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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골라 받는 경찰… 법조계 “책임수사 실종” 비판

    업무과중 등 핑계로 어렵거나 복잡한 사건은 기피

    강한 stro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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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변호사는 최근 의뢰인을 대리해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담당 수사관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A변호사가 돌아간 뒤 고소를 한 의뢰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건을 반려하겠다고 통지했다.


    B변호사는 고소 사건을 대리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고소인 조사는커녕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황당했다. 그러다 경찰로부터 접수는 했지만 일단 사건을 반려할 테니 다시 고소장을 접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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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변호사는 피고소인이 혐의를 인정하는 자백 진술서를 첨부한 고소장을 최근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사실을 뒷받침할 금융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반려했다. 경찰은 민사소송을 제기해 금융자료를 확보한 뒤 다시 고소장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우편으로 고소장을 반송했다.

    D변호사는 사기 피해를 당한 의뢰인을 도와 고소장을 냈다가 경찰서 경제팀 소속 수사관을 상대로 관련 법리를 설명하는 사실상의 특강을 반복해야 했다. D변호사는 사건과 관련된 전세차 계약이 무엇인지, 권리관계가 어떻게 변동되는지를 재차 설명하다 결국 수사관 기피신청을 했다.

     

     고소장 접수 자체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사례 늘어


    경찰에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올 1월부터 시행된 이후 일선 경찰서가 이처럼 고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변호사와 사건관계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혐의점을 발견하고 관련 증거를 찾는 대신, 고소인 측에 좀더 구체적인 범죄(피해) 관련 사실과 관련 증거를 수집해 고소장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거나 피해자인 고소인에게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 관련 증거를 확보해오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준비가 미진한 상태에서 덜컥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면서 형사사건 수사 대부분을 맡게 된 경찰이 업무과중 등을 핑계로 어렵거나 복잡한 사건을 기피하는 '체리피킹', '사건 골라받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청) 사건의 관할 및 관할사건수사에 관한 규칙' 제7조 등은 경찰관은 사건 관할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접수해야 하며, 관할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찰서장이 상급경찰관서에 서면으로 관할 지휘 건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소인 측에 관련증거 수집 

    고소장에 포함 요구도


    한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책무를 고소인에게 떠넘기거나 고소 자체를 못하게하니 황당하다"며 "특히 소액사기와 같은 다수 경제범죄나 민생범죄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맡을 수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형사사법절차가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전에도 법률지식이 부족한 고소인에 대해서는 경찰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건을 반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때는 경찰이 거부하면 검찰에 사건을 접수해 수사가 시작되게 하는 방법도 있었다.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내려보내 수사지휘를 하니 경찰이 싫다고 안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경찰이 사건을 뭉개고 있으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소장에 고소인 연락처를 일부러 기재하지 않는 방법을 써 경찰이 고소 대리인인 변호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밖에 없도록 하거나 고소장 하단에 경찰청 사건 규칙을 기재해 사건 반려를 막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되고 검찰의 견제와 감시가 약해진 수사권 조정 시행 초기에 발생하고 있는 이 같은 경찰의 부적절한 행태가 잘못된 관행으로 굳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사 통해 밝혀야 할 사안 떠넘겨 

    고소인도 ‘황당’   


    다른 로펌 변호사도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50조 등에 따르면 경찰이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동의를 받아 고소·고발을 수리하지 않고 반려할 수 있지만, 고소·고발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등 사실상 '각하'에 버금갈 만한 사유가 존재해야 한다"며 "하지만 범죄구성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고 반려를 하는 사례도 많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검찰의 수사지휘 등 그나마 통제장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경찰은 새로운 수사권 조정 제도의 안착 및 책임수사 구현을 위해 △수사관 자격관리제 및 팀장·과장·서장·시도청으로 이어지는 보고·지휘 시스템 구축 △수사심사관 및 책임수사지도관 확대 배치를 통한 심사제도 강화 △불송치 종결 사건에 대한 주기적 점검 △수사심사관-책임수사지도관-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로 이어지는 3중 심사체계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인 셈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4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젊은 경찰관들이 힘들고 어려운 수사 업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지휘부가) 공유하고 있다"며 "(충분한) 수사 경찰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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