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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기사

    [202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上)

    보험계약 무효 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사소멸시효 5년 적용
    시효취득형 분묘기지권자도 토지소유자에 사용료 지급의무 있다

    이계정 교수(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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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저서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의 지배자가 된 이유로 옹기종기 모여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언급하고 있다. COVID-19로 인하여 옹기종기 모여 언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격감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법원은 2021년에도 신선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였다. 속히 이야깃거리를 공유할 수 있는 광장이 활짝 열리기를 고대한다.


    Ⅱ. 조건 성취의 방해 관련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은 조건 성취의 방해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하였는데, '주주간 계약의 일방 주주가 제3자에게 그 보유주식을 매도하고자 하는 경우 상대방 주주로 하여금 그 보유 주식을 해당 제3자에게 동시에 매도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리'인 동반매도요구권이 문제되었다. A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대주주인 피고 회사는 A 회사의 다른 주주인 원고에게 동반매도요구권을 부여하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르면 원고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의사가 명시된 매도결정통지를 수령하는 경우 피고 회사는 다음의 선택지를 갖는다. 피고 회사는 (x)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동의하거나 (y) 원고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피고 회사가 선택한 가격으로 매수하거나 (z) 원고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원고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려면 적절한 매수희망자를 물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적기에 A 회사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A 회사에 실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협조할 의무가 인정되는바, 피고 회사가 협조의무를 위반한 점은 인정되었다. 원심은 피고 회사가 협조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조건 성취가 의제되어 (y)에 따라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위 협조의무 위반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도 없으므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조건의 성취의 의제를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동반매도요구권은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데, 피고 회사의 협조의무 위반으로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지 못하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조건 성취가 의제되었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설시하였다.

    (2)
    그러나 대상판결은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한 때의 해석과 관련하여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엄격하게 해석하였다. 이에 따라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결정을 조건이라고 보더라도 피고 회사의 협조의무 위반이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3)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조건 성취를 의제하는 이유는 실제로 성취하지 않은 조건을 마치 성취된 것처럼 취급하여 법률행위의 효력을 발생시키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해당 법률행위의 내용 자체가 확정될 수 있어야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원고가 조건 성취 의제를 통해 동반매도요구권의 효력을 주장하려면 동반매도요구권의 내용 자체가 확정되어야 하는데, 그 내용에 해당하는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백지상태이므로 동반매도요구권의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다. 이에 대상판결은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 없는 경우"에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칙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類推適用)할 수 있다."라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 다만, 사안에서는 피고 회사의 협조의무 위반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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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효과를 정할 수 없는 경우

    조건 성취 의제에 관한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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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 보험계약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수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인 경우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문제되었다. 종래 대법원은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라고 하였으나(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233596 판결), 대상판결은 보험자의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았다.

    2.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상사소멸시효의 적용 여부

    상행위인 계약이 무효인 경우에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하여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ㅤ2019. 9. 10.ㅤ선고 2016다271257 판결). 그러나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은 판결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는 불확정 개념이라는 점에서 소멸시효기간을 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 가령 상행위에 해당하는 부동산 매매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에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하다가(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64957,64964 판결), 분양계약 무효로 인한 분양대금 반환 사안에서는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하는데(대법원 2015. 9. 15.ㅤ선고 2015다210811 판결) 하급심으로서는 쉽게 소멸시효기간을 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상행위에 기한 법률관계가 존속 중인 경우에 법률관계를 신속히 종결시켜 주기 위하여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인바, 상행위인 법률관계의 청산(淸算)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속한 종결이 요청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행위인 법률관계의 청산을 위한 급부부당이득에 있어서는 일률적으로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관점에서 상사소멸시효 적용을 긍정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58074 판결도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보험사고의 발생을 가장하여 청구·수령된 보험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다208621 판결에서는 회사의 위법배당으로 인한 주주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Ⅳ. 후순위담보권자의 소멸시효 원용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다232597 판결은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한 경우 후순위담보권자가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B는 A에 대한 대여금채권의 담보로 A 소유의 부동산에 담보가등기를 경료받았는데, '가등기 담보 등에 관한 법률' 소정의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이하 '이 사건 본등기')를 마쳤다. 그 후 원고는 A와의 대위변제약정에 기하여 B에게 위 차용금을 변제하였다. 그럼에도 B는 A와 합의 하에 C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피고는 C로부터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피고에게 일정액을 배당하는 배당표가 작성되자, 원고가 이 사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취득한 A에 대한 대여금채권(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후순위담보권자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담보권의 순위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후순위담보권자인 피고는 소멸시효 원용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시효원용권자 논의 관련
    (1)
    원고는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B의 A에 대한 대여금채권과 그 담보인 가등기권을 당연히 취득한다. 피고의 근저당권이 무효인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이 사건 이전에 원고가 제기한 근저당권말소청구의 소에서 법원은 '이 사건 본등기는 원인무효 등기이지만 A와 B가 이 사건 본등기 말소등기절차를 생략한 채 직접 B로부터 C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한 것이므로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라고 판단하여 그에 터 잡은 피고의 근저당권도 유효하다고 보았다. 다만, 원고의 가등기권이 먼저 설정되었으므로 원고는 선순위담보권자, 피고는 후순위담보권자가 된다.

    (2)
    종전부터 대법원은 소멸시효 원용을 할 수 있는 자는 시효로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된다고 설시하여 왔다. 현행 민법은 의용 민법에 있던 시효 원용에 관한 규정(의용 민법 제145조)을 삭제하는 등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고 있음에도 상대적 소멸설의 입장에서 시효원용권자를 논하는 판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정법에 반하여 무리하게 상대적 소멸설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법관에 의한 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시효로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소멸시효 효과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은 분명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

    (3)
    시효원용권자에 관한 판례에 비추어 후순위담보권자는 소멸시효 원용을 할 수 없는 자인가? 후순위담보권자는 물권자로서 담보권에 기하여 배타적으로 할당된 이익을 가지고 있는 자이다. 나아가 후순위담보권자의 순위승진으로 인한 이익은 법적으로 확고하게 인정되는 이익이다(순위 승진의 원칙). 이러한 후순위담보권자의 이익을 단순한 반사적 이익이라고 볼 수 있는지 대상판결에 많은 의문이 있다. 저당권에 설정된 목적물의 제3취득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로 누리는 이익, 즉 먼저 설정된 물적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이 '직접적인 이익'이듯이(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 후순위담보권자의 선순위담보권으로부터의 해방도 '직접적인 이익'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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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 소멸시효 원용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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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Ⅴ. 점유권에 기한 소와 본권에 기한 소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9다202795,202801 판결은 소유자로부터 점유를 침탈당한 자가 정당한 권원이 없어 점유를 회복하더라도 어차피 소유자에게 점유를 이전해야 하는 경우에 점유자의 점유회수의 본소와 소유자의 소유물반환청구의 예비적 반소의 관계가 문제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피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이 사건 건물의 주차장 진입로로 사용해 왔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전 소유자에게 이 사건 토지 사용을 승낙한 적이 있으나 원고에게는 승낙을 하지 않고 오히려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주차장 진입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하였다. 이에 원고는 점유권에 기하여 위 펜스의 철거와 이 사건 토지의 인도를 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될 경우에 대비하여 소유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의 인도를 반소로 구하였다. 원심이 원고의 본소 청구와 피고의 반소 청구를 모두 인용하자 쌍방이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쌍방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우선 이 사건 건물의 전 소유자가 취득한 피고에 대한 사용대차권은 원고에게 승계되지 않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다고 보았다. 한편, 점유를 회복하더라도 어차피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해야 할 원고의 본소를 인용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종전과 같이 이를 긍정하면서도 본권자인 피고는 집행단계에서 원고의 집행을 저지할 수 있다는 아래와 같은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 "본권자의 소유권에 기한 반소청구는 본소의 의무 실현을 정지조건으로 하므로, 본권자는 위 본소 집행 후 집행문을 부여받아 비로소 반소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으로 물건의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 다만 점유자의 점유회수의 집행이 무의미한 점유상태의 변경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할 뿐 아무런 실익이 없거나 본권자로 하여금 점유회수의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명백히 정의에 반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점유자가 점유권에 기한 본소 승소 확정판결을 장기간 강제집행하지 않음으로써 본권자의 예비적 반소 승소 확정판결까지 조건불성취로 강제집행에 나아갈 수 없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본권자는 점유자가 제기하여 승소한 본소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서 점유권에 기한 강제집행을 저지할 수 있다."

    2. 점유권에 기한 소와 본권에 기한 소의 관계
    (1)
    민법 제208조는 점유권에 기인한 소와 본권에 기인한 소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점유권에 기한 소는 본권에 관한 이유로 재판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208조를 해석함에 있어 조문의 연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등기제도가 없던 로마법하에서는 소유자가 자신의 권리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소위 '악마의 증명'에 대하여는 졸고, 권원 중심의 취득시효 법리와 자주점유 판단). 이에 소유권 증명이 요구되는 소유물반환청구는 점유를 침탈당한 경우에 적절한 구제수단이 되기 어려웠다. 이에 소유자는 점유보호청구권에 의해 일단 보호를 받도록 하였는데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상대방은 본권에 관한 주장을 할 수 없게 하였다. 이처럼 민법 제208조는 소유권 증명이 어려웠던 시대에 소유권을 보호하고자 마련된 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등기제도가 완비된 현시점에서는 그 의의가 현저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법 제208조의 의미는 점유보호청구권과 본권에 기한 청구권이 서로 별개의 권리라는 사실을 확인적으로 규정하는 정도의 내용에 그치는 것이다(김형석 집필부분, 주석 민법(물권 1), 538면).

    (2)
    대상판결에서 피고로부터 점유를 침탈당한 원고는 점유를 회복하더라도 어차피 피고에게 점유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에서 본 민법 제208조의 취지에 따라 법원은 점유권에 기한 원고의 본소와 피고의 반소를 모두 인용해야 하며 점유권에 기한 본소를 본권에 관한 이유로 배척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9다208441 판결). 그러나 두 승소판결은 집행단계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피고에게 반환해야 할 이 사건 토지를 원고가 점유 회복을 위해 강제집행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고민하여 본권자인 피고가 점유권자인 원고의 강제집행을 권리남용 등을 이유로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저지할 수 있음을 밝혔다. 민법 제208조의 입법취지가 본권자 보호에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소유자의 점유자에 대한 강제집행 저지 사유를 넓게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강제집행 저지 사유를 지나치게 넓게 보면 소유자의 자력구제를 쉽게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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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유자의 점유회수의 집행이

    무의미하여 아무런 실익이 없는 경우 

    본권자는 점유자의 강제집행을 

    청구이의 訴로 저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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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Ⅵ.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1. 쟁점과 판결요지

    대법원ㅤ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자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다수의견은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자는 토지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고 보면서도 토지소유자의 지료 청구가 있는 때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과 마찬가지로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면서도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대의견은 분묘기지권의 유상성을 내용으로 하는 관습이 확인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부정하였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분묘기지권은 1927년 조선고등법원 판결에 의하여 승인된 관습법상 물권이다. 분묘기지권에는 승낙형 분묘기지권, 양도형 분묘기지권,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있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하였으나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 기지를 점유한 경우에 인정된다. 대법원ㅤ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관습법으로 여전히 인정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에서는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문제가 되었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에 대하여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던 종전의 판례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있었다. 일단 성립된 분묘기지권은 권리자가 분묘의 봉사를 계속하는 한 존속한다고 보아 사실상 영구적인데 지료 지급의무조차 인정되지 않으면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종전에 인정했던 '무상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이 그 불합리성을 이유로 더는 관습법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3. 지료 지급의무의 발생시기 - 조리? 법률의 유추적용?

    다수의견은 지료 지급의무의 발생시기에 대하여 성문법이나 관습법이 모두 존재하지 않으므로 조리를 근거로 '지료 청구 시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별개의견은 조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법정지상권에 관한 민법 제366조를 유추적용하여 '분묘기지권 성립 시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조리'는 일반사회인이 보통 인정된다고 생각되는 객관적인 원리 또는 법칙인바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통념, 형평 등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해당 사안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성문법이 없다고 하여 바로 조리에 의존하여 재판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성문법국가에서 다소 부자연스럽고 법관의 자의적 결론이 양산될 우려가 증대된다. 법관의 법형성기능보다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우선시하는 성문법국가에서는 해당 사안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그 조항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분묘기지권은 다른 사람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이라는 점에서 법정지상권의 법리를 유추적용하는 별개의견이 타당하다. 지료청구권이 형성권이 아닌 이상 지료 청구 시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료청구권은 이미 존재하는 지료 지급의무에 대하여 이행을 구하는 성격을 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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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권보증인의 여러 부동산에 공동저당이 설정되고 

    그 중 한 부동산에 후순위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변제자대위 우선설 적용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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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Ⅶ. 공동저당과 변제자대위
    1. 쟁점과 판결요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공동저당이 설정되고 그중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후순위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경매되어 선순위 공동저당권자가 먼저 배당을 받은 경우에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가 우선하는지 후순위저당권자의 대위가 우선하는지 견해 대립이 있다. 판례는 기본적으로 변제자대위 우선설의 입장에 있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25417 판결).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1다247258 판결은 물상보증인 소유의 여러 부동산에 공동저당이 설정되고 그중 한 부동산에 후순위저당권이 설정된 다음에 그 부동산이 채무자에게 양도되었고 그 후 물상보증인에게 남아 있던 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된 후 경매된 사안이다. 위 경매에서 선순위 공동저당권자가 먼저 배당을 받은 경우에도 변제자대위 우선설이 적용되는지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물상보증인이 자신이 변제한 채권 전부에 대해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 후순위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이 채무자에게 이전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대위를 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는 반면, 물상보증인 또는 그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제3취득자는 뜻하지 않은 이득을 얻게 되어 부당하다."라는 이유로 변제자대위 우선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 경우에 물상보증인 내지 제3취득자의 변제자대위는 후순위저당권자(사안에서는 후순위 전세권자)의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성립한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변제자대위 우선설의 논거는 물상보증인이 변제자대위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채무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서 담보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그 후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후순위저당권이 설정되었다고 하여 그 기대이익을 박탈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물상보증인 소유의 여러 부동산에 공동저당이 설정되고 그 중 한 부동산에 후순위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 물상보증인은 당초에 '채무자'에게 최종적인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후순위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 당시 민법 제368조 제2항 소정의 대위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채무자에게 양도되었다는 우연적 사정을 기화로 물상보증인(또는 그로부터 소유권을 양수한 제3취득자)이 변제자대위 우선설을 주장하는 것은 망외의 이득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다. 변제자대위와 후순위저당권자대위 사이의 우열은 장래에 대위권을 취득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 시점의 선후에 따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ㅤ2011. 10. 13. 선고 2010다99132 판결). 물권 취득 당시의 법적 지위를 사후적 사정에 의하여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은 물권법의 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타당하게 판시하였다.


    이계정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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