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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소송요건

    -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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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소외 1은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소외 1의 자녀로는 장남 소외 4, 장녀 소외 2, 차녀 소외 5가 있었다. 장남 소외 4와 그의 배우자 및 자녀들, 차녀 소외 5와 그의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하였고, 소외 5의 자녀로는 소외 6이 유일하게 생존해 있었다. 원고는 소외 4의 손자이자 소외 1의 증손자이다.

    소외 6은 2010년 8월 30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소외 1의 손자로서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다.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24일 소외 6을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는 결정을 하였다. 한편 소외 3은 2011년 11월 25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자신이 소외 1의 장녀 소외 2의 자녀로서 소외 1의 손자녀 중 선순위자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30일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소외 3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독립유공자등록거부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위 판결은 이후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검사를 상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은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소를 각하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소외 1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다.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와 달리,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률상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별개의견은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엄격하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Ⅲ. 분석 및 검토
    1. 판례 변경의 배경

    민법 제865조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제865조가 인용하고 있는 민법의 조문들은 대부분 친자관계의 당사자 또는 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에 대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제862조의 '이해관계인'이 유일하다. 이해관계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친자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친생자관계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거나 넓어질 수 있다.

    종전의 판례는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판단할 때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달리 취급하여 왔다.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낮추어놓았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 반면 그러한 친족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친생자관계 존부의 확정판결에 의해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어야만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높여놓았다(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므3 판결; 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므88 판결).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었던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된 뒤에도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유지되었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제777조 소정의 친족이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 점에 관하여는 별개의견도 견해를 같이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종전 대법원 판례의 근거가 되었던 구 인사소송법 제35조 및 제26조는 폐지되었고, 그밖에 제777조 소정의 친족을 달리 취급할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2.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에 관한 '이해관계'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의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게 되면 자신이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의 기대와 달리, 위와 같은 확인을 받더라도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요구되는 이해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이 사건의 원고에게 그러한 이해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다수의견은 제865조의 이해관계인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있어야'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별개의견은 원고적격을 판단하는 단계에서 원고가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리할 것은 아니고, 판결 결과에 따라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이해관계인으로서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상적인 법리 차원에서 보면, 다수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이해관계'와 별개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사이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판단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국면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큰 차이를 보였다. 다수의견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결과에 따라 원고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는 정도의 확실하고 중대한 이해관계를 요구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 내지 가능성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필자는 다수의견이 별개의견보다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확인의 이익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이해관계인은 사실상의 이해관계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또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심리가 친자관계 당사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불이익한 영향을 고려하면, 이해관계의 의미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별개의견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르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 요건이 소송요건으로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는 해당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친자관계의 당사자 사이, 혹은 그 소송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별개의견과 같이 그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다소 불확실한 개연성만으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게 되면, 확인의 이익이 없어 소가 각하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입해 보면, 다수의견의 타당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 소외 2가 소외 1의 친생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그 결과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 어차피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고 하여, 원고가 부양의무를 면하게 된다거나 상속관계에서 유리하게 된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친자관계의 당사자인 소외 1과 소외 2는 이미 사망하였고, 원고는 소외 1의 증손자에 불과하다. 소외 1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고자 하는 원고의 희망이 '법률상 이해관계' 혹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이른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원고에게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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