이라며 "변협과 변협회장이 등록심사를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기간을 (법원이) 너무 엄격하게 봤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변호사의 자질을 엄격히 검증하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변협에 등록심사의 자율권한이 부여된 것"이라며 "대법원이 법률에 규정된 요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경우에만 등록심사위에 회부할 수 있다고 판시해 변협회장의 권한을 형식적·기계적 권한으로 축소시킨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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