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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형사법의 교육과 연구에 관한 소고

    강동범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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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법학전문대학원법)'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이 개원한 이후 형사법학계를 포함한 법학계에 미친 후폭풍이 엄청나다. 법학전문대학원법은 법조인 양성 체제를 바꾼 것이지만 그로 인해 형사법을 비롯한 거의 모든 법학의 교육과 연구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초래하였다. 명암의 양면이 있는 변혁과 전환의 과정에서, 형사법의 교육과 연구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생각의 일단을 피력한다.



    2.
    우리나라 형사법학의 수준을 끌어올린 법학자로서, 독재정권에 맞서 대학의 자유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셨던 월송 유기천 교수님은 이미 50여 년 전 "법조인은 국가의 병리현상을 제거하고 생리현상이 유지되도록 그 사회의 정의를 실천에 옮기는 국가존립의 기초가 되는 중대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법조인의 기능을 도외시하는 것은 마치 들보나 서까래를 빼놓고 집을 세워 보려고 하는 경우와 흡사하다"고 말씀하셨다.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 상황을 마주하면서, 법조인과 법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유 교수님의 선각자적 혜안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제정된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사법시험이 2017년까지 시행되고 다음 해부터 폐지되면서(부칙 제4조), 법조인이 되기 위한 시험의 응시자격이 법학학점의 편의적 이수(사법시험)에서 법전원과정의 필수적 이수(변호사시험)로 바뀌어,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더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되자 학부의 법학과는 폐지·축소되고 있다. 4년제 일반대학의 법학계열 입학정원이 2008년 1만270명(전체 입학정원의 3.2%)이었는데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금년에는 2991명으로 2008년 대비 71%나 줄었고, 전체 입학정원의 1%에 불과하다(교육통계서비스 참조). 이러한 심각한 상황은 법학사의 현저한 감소에서도 나타난다. 일반대학의 법학사는 2011년 8897명으로 전체 학사의 3%였는데, 계속 줄어 2020년에는 4093명으로 10년 만에 절반 이하(46%)로 낮아져 일반대학의 학사학위 취득자 중 법학사의 비율이 1.26%로서 2011년(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편적 규범의식과 법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적으면 사회의 준법수준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평화적 분쟁해결도 어려워진다. 또한 법적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손해와 사회질서의 해체는 국민의 평화로운 일상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우리가 거의 매일 부딪히는 법률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변호사자격은 없더라도 법률지식이나 법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되고, 법률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분쟁을 사전에 막고, 발생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학전문대학원법 제8조 제1항(법학전문대학원을 두는 대학은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을 둘 수 없다)으로 인해 법전원을 인가받은 전국 25개 대학은 법학사 학위과정을 폐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법학교육과 연구 모두 고사할 지경이다. 법전원을 설치하는 대학에는 법학사 학위과정을 두어서는 안 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우려하는 것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학문인 법학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법전원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대학에도 학부에 법학과를 다시 설치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법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여 국민의 준법의식을 고양시키고 비법조 직역 종사자에게도 법적 사고방식을 갖게 함으로써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위기에 처한 법학의 교육과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전원의 형사법교육을 보면,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의 폐해를 없애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위해 도입된 법전원의 교육에 대한 평가는 상반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법전원의 형사법 교육은 '전문적인 법률이론에 관한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고 판례 위주의 지식전달에 그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된 원인은 변호사시험의 선택형은 물론 사례형과 기록형조차 쟁점 해결을 위한 이론과 관련 판례의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한 학생 보다는 법조문과 수많은 판례를 암기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도록 출제된다는 점에 있다. 그리하여 법전원의 형사법교육에서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하는 학설에 대한 학습은 크게 축소되었고, '이해에서 암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판례 암기력을 측정하는 출제는 정답 시비의 우려를 피하고 출제의 편의를 위한 측면도 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현행 변호사시험의 형식과 내용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형사법의 경우, 1) 문제유형이 선택형·사례형·기록형 3유형인 점, 2) 선택형 시험에서 주어진 시간에 비해 지문이 매우 길다는 점, 3) 시험범위가 선택형은 형사소송법, 사례형·기록형은 형사특별법을 포함하고 있는 점, 4) 문제 내용이 판례를 알고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 5) 사례형(200점)의 설문 수가 지나치게 많은 점[예컨대 2021년도 제10회 변호사시험의 <제1문>이 8개(25점+10점+5점+10점+10점+25점+8점+7점), <제2문>이 6개(25점+25점+10점+15점+10점+15점)] 등이다.

    법전원에서 형사법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변호사시험 형사법 문제의 경우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1) 선택형·기록형을 폐지하거나 형사소송법을 선택형 범위에서 제외할 것, 2) 선택형을 유지하더라도 시험시간에 충분히 읽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지문의 분량을 줄일 것, 3) 형사특별법은 과감하게 제외하거나 형법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법률로 최대한 제한할 것, 4) 판례 위주로 출제하더라도 암기력이 아니라 사안에 대한 분석력·논리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할 것, 5) 판례 일변도의 출제를 지양하고 이론에 대한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가 요구되는 문제를 출제하며 이를 위해 문제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 6) 사례형 문제의 설문 수가 100점당 4개를 넘지 않을 것, 7) 정답 시비와 관련하여 출제위원회에서 전속적·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원이 자제할 것.

    나아가 법전원에서 교육과 연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가 필요하다는 주장(현행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의 성격을 가진 것이면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정착을 위하여 최저 합격률을 보장한 절충적 형태라는 견해도 있음)이 있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법전원 교육정상화를 위하여 변호사시험문제의 출제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위탁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개인적으로는 합격률을 높이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하는 것이 법전원의 교육을 정상적인 법학교육으로 환골탈태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3.
    일반대학 법학계열의 입학정원이 최근 10여 년 사이 70% 이상 감소하면서 법학강의가 대폭 줄었고, 이는 형법학을 포함한 법학연구자가 되려는 학생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 교수의 연구를 도와주며 (형)법학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는 법학학술석사가 2011년(449명)부터 2015년(413명)까지는 400명대를 유지하다 2016년 300명대 후반(392명)으로 감소하더니 금년에는 320명으로 2011년에 비해 30% 정도(129명)나 줄었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업 연구자 수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교수 등 현재의 법학연구자의 연구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학문후속세대의 감소로 장래의 (형)법학연구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형사법학이 발전하려면 형사법의 수많은 쟁점에 대한 다양하고 지속적인 연구가 그 핵심이며, 이들 연구는 형사법연구자가 충분히 확보되어야만 가능하다. 즉 형법학을 포함한 법학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법학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적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일반대학원 법학과의 석·박사과정에 전업 대학원생이 넘쳐나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형사법연구자로서 일생을 보내고 싶은 교육·연구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 법전원을 도입하면서 법률에 의하여 폐지하였던 법학과를 부활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즉 종래와 같이 법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법학연구자가 자신이 공부하고 연구한 성과를 교육할 공간과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터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법학, 나아가 형사법학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4.
    많은 사람들이 다툼을 예방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법률가를 찾는다. 법률가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 '모든 길은 법'으로 통한다. '대학의 법학계열 입학정원 감축→법학사 감소→보편적 규범의식 내지 리걸 마인드 보유자와 법학연구자의 감소'라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사회의 총체적인 법적 소양을 제고시킬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강동범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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