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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법원행정처

    법관 정기인사 앞두고 유례없는 ‘엑소더스’

    법원장·고등부장 등 함께 ‘고법판사’들도 줄 사표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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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법관 정기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판사 퇴직자가 80여명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고위법관은 물론 상고심 재판을 돕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부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고법판사 및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중견법관들이 대거 사직 행렬에 나서 '법관 엑소더스(Exodus,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관 인력 부족 등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법관들의 이 같은 사직 행렬이 되풀이 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법관 사직자 80명을 웃돌 듯 =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장과 고법부장판사 등 고위법관 가운데 고의영(64·사법연수원 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최규홍(61·16기) 수원고법 부장판사, 허부열(60·18기) 수원지법원장, 유상재(59·21기) 법원도서관장, 강영수(56·19기) 인천지법원장 등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중견법관들도 대거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한돈(57·28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결정을 한 이종환(47·30기), 한원교(47·31기)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등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 평균 법관 사직 50~60명 훨씬 넘어

     80여명 전망


    여기에 사직 의사를 밝힌 부장판사급 현직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5~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의 핵심으로 불리는 고법판사 중 13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 법관 사직자 수는 80명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의원면직과 명예퇴직 등을 포함해 법관 사직 규모는 매년 50~60명대다.

    ◇ "법관 인사 이원화 정책 등 실패" 지적도 =
    법관들이 대거 사직하는 이유로는 법관 사회 안팎의 갈등과 사기 저하 등에 따른 자긍심 훼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자녀 교육 등 경제적인 이유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 부장판사는 "성실하게 일 열심히 하려는 중견법관들을 오히려 민폐 끼치는 꼰대 취급을 하니 자긍심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법원 수뇌부도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니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치솟은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옷을 벗는다는 판사들도 많다"며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막 마친 법관 등 대형로펌이 선호하는 때에 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동기부여 사라지고 자긍심 떨어져

    사기 저하가 원인 


    여기에 고법판사의 대규모 사직으로 법관 인사 이원화 정책이 실패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원화 제도의 중심이 되는 고법판사의 상당수가 더이상 법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지방근무를 나가야 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고법판사들이 로펌에 적극적으로 입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 입장에서도 이들을 영입하면 고법부장판사급 이상 고위법관 출신을 영입하는 것과 달리 수임제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데다 상대적으로 영입 비용도 낮출 수 있어 이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판사는 "고법판사들은 업무 측면에서 보면 이른바 가장 물이 올랐을 때"라며 "특히 서울고법의 경우 주요사건을 많이 처리하므로 대형로펌에서도 자연스럽게 선호할 수밖에 없다. 평생법관으로 남아있을 것이 아니라면 로펌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또 본인도 가장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나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

     “법관 이원화 정책 실패의 방증” 지적도

     

    다른 판사도 "당초에는 수도권에 고법에서 근무하는 고법판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방으로 보내지 않았지만, 형평을 맞춘다면서 지방으로 발령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다는 인센티브도 사실상 사라졌다"며 "결국 수도권 고법에서 일하다 지방으로 가야 할 때쯤 사직서를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법판사가 지방 근무를 한다고 해서 그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지도 않고, 열심히 사건을 처리하려고 하면 주위에서 눈치를 주니 법원을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법조계 "대책 마련 시급" =
    법조계에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법관 부족으로 인력난을 호소하는 법원에서 경륜을 갖춘 우수한 중견 법관들이 매년 대거 빠져나갈 경우 사건처리 지연이나 재판 서비스 질 저하 등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고법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사직은 법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법원이 이들을 붙잡고 있을 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견법관들의 사직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사직자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고 분석함으로써 종국에는 법원이 스스로 다시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판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자긍심이 유지되고 커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법원 내부에서부터 세대별로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니 이런 조직에 더는 몸담기 싫은 기류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일하면서 판사로서 자긍심을 느끼며 평생법관으로 봉직하고 싶은 법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대책마련 절실” 

    이구동성

     

    다른 판사는 "법원 장기미제사건 적체가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숙련된 중견법관들이 대거 사직하면 사건적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견법관들이 떠난 빈자리를 저연차 법관들이 메꿔야 하는데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관 선발 및 양성 시스템 등도 개혁해 양질의 재판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법 대개혁이 필요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또다른 판사는 "최근 폭등한 집값 영향에 사직을 결정한 법관도 적지 않은 만큼 처우 문제 개선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적 상황보다 법관이 가지는 자긍심과 보람에 더 가치를 둘 수 있도록 법원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륜을 갖춘 중견법관들이 매년 대거 법원을 떠나는 현상이 고착화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평생법관제 등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sypark·shhan·ykle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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