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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디커플링의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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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9.]


    ※ 본고는 “[김두식의 이코노믹스] 공급사슬 세계화 퇴조하고 지역 블록화 진행된다”는 제목으로 2021.04.06.자 중앙일보에 실린 기고문임을 밝힙니다.


    지난 18-19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벌인 험악한 설전은 미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미국은 중국의 행동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오히려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하여 국제무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미국이 신장, 티베트, 홍콩 등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격렬히 반발했습니다. 두 나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중 디커플링은 2010년대 중반 중국정부가 공세적 산업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안보와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보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후 중국 기업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가 취해졌고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균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3월 발표한 예비 국가안보전략 안내서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미국 안보전략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도 정교해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민주주의적 가치와 사회주의적 가치의 경쟁으로 규정하고,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이 중국에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미국 디커플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 자주적 혁신으로 세계최고 도전

    미중 디커플링은 미국의 공격에 중국이 반격하면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원인은 중국이 제공했습니다. 2006년 중국이 발표한 ‘중장기 과학기술 개발계획’이 디커플링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이는 과학기술의 ‘자주적 혁신’을 통해 2020년까지 중국경제를 기술강국으로 만들고 2050년에는 세계를 리드하는 사회주의 최강국으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위 ‘자주적 혁신’이란 외국기술을 모방하거나 흡수하거나 개선하여 이를 중국 기술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활동에 중국정부가 적극 관여할 것임을 예고한 것입니다. 이후 중국정부가 자주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특허제도, 제품검사 및 승인제도, 공정거래심사, 정부조달, 기술표준을 불공정하게 운용하고, 외국인투자시 중국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가 공표되었습니다. 2025년까지 차세대 통신기술 등 10개 전략 분야를 적극 육성하여 중국산업이 세계 최고로 올라서도록 한다는 공격적인 계획이었습니다.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붇겠다는 의지가 담긴 계획이었습니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공격적 정책과 관행에 대해 미국은 미국의 공급사슬에서 중국기업을 배제하는 조치로 맞섰습니다. ZTE, 화웨이 등에 미국 반도체 공급을 중단시켰고, 틱톡과 위쳇 앱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종료를 몇 주 앞둔 작년 12월 중순,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 SMIC와 세계최대 드론업체 DJI 등 60개 중국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차단했습니다.



    바이든, 공급사슬 재편 작업으로 견제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사슬 재편작업을 좀더 정교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향후 100일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희귀광물, 의약품 등에 대한 미국의 공급사슬 현황을 검토하여 보고 하도록 연방기관들에게 명령했습니다. 또한 국방, 공중보건, 정보통신기술, 에너지, 운송, 농업식품 등 6개 산업에 대한 공급사슬 현황을 1년간 조사, 보고토록 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디커플링 조치에 대해 중국은 반격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외 쌍순환’을 중국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채택했습니다. 미국과의 디커플링 등 외부환경 변화에 맞서,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국내경제의 대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이중순환을 상호 촉진한다는 전략입니다.


    중국의 또 다른 반격은 미국의 중국기업 제재조치에 동조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것입니다. 중국 상무부가 2020년 9월 공포한 “불신기관 목록” 규정은 중국기업과의 정상적인 거래를 중단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중국과의 수출입, 중국내 투자, 관련자들의 중국입국을 금지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년 1월에는 추가로 제3국 기업이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라 중국기업과 거래를 중단하면 그 제3국 기업에 대해 중국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규정을 공표했습니다.


    이런 중국의 대응조치들은 한마디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경우 제3국 기업들은 중국 편에 서든지 아니면 미국 편에 서든지 선택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미중 디커플링, 어디까지 확대될까

    우선 대상분야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이 ‘중국제조 2025’에서 10대 전략분야로 지정한 산업들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사슬 현황검토를 명령한 다른 산업들로 미중 디커플링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의도하는대로 미중 디커플링이 민주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간의 대립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국들이 미국 진영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고, 유럽연합(EU)도 큰 틀에서 미국에 동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우군을 확보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별 또는 산업별로 처한 여건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와 기업들간에 다양한 대립 또는 협력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확산되는 미중 디커플링을 저지할 국제법적 장치는 없을까요?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가 세계 무역기구(WTO) 등 국제규범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WTO 규범으로 양국의 디커플링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불완전한 WTO 통상규범과 미비한 분쟁 해결절차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각자 탈동조화 조치를 취하는 명분으로 ‘국가안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발표한 예비 국가안보전략에서 미국은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경제적 안보(economic security)가 곧 국가안보”라고 선언했습니다. 국가안보개념이 크게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가안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된 국제법적 룰이 없다는 점입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무역제한조치가 WTO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는 안보상 조치를 WTO규범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당사국이 스스로 국가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판단하여 안보예외를 선언하기만 하면 그런 조치는 아예 WTO 분쟁해결절차의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자국의 디커플링 대응조치를 국가안보를 위한 조치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막상 자국의 조치가 WTO에 제소되면 미국처럼 안보예외를 주장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중 디커플링으로 인해 공급사슬의 세계화가 퇴조하고 지역화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기업은 미국이 재구축하고 있는 공급사슬에 참여할 것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장 미중 디커플링이 기업의 영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기업이든 전반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노출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미국과 중국의 제재와 보복조치에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디커플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의 수출통제조치,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와 같은 개별기업 제재, 공급사슬 재편과 관련된 조치들을 면밀히 추적, 관찰히고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각국의 디커플링 조치들이 기업 및 공급자들에 미치는 현재적, 잠재적 영향을 경영 및 투자전략에 반영하여야 함은 물론입니다. 전체적으로 투자와 무역 측면에서 과도한 중국의존도를 분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간 디커플링으로 경제가 정치화 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노력만으로 대응하기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간 정보공유와 총체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김두식 대표변호사 (dskim@shinkim.com)

    전재민 변호사 (jmjeon@shinkim.com)

    윤영원 변호사 (ywyoon@shinkim.com)

    우도훈 변호사 (dhwoo@shinkim.com)

    김재희 변호사 (jheekim@shinkim.com)

    이상협 변호사 (shyelee@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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