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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날 특집][1人2色 변호사를 찾아서] 스타트업 CPO로 변신… ‘여행플랫폼’ 경영진 장영인 변호사

    회사 동료의 법률분쟁 숨은 해결사

    남가언 기자 ganii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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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선릉역에 있는 한 여행플랫폼 기업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하고 은밀한 사내복지가 있다. 바로 '변호사 법률상담'이다. 이 곳 직원들은 법률적 문제가 생겼는데 전문적인 상담까지 받기에는 부담스러운 경우 프로덕트(product) 본부의 장영인(32·변호사시험 5회·사진) 이사를 찾아간다. 전직 송무 변호사이자 현재 최고 제품 책임자(CPO, Chidf Product Officer)인 장 이사는 회사의 숨은 법률분쟁 해결사로서, 도움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법적 구제 방안 등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4년간 로펌 송무변호사로 일하다 

    기업과 인연 맺어

     

    4년 동안 로펌에서 송무 변호사로 일하던 장 이사가 IT 스타트업에서 법률분야와 전혀 다른 업무를 맡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은 불과 1년 반 전이다. 당시 장 이사는 스타트업 대표와 변호사, 의뢰인 관계로 처음 만났다. 자문을 맡게 된 장 이사는 대표의 협력사 계약 건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대표가 우호적인 협상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장 이사를 눈여겨보게 된 대표는 장 이사에게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 줄 것을 제안했고, 삼고초려(三顧草廬)도 아닌 사고초려(四顧草廬) 끝에 장 이사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처음에 대표님께서 '같이 일하자'고 했을 때는 농담인 줄 알고 가볍게 들었어요. 그런데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니까 '아 대표님 지금 진지하시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처음에 변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도 변호사업 하나만으로 커리어를 끝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서초동 로펌에서 일하면서 유튜브, 인스타 라이브 방송, 변호사 웹툰 등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마침 '독립해서 사업을 해볼까' 하던 차에 대표님께서 제안을 해주셨고, '지금 이 회사로 가지 않으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에 네 번 만에 수락을 하게 됐습니다."

     

    일과는 미팅으로

     혼자하는 변호사 업무와는 달라

     

    장 이사는 그렇게 2019년 9월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 곳이 실시간으로 여행 숙소를 예약해주는 'OTA(Online Travel Agency)' 회사라, 장 이사가 기존에 하던 법률업무와는 전혀 접점이 없었다. 이 때문에 처음 1년은 IT서비스 기획, 디자인, 마케팅, 브랜딩, 인사 등 닥치는 대로 업무를 배워야했다. 바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배운 후에야 지난해 말 CPO 직함을 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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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변호사가 아닌 CPO로서 시작한 업무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루 일과도 경영진 미팅, 각 부서 주간 미팅, 본부 미팅 등 미팅의 연속이었다. 애플리케이션의 인터페이스 하나를 결정할 때에도 모든 부서의 니즈(needs)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비용에 맞는지, 현재 기술로 개발이 가능한지, 어떤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지 등을 사전에 논의하고, 업무 타임라인을 만들어 하나의 확정된 기획안을 만들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각 부서의 피드백을 거치며 타 부서와 합을 맞춰가야 했다. 대체로 혼자하는 변호사 업무와는 180도 달랐다. 장 이사 역시 처음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자격증 있는 사람은 

    다른 일 도전할 때 더 용감해져


    "처음에는 일이 정말 너무 어려웠습니다. 로스쿨을 진학할 때도 법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모르는 상태여서 많이 힘들었어요. 난생 처음 'C­'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았거든요(웃음). 그냥 무턱대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고 한 학기만에 한 자리수 등수까지 해냈습니다. 이곳에 와서도 그 때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아는 척 하지 않고,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해당 업무를 잘 아는 팀원들에게 가서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런 시기를 3~4개월 겪고 나니 지금은 팀원들이 빠르게 적응했다고 인정해줘요. 어마어마한 공부량을 한 번에 흡수해야만 하는 변호사시험 공부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특유의 수평적이고 주도적인 분위기는 '자유로운 영혼'인 장 이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한몫 했다. 얼마 전 로스쿨 상법 교수님의 은퇴식이 있던 날, 이를 깜빡하고 평소처럼 편안한 복장에 상투머리로 출근했다가 정장을 입고 온 변호사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동떨어진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경우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을 말함)로 은퇴식에 참석했던 '웃픈' 해프닝도 있었다.

     

    변호사의 정체성은 유지

     ‘스타트업 전문’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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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이사는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성취감'을 꼽았다.

     

    "변호사 때도 승소를 하면 성취감을 느끼긴 하지만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승패가 예상이 되거든요. 스타트업에서는 백지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라 '해냈다'하는 짜릿한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특히 동료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성취감이 가장 큽니다. 변호사 일도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예전에는 한 번에 한 명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서비스로 한 번에 수십만명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로서 성공하는 평범한 루트를 거부하고 스스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반골(反骨)' 장 이사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일에 도전할 때 훨씬 더 용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호사 친구들이 매몰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도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업무를 할 정도의 트레이닝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논리력과 사고력 등 다른 일을 할 때 필요한 기초적인 역량은 이미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이라도 도전해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롭고 도전적으로 살면서 장애물을 극복해나가는 제 삶의 방식이 만족스럽습니다. 계속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용기와, 용기를 낸 후 그 과정이 어렵더라도 참을 수 있는 인내심과, 결국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잃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정체성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프로덕트 업무 안에서 이용약관 규제, 개인정보보호 등 법적 검토 업무는 여전히 맡고 있기도 하고요. 현재의 일에 충실하면서 스타트업의 생리를 깊게 이해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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