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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방안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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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문제의 제기

    이 글은 2021년 제10회까지 시행된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자질을 갖춘 법률가를 길러내기 위한 변시의 개선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합격자 수의 문제는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Ⅱ. 현행 변시의 구성

    현행 변시는 공법, 형사법, 민사법, 선택법의 네 영역에서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의 3가지 유형으로 4일간 실시된다. ▷사법시험 1차에서 평가했던 선택형, ▷사법시험 2차에서 평가했던 사례형, ▷사법연수원 1년차 시험에서 평가했던 기록형을 한꺼번에 4일간 치르는 형태이다.

    참고로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 및 일본의 신사법시험과 비교하면 미국은 선택형의 비중이 절반인데, 일본은 사례형, 한국은 기록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시험 시간은 한국과 일본은 4일간 약 20시간인 데 반해 뉴욕주는 이틀간 12시간이다. 전반적인 시험의 부담은 미국이 가장 가볍다.

     


    Ⅲ. 현행 변시의 성과

    현행 변시에는 여러 문제가 있으나, 평가결과가 상당히 정확하고, 특히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학업 성과와 상당히 높은 동조 현상을 보인다는 점은 장점이다. 실제로 압축적 교육과정과 압박적 변시의 존재로 인해 학생들은 기본적인 법 지식을 상당히 신속하게 익히게 된다.

     
    교수들도 과거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의 법과대학에 비하면 경쟁과 압박에 훨씬 노출되어 변화하는 입법·판례 등을 꾸준히 연구해야 하고, 신변잡담을 줄이고 효과적인 강의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법전원이 전문직 양성기관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Ⅳ. 현행 변시의 문제점
    1. 출제 방식의 한계

    현행 변시는 시험에 임박한 시기에 법무부의 위촉을 받은 소수의 출제위원이 외부와 접촉이 단절된 상태에서 출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평소에 출제방식을 연구하고 문제풀을 형성·관리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출제 및 채점 과정에서 생긴 경험이 출제위원 개인의 경험에 그치고 조직적으로 관리 및 전달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2. 지나치게 판례에 경도된 출제
    현행 변시에서는 판결요지를 그대로 묻는 유형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선택형은 판결요지를 살짝 바꾸어 틀린 진술을 찾는 문제가 주종을 이루고, 사례형과 기록형도 결과적으로 판례에 대한 지식을 묻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행 변시는 판례법 국가에서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판례를 맹신하는 특이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현행 변시는 학생들에게 법적인 사고를 연마하기보다는 판결요지를 얇고 넓게 암기해서 아는 척 답안지에 표출하라는 메시지를 매우 강력하게 보내고 있다. 이는 새로운 사건을 만났을 때에 사건의 본질을 음미하기보다 기존의 판결요지에 끼워 맞추려는 매우 나쁜 실무 습관을 기르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실무적'이지도 않다

    3. 현행 기록형 시험의 한계
    현재 상당수 기록형 문제는 사례형으로 평가해도 충분한 법적지식을 묻는 데에 치중하고 있어, '존대말로 쓰는 사례형'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수많은 쟁점을 짧은 분량에 억지로 집어넣은 '인위적 쟁점과다형' 기록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공정하게 등수를 가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던 사법연수원 시험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변시에서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정된 교육과정상 이러한 능력의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면, 필연적으로 다른 교육이 부실해지게 될 것이다.

     

    4. 송무 집중 현상의 강화
    발표자가 2018년에 서울대, 고려대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변호사로서 안정적으로 활동하려면 일정 기간 송무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라는 설문에 대해 매우 또는 다소 동의한다는 대답이 95.6%에 달했다. 그러나 변호사의 다양한 직역 중 송무는 (매우 중요하고 근본적이지만) 하나일 뿐이다. 변시의 압박, 판례의 무비판적 추종, 기록형 시험에의 지나친 경도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 영역과 진로 전망이 축소되고, 법원에서 벌어지는 전통적 송무만이 법률가의 직역이라고 생각하는 습성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현재 한국 법률시장의 추세는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인한 경쟁 심화, ▷변호사 수의 증가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한 매출 증가, ▷송무사건 수의 정체, ▷비송무 및 국경간 법률서비스의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학교육 단계부터 학생들의 시야를 '국내 송무'로 국한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5. 교육현장에의 부정적 영향

    미래 변호사의 진정한 실무능력은 판례를 많이 암기하고 기계적으로 서면을 작성하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쟁점파악 능력, 소통능력과 공감능력, 판단력, 프로젝트 관리능력 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변시는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학생들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만개에 가까운 판결요지와 수많은 기재례를 의문 없이 외우는 방식의 학습이 역설적으로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Ⅴ. 변시 제도의 개선방안
    1. 출제전담 기구

    상시적으로 출제 방향과 문제 구성을 연구하고 문제 풀을 관리하는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 의사시험을 비롯한 의료인 자격시험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민간위탁을 받아 다수의 전담 연구인력이 지속적으로 문제은행을 관리하고 있는 것도 참고할 수 있다.

     

    2. 출제방식 변화
    (1) 일반

    변시 합격에 요구되는 조문과 판례의 암기량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의 주도 하에 기본판례 선정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되었으므로, 판례의 내용 자체를 묻는 문제는 가급적 이 범위에 한정하고, 근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또한 반복을 피하려고 새롭고 지엽적인 문제를 출제하는 것보다는 반복되더라도 중요하고 기본적인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교육목표에 더 부합한다.

     

    (2) 선택형
    법조문이나 판결요지에 비추어 OX를 판단하는 유형 외에 새로운 문제유형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 전주공통 선택형(MBE)의 경우, 지식이 아닌 추론을 묻는 문제 유형이 발달되어 있다. 예컨대 하나의 사실관계 및 질문을 준 후, 선택지로 Yes, because ~, Yes, because ~ 등을 제시하여, 결론을 암기하고 있는지보다 쟁점을 옳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3) 사례형
    한 문제에서 다루는 쟁점 내지 소문항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무리하게 문제별로 여러 과목을 융합하는 것 같은 외관을 취할 필요가 없다. 또한 문제별로 일일이 쟁점을 특정하여 물어보는 '쟁점제시형'보다, 사안 자체는 단순하게 구성하되 스스로 쟁점을 발견하게 하는 '쟁점발견형'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법률가로서는 '물어본 문제에 대한 판례가 무엇인가'보다 '이 사안에서 문제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판례검색 등 리서치 기능을 가져갈수록 더욱 그렇다.

     

    (4) 기록형
    쟁점 및 소문항의 수를 축소하고, 법적 지식 그 자체보다 주어진 정보 속에서 추론하는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 현재의 기록형에서 묻고자 하는 다양한 법적 지식은 사례형으로도 측정할 수 있다.

     
    민사 기록형에서 '가능한 패소하는 부분이 없게 하라'고 지시하여, 상대방의 주장까지 미리 감안하며 소장을 판결문처럼 사후적·전지적 시점에서 작성하게 하는 방식은 변론주의에 기반한 민사실무와 상반된다. 소장, 답변서 등의 서면은 판사의 시각이 아닌 당사자·변호사의 시각에서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3. 시험 방식의 개선
    사례형 및 기록형은 미국처럼 컴퓨터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하여 수기 작성에 따른 수험생과 채점자의 무용한 수고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선택과목에 대해 별도로 사례형 시험보다 일정한 학점 이수를 요구하는 것이 고사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수험에 필요한 공부량이 적다고 알려진 일부 과목에 선택이 집중되어 선택과목 도입 취지에 역행하고, 선택자들도 학교강의보다 인터넷강의와 요약교재에 의존한다.

     


    Ⅵ. 요약 및 결론

    현행 변시 제도는 운이 아닌 실력에 의해 합격자를 비교적 정확히 선별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경쟁압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현행 변시는 교육현장에 다음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판결요지'에 대한 무비판적 추종 현상 및 비판적·분석적 사고의 제약, ▷시험 과목 일변도의 학습편향 및 법전원 내 학문의 다양성 소멸, ▷미래의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실무능력 후퇴, ▷진로선택에 있어 국내송무 집중 현상 강화.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상시적인 출제연구 조직의 구성, ▷지식이 아닌 추론을 묻는 문제유형 개발, ▷요구되는 암기량, 쟁점의 수 및 소문항의 수 축소, ▷쟁점제시형이 아닌 쟁점발견형으로의 전환, ▷무리한 융합출제의 지양, ▷판사실무보다 변호사실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 ▷선택법과목 과목이수제, ▷희망자에 대한 컴퓨터시험 도입.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 이 글은 2021년 4월 12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움에서의 발제문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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