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법무부, 검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의 민사화’ 기현상

    “모색적 증거신청 증가는 사법제도까지 변질시켜”

    강한 strong@lawtimes.co.kr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가 폭증한 경찰이 어렵거나 복잡한 사건은 기피하는 '체리피킹', '사건 골라받기' 현상이 이어지면서 때아닌 '형사사건의 민사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인력부족과 증거부족을 이유로 고소장을 반려하는 사례가 늘면서 고소인(피해자) 등 사건관계인들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다음, 재판부에 사실조회 신청 등을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다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궁여지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전에는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무조건 형사 고소 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아 수사력이 낭비되고 남고소가 횡행하고 있다는 '민사사건의 형사화'가 문제로 떠올랐는데,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경찰서에서는 고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하거나, 고소인 측에 구체적인 범죄피해 사실과 관련된 증거를 수집해 고소장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라 사건관계인은 물론 변호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인 고소인에게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 관련 증거를 확보해 오라고 요구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171439.jpg

     

     

    실제로 최근 한 사기 사건의 고소 대리를 맡은 A변호사는 경찰로부터 민사소송부터 제기하라는 요구와 함께 고소장을 반려당했다. 경찰은 A변호사에게 고소 대리를 맡긴 의뢰인에게도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다음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피고소인 등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다시 고소하라고 했다.

    B변호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변호사는 자백 취지 진술서까지 첨부된 고소장을 경찰에 냈지만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경찰은 B변호사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상대방의 금융거래내역서 등을 확보해오면 고소장을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여파는 법원까지 미치고 있다. 

     

    경찰, 

    형사사건 고소장에 

    관련 증거도 포함 요구

     

    C부장판사는 최근 무더기로 접수되는 각종 명령 청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정보제출명령, 문서송부촉탁,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 등이 소 제기와 함께 무더기로 접수되는 이례적인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C부장판사는 "몇 달 전부터 소제기와 함께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 문서송부촉탁, 금융정보제출명령 등을 무더기로 신청하는 원고가 늘었는데 대부분 경찰에 고소장을 내는데 활용하려고 그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신청은 대부분 기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변론에 들어가서 공방이 있어야 증거채택 필요성 평가가 가능하고, 특히 수사용 증거모집을 위해 제출명령을 허가해주면 압수수색 영장 잠탈 문제가 있어 엄격히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부장판사도 최근 한 민사소송 사건의 원고 측으로부터 비슷한 취지의 의견서와 탄원서를 여러차례 받아 곤란해하고 있다. D판사는 "원고 측이 의견서를 통해 (피고에 대한) 금융정보제출명령을 꼭 허가해달라고 읍소했다"며 "(사유가) 기간 내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 수사기관은 놀고 있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고소인에 증거 확보위해 

    민사소송 제기 종용까지

     

    E부장판사는 "민·형사가 함께 제기되는 사건의 경우 이전에는 수사과정을 거쳐 증거가 수집되면 이후 민사소송에 이를 제출하거나 형사절차 이후 민사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민사소송부터 제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민사적 방법으로 해결해야겠지만, 민사소송 절차를 형사절차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한정된 사법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민사소송법과 판례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 같은 모색적 증거신청(알지 못하는 사실을 증거조사를 통해 획득하고. 이를 주장의 기초로 삼으려는 신청)이 잇따르는 것을 사법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위험신호라고 보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면 수사기관이 영장판사의 통제를 거쳐 입수하는 것이 현행 형사사법제도의 골자"라며 "민사재판에서는 대등한 당사자 간 쌍방공방을 통해 진실이 발견되어야 한다. 영장을 통해 받아야 할 것에 (판사가) 섣부르게 강제명령을 하게 되면 사법제도가 형해화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마다 

    각종 명령청구 접수 이례적 증가  


    또 다른 변호사도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수사기관은 물론 정부기관들이 최근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간단한 인적사항 확인이나 송부촉탁에도 응하지 않는 기조를 강화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여기에 수사권 조정 여파까지 작용하면서 호소할 곳을 잃은 피해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책무를 고소인에게 떠넘기는 일부 수사관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사법제도까지 변질시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큰 돈을 내고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다양한 소송기술을 쓸 수 있는 사람과 국가의 책무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돈 없는 피해자 간 간극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변호사는 "초기에 증거가 제대로 확보되면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사기관만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사법제도 전체 운영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법조계가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나 증거보전 제도 개선 등 포괄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더보기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