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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자신에게는 더 엄격하게”… 퇴임 앞둔 박상옥 대법관

    “대법관 역할은 자이로스코프의 균형 잡는 것과 같아”

    박미영 기자 m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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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操履要嚴明 心氣要和易(조리요엄명 심기요화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다른 사람에게는 온화하게. 채근담의 한 구절을 손수 적어 탁상위에 올려놓고 늘 공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바로잡아왔다. 검사와 변호사, 국책연구원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내고 대법관으로 봉직하다 퇴임을 앞둔 박상옥(65·사법연수원 11기·사진) 대법관 이야기다.

     

    "공직자로, 법조인으로 사회에 크고 작은 여러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를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들이었습니다. 검사로서 조사·기소를 하거나 대법관으로서 많은 사건들을 처리하다보면 여러 권한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권한은 절대 '내 권한'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국민들이 부여한 권한이고, 의무·책무이기도 합니다. 무거움이나 엄정함은 일하면서 잊어버리기가 쉽죠.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채근담 문구를 두고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다양한 법조 직역을 오가며 전문지식 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가치와 본분에 대해 성찰해온 박 대법관을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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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옥(65·사법연수원 11기) 대법관은 1981년 육군법무관을 거쳐 1984년 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고교 때 희망이 ‘법관’

     자연스럽게 법조인의 길로 

     

    "초임 검사 때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데, 수사를 해보니까 생각한 것과 다른 사실관계가 나왔습니다. 어떤 법을 적용해 의율할지 조사를 하면서 계속 법전을 봤습니다. 결국에는 처벌을 받을 사항이 아니어서 종결이 됐는데, 한참 뒤에 어떤 분으로부터 당시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제가 법전을 뒤적거리는 것을 보고 당사자는 '저 검사가 어떻게 하면 나를 처벌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건가'하고 오만생각이 다 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제 일을 한다고 했는데,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생각하니 그 분이 얼마나 초조하고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적인 업무에서는 특히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검사·변호사·형사정책연구원장 거쳐

      대법관으로 


    박 대법관은 자연스럽게 법조인의 길을 가게됐지만,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자신도 몰랐던 길이었다고 회고했다.


    "대법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했습니다. 그런 기재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고등학교 때 장래희망란에 보호자인 아버님께서는 검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쓰여있었고 제 희망은 법관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막연히 법과대학에 진학해 (다른 법대생들처럼) 사법시험 공부를 했고, 이후 사회적 약자나 정의를 실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일하는 검사 직역이 맞겠다 싶어 검사 생활을 했습니다만, 되돌아보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교 때 법관을 희망했다는 것이 한편으로 의외이기도 하고, 검사로 25년 재직하다가 퇴직해 변호사 일 잠깐 한 다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거쳐 대법관으로 오게 된 것을 생각해보니 '인생을 설계한다고 하지만, 길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온 것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대법관이 되면 첫 사흘만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던데요…"라고 운을 떼자 박 대법관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과다한 업무 피할 수 없고 

    몸 아플 자유도 없어”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 좋으면 다행입니다. 업무량이 너무 많습니다. 최종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대로 최선을 다해서 하는데, 그만큼 어렵습니다. 업무를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는 없고, 대법관이 된 날부터 (업무를) 바로 봐야하니까요. 다른 대법관님들도 마찬가지고, 건강관리가 정말 어렵습니다. 대법관에게는 몸 아플 자유도 없습니다. 제가 업무를 못하면 사건관계인은 물론 대법원의 업무가 계속 미뤄집니다. 사건들이 적체되면 사건을 충실하게 처리하는 데 지장이 있어 절대 아프면 안 됩니다."


    그는 대법관의 역할은 자이로스코프의 균형을 잡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자이로스코프는 바퀴의 축을 총 3개의 고리에 연결해 어느 방향이든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나침반처럼 방향을 알아내고 유지하는 데 쓰인다.


    검사출신 대법관이지만 

    일할 때는 의식할 필요 없어


    "검사직을 마치고 다른 생활을 하다가 대법원에 오니까 그 사이 5~6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랬더니 사건의 양상이 정말 많이 달랐습니다. 제도와 여러가지 사회적 환경 등이 달라지니까 분쟁의 복잡성이 높아졌죠. 범죄로 말하면 더욱 더 피해 양상과 파장이 커졌습니다. 사건이 복잡하고 정교해지니까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정의 실현이 현실적인 사건에서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원고와 피고, 범죄자와 피해자들이 천칭의 양쪽 끝에 있었다면 지금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이제는 (법관이) 자이로스코프처럼 일종의 구(球)안에서 수평 뿐만 아니라 수직도 같이 움직이면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훨씬 사회가 복잡해지니까 고려해야할 부분도 많고 우리 사회 내지 공동체를 쓰러지지 않도록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해 균형 잡힌 판단을 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육체 가동연한

     ‘60세→65세 상향’ 사건 기억에 남아


    대법관 시절 기억에 남는 판결을 물었다.


    "주심을 맡은 사건 중에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사건도 기억에 남고, 다수의견을 집필한 것 중 하나인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사건도 기억에 남습니다. 2018년에 공개변론까지하면서 팽팽히 맞섰던 사안입니다. 당시 부동산 거래는 현실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들은 집이 전재산이고 삶의 터전이라 재판 결과에 따라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아직 제도 보완이 되지 않으면 기존의 배임죄를 인정하는 선례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수로서 판례를 유지한 것이 최근 부동산 문제의 혼란을 그나마 조금 줄이는 데 기여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 대법관이 퇴임하면 김명수 코트에서 검찰 출신 대법관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판결은 결론만 보지 말고 

    주문에 이르는 이유도 봐야 

    완벽한 제도는 없어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아 


    "대법원은 최고법원입니다. 모든 사회에서 분쟁이 최종심으로 오지 않습니까. 여러 사건에 대해서 다른 시선과 다른 관점, 다른 측면에서 많이 보면 볼수록 사건 처리의 완결성이 높아지는 건 틀림없습니다. 또 (대법원) 구성원은 그걸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사 출신으로서 다른 대법관님하고는 다르겠죠. 검사로서 업무를 하고 그를 통해 얻어진 법률적 지식, 사회를 보는 관점 등에서요. 그런데 목표는 같습니다. '정의 실현'입니다. 다만 그를 해석하고 실현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죠. 다양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로서 경험이 있는 분들은 그런 측면에서 일반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생각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이 반영돼서 다양한 관점에서 심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번에는 좀 아쉽습니다만, 충분히 다른 기회가 있으니까…. 저도 흔히 말해 검찰 출신 대법관이라고 했습니다만, 실제 일해보면 그걸 의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대법관님들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기회에 자연스럽게 검사직역에서 활동하는 분이 대법관으로 오신다면 저로서도 바라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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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법원 판결의 편향성'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법조인은 항상 준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숙명


    "대법원 판결이 어렵지만 결론만 보지 말고 주문에 이르는 이유를 잘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유 한줄 한줄이 대법관들이 치열한 서로간의 의견 교환과 논의, 법리 해석을 다 집결한 내용이거든요. 법관은 판결로서 선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결에 대해 결론이 도출된 법리적인 이유에 대해서 충실하게 같이 검토를 합니다. 그걸 토대로 지적을 하거나 건전한 토론을 해나가는 과정을 우리 사회에서도 먼저 생각하고, 실제로 해나가면서 사회적으로 성숙하는 길이 됐으면 합니다. 물론 대법원에서도 그런 과정이 충실히 전달될 수 있도록 판결문도 조금 더 충실하고 설득력 있게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25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한 그는 과연 최근 검찰개혁 작업을 어떻게 볼까.


    "형사사법 체계는 제도 아닙니까.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 제도를 설계해서 운영하고,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있으면 보완하는 과정을 수십년동안 해왔습니다. 사회적 제도라는 것을 바꾼다고 한다면, 그에 따른 영향이나 파급 효과는 눈에는 안 보이지만 반드시 있고 장기적으로 사회 방향이나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005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할 때 수사정책기획단장을 함께 맡았습니다. 당시 읽은 책이 'Denial Of Justice(재판의 거부)'입니다. 미국의 제도는 어떻게 보면 정의를 거부하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경찰, 수사, 재판, 배심까지 나오는데, 정답은 우리나라 같은 대륙법계의 검사가 답이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맥락도 나옵니다. 결국 완벽한 제도는 없다, 현상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면 그런 제도를 갖게 되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미국 제도의 장단점을 보고 우리가 원용할 것을 원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사법 체계에) 수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입·운영하면서 부작용이 있을 텐데, 우리가 항상 생각해야하는 사항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충분히 숙고와 논의를 갖추는 게 있었는데, 앞으로 해보면서 (상황을) 보는 것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크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사회현상·시대변화 놓치지 말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공직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쉬지 못해 이제는 시간과 계획 없이 새롭게 충전하고 싶은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계획 없이 재충전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웃음). 제가 사회와 국민과 국가로부터 받은 것은 어떻게 보면 특혜죠.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고 그 자리에서 업무를 한 것은 제가 혼자서 이뤄낸 것도 아닙니다. 여러 직역에서 얻은 경험을 잘 정리해서 사회와 국가에 돌려드리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1년 만에 떠나오게 돼서 아쉬웠습니다. 그때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과 미래에 대한 규범적 연구가 절실할 것이기 때문에 형사정책연구원에서 그런 연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그런 분야를 포함해서 생각도 해보고 가다듬어서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박 대법관은 마지막으로 법조계 후배들에게 사회 변화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법조인은 전문가로서 전문지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련과 공부를 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사회현상들에 대해 규범적 판단을 해야 하는 직역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항상 준비될 수는 없지만 준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법조인의 숙명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제도가 얼마나 바뀌고 있습니까. 법령 개정에 재판, 수사 제도까지…,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전세계와의 접점에서 오는 법률적 분쟁, 쟁점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거창하게 얘기하면 외국 법조인하고도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현상이나 시대변화를 놓치지 않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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