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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날 특집] 지방 로스쿨 길을 묻다

    장학금 등 재원마련 쉽지 않고 변시 합격률도 큰 부담

    이순규 기자 soon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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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일부 지방대의 경우 정원 미달, 재정 악화 등으로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말이 회자되고 있다. 수도권 밖 11개 지방 로스쿨도 긴장하고 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50%대인 변호사시험 관문을 통과하는데 수도권 로스쿨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은 물론 졸업생들의 취업 양극화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로스쿨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다보니 지역 사회의 재정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 본보는 제58회 법의 날을 맞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후학 양성과 법학 연구에 매진하며 법학계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 로스쿨 출신 교수 2명을 만나 현재 지방 로스쿨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개선 방안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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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헌 제주대 로스쿨 교수
    "정부는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학생들의 로스쿨 진학을 독려하면서도 운영재원 마련의 상당 부분을 로스쿨 평가지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공공적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는 각 로스쿨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정부의 시각을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보증과 담보', '손해배상책임론' 첫 강의를 시작한 김상헌(46·변호사시험 1회) 교수는 2012년 제주대 로스쿨을 1기로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고법 제주부 재판연구원, 광주지법 국선전담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 2019년 경력법관으로 임용돼 창원지법 진주지원 판사로 근무하던 중 후배들을 위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교 로스쿨에 교수로 지원했다고 한다.


    "첫 출석을 부를 때 마스크로 인해 안경에 김도 서리고 출석부의 학생이름도 작은 글씨로 기재돼 정확하게 호명하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이름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강의 준비보다 더 중요한 교수의 책무였는데,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역 사회의 지지'라는 동력이 지방 로스쿨 성장의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역 사회의 지지는 

    성장의 필수적 요소지만 이미 한계에 


    그는 "전국 25개 로스쿨의 공통된 난제지만 특히 지방 로스쿨의 경우 장학금 등 재정적 부분과 관련해 충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며 "그동안 지역의 관련 기관들이 로스쿨에 상당 부분 금원으로 지원을 하는 등 도움을 주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당장 현실적으로 지역 사회에 그 노력이 환원되는 가시적인 원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관련 기관들이 추가 지원에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 로스쿨 졸업생들은 취업과 결혼, 육아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지방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경험을 쌓은 뒤 다시 지역 사회 또는 출신 로스쿨에 기여하고 싶은 동기가 생기도록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로스쿨에서 수업을 들으며 교과과정을 충실히 수행한 학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정도의 합격률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격률에 따른 합격인원의 통제가 변호사로서의 역량을 증진시킨다는 견해도 있지만, 학생들은 이미 충분한 공부를 하고 있다. 합격률 몇 퍼센트의 차이는 몇 문제의 차이로 나타날 것인데, 그것이 유의미할 정도의 역량 차이로 나타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로스쿨 제도에서 더 중요한 과제는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변호사업무를 수행할 정도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내실 있는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보다 법조인으로서의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특히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에서 리걸클리닉센터 운영 활성화 방안과 함께 각종 변론대회 참가를 독려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신 법조인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도 허약 

     

    김 교수는 학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시작이 반'이라며 차근차근 본인이 좋아하는 영역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접근한다면 어느 순간 학자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니 주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학문으로서의 법학분야에서 일정한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을 병행하면서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은 시간적·체력적인 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무가로서 박사학위가 하나의 이력이 되는 것도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개별 로스쿨이 법학연구에 관심이 있는 법조인을 충분히 지원하고 양성할 수 있는 체제를 박사과정을 통해 재편하고, 탁월한 연구업적을 기록하는 분들에게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면 법학자로서 활동분야를 넓히려는 법조인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목표는 후배들에게 법조생활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는 것이다.


    그는 "교수로서 말하기에는 경험이 일천하지만, 읽고 싶은 연구서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는 것과 우리사회에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예비법조인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교수로서 말할 수 없는 장점이자 보람"이라며 "변호사시험도 중요하지만 로스쿨이 과거 사법시험 시절의 사법연수원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해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 후 법조생활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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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종배 영남대 로스쿨 교수
    "50%에 불과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지방 로스쿨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또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졸업 후 5년 내 5회로 제한하는 것은 자격시험화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원종배(47·변호사시험 2회) 교수는 영남대 로스쿨을 2기로 졸업한 후 2013년부터 대구고법·대구지법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영남대 로스쿨 전문박사 과정에서 민사법을 전공하고 2019년 2학기부터 모교 민사법 실무 교수로 임용됐다.


    원 교수는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다양한 전공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 받은 인재들"이라며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원래의 분야에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중에는 변호사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바로 원래 자신의 분야로 돌아가서 자신이 배운 법학지식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을 두게 되면 그런 학생들까지도 합격할 때까지는 변호사시험에만 집중할 것을 강제받게 되는 것인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낮은 합격률의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리다가 경력 단절을 가져와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의 꿈을 가져본 죄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응시제한을 풀게 되면 로스쿨 재학 중에는 큰 부담없이 관심 있는 법학 분야에 대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선택과목 고사 현상도 줄어들 수 있다"며 "졸업 후에는 직업 활동을 하면서 필요할 때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고시 낭인화' 현상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시 응시자격 제한은

     ‘변호사자격 시험화’ 취지와 안 맞아


    그는 "미국은 (대체로) 1년에 2번씩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고, 응시 횟수 제한이 없는 주(州)도 있다"며 "응시제한이 없어지면 로스쿨 졸업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일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일하는 사례들이 분명히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원 교수는 지방 로스쿨에 강제되는 지역인재 쿼터제는 변호사시험과 변호사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지방대육성법에 따르면 2015학년도부터 지방 소재 로스쿨은 입학생의 20%(강원·제주는 10%) 이상을 해당 지역 대학교 출신자 가운데 선발해야 한다.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2015~2020년까지 1024명의 지방대 졸업생들이 해당 지역 로스쿨에 입학했다.


    원 교수는 "지역인재 쿼터제가 지방대 육성을 위한 좋은 취지로 시작된 것이지만, 일단 전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에 불과하고 지방 법률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로스쿨 입학 자체로 그 지역 내에서의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또한 지방에서 출생하더라도 그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필요가 있는데 현 제도에 따르면 그 지역에 안주하도록 유도하고만 있어 이것이 과연 지역인재 혹은 지방대학 육성이라는 근본 취지에 맞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로스쿨에 강제되는 

    ‘지역인재쿼터제’도 현실 간과한 것 


    이어 "제도와 상관없이 지방 로스쿨에는 일정 수의 지역 인재가 입학하고 있는 상황이고 오히려 지방대 출신 학생들이 서울권 로스쿨로 입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서울권 로스쿨이 일정 수의 지방대 출신자들을 뽑도록 강제해 지방대학 출신자들의 차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 로스쿨의 경우는 지역인재 쿼터 안에 출신대학과 상관없이 지역 고등학교 출신자들도 포함시켜 서울권으로 갔던 지역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출신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지역 인재의 안착을 위해서는 졸업생들의 지역 소재 공공기관이나 지방의회 진출을 늘려 지방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원 교수는 법학 학문후속세대 단절 우려에 대해서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도 법대가 존재하는 학교가 있고 실무가들 중 좀 더 깊이 있는 학문적 영역을 추구하는 분들은 박사과정을 통해 법학 연구를 계속 할 수 있어 본질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다"며 "오히려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실증적 연구가 가능하게 되므로 탁상공론적 논쟁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로스쿨 제도 자체 보다는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 그러한 우려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실제로 유능한 많은 분들이 수입적 측면에서 학교로 오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법 제38조에 의해 교수는 변호사 활동을 병행할 수 없기에 갈수록 실무적인 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로스쿨 교원의 변호사 겸직을 허용하는 것이 실무교육 강화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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