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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나도 한때 검찰 선처 받았다… ‘법의 눈물’은 필요”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 가족史 회고

    박솔잎 기자 solipi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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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에는 눈물이 있어야 합니다."

    오판(誤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수년 간 동분서주하며 명실상부한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자리잡은 박준영(48·사법연수원 35기·사진) 변호사의 말이다. '삼례 3인조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재심결정을 이끌며 검찰권 남용 등을 지적해 온 그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불러일으킬 문제점에 주목, 그 울림이 더욱 크다.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변호사는 "약자를 배려해야 할 때 (검찰이) 재량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거나 주저하게 된다면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칙이나 기준 없는 검찰권 축소 등 입법강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로 책임성 약화를 꼽았다.

      

     수사관이 사건 전후 상황 안 살피고 

    법적용 한다면

    법은 진정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지배 

     

    "책임감을 갖고 수사를 열심히 하여 사건을 기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처가 필요한 경우는 통상적이지 아니한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 일이 아니고 내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 괜히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되어 생길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수사기관이 약자의 편에서 '법의 눈물'을 고려하여 재량을 발휘할 수 없다면 사회적 불행입니다."

    박 변호사는 "(검찰개혁) 입법이 강행되는 과정에서 정치가 개입하면서 서로가 상대를 괴물로 규정하고 헐뜯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 검찰과 경찰은 서로 협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왔다"며 "각 기관이 수사를 통해 종국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약자의 고통을 살피도록, 즉 '법의 눈물'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수완박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장 목소리 철저 배제 


    그러나 한편 박 변호사는 "돈과 관계를 이용한 사건 왜곡의 시도들이 여전히 있고, 일부 검사와 수사관이 사건 왜곡에 가담하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이유로)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선한 마음으로 지지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또 "변화된 수사환경에 대한 고려, 검찰수사와 사법통제의 순작용을 도외시함으로써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수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권한마저 박탈하는 입법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법조인이 되기 전 자신이 직접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관련기사 1면>.

     

    경찰이 격무 속 

    국민의 눈물 살필 여유 있을지 걱정  


    그는 "수사기관이 범죄를 기계적·피상적으로 보거나 피해자·가해자 등 사건 관계자와 관련된 전후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법을 적용하게 된다면 그 법은 진정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지배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자의 서러움을 살피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책임감 있게 사건을 처리하려는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조건 '검찰은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를 점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번 입법의 가장 큰 문제로는 "현장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됐다"며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지 검찰의 권한을 쪼개어 축소시키는 것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반사적 효과로 수사권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2021년 1월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부담이 과중된 경찰이 격무에 시달리며 (국민들의) 눈물을 살필 여유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 수사관, 경찰관들이 모여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인권을 보장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놓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서러움을 닦아 주는 방향의 제도 개혁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박준영 변호사 인터뷰 전문

     

     

    - 검수완박에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

    =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민주당 국회의원과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관련 토론을 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도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관심은 있지만 기사를 봐도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도 잘 모르는 법안을 일반 국민이 잘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형사절차를 규정한 법률입니다. 개정안의 내용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전문적이고 관념적인 법용어가 상당히 어렵게 다가가는 게 사실입니다. 


    sns 글은 일반 시민들이 많이 보는 것으로 압니다.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사례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례를 제가 경험한 경우는 글이 더 설득력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부끄럽고 부담도 되는 저의 삶을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법안의 ‘구체적인’ 문제 지적이 관념어의 한계도 있지만 진영논리의 벽에 부딪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큰 틀에서 살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신 선생님은 우리가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이 '추상력'이라 했습니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압축하는 능력, 즉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두 언론을 통해 공론화했습니다. 당시 삼촌이 제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문제의 핵심이 뭐야?" 저는 문제점을 장황하게 나열할 수는 있었지만 법에 문외한인 삼촌을 상대로 핵심을 이야기하기 어려웠습니다. 사건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제가 개정된 형사소송법 등이 갖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건 불편했습니다. 제 지식과 경험으로 분석 가능한 문제의 핵심을 정리하고 싶었고, 그게 '책임성'과 관련된 '법의 눈물'이었습니다. 


    - '법의 눈물'이란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에서 가져왔습니다. 제도 개혁이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서러움을 닦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가 sns에 쓴 ‘경험’을 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2001년 11월 16일 아버지가 굴삭기와 덤프트럭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잘 버티셔서 외관상 드러난 상처는 별로 없었는데 심장혈관 출혈이 있었고 그 출혈이 계속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섬에 있는 병원에서 출혈을 전혀 알지 못했고 포도당 주사를 놔줬습니다. 열악한 의료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너무 아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뒤늦게 육지 병원으로 옮기는 데 의료선박이 없어서 고깃배로 옮기다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병원 앞에서 시위라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법을 공부한다는 제가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엑스선 사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 사진을 가지고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을 문제삼는 소송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섬지역의 응급구조체계를 문제 삼는 소송을 하고 싶었습니다. 


    돈은 없고 지역 신문의 '무료 법률 상담' 광고를 보고 해남을 찾았습니다. 그분의 상담이 성의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저는 더 이상을 소송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포기했습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웠습니다. 저는 변호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무료 법률 상담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광고를 하는 변호사님들을 문제 삼는 게 결코 아닙니다. 상처가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당시 저희들의 눈물을 닦아준 법도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사고의 가해자가 외삼촌이고 아버지는 그 외삼촌에게 제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일을 시켰던 까닭에, 형사책임의 부담은 유족의 몫이었는데 변호사를 선임할 돈은 없고 검찰의 선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범죄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주었고, 가장 없이 살아갈 유족의 처지와 상황을 배려해주었습니다. 벌금 100만 원의 약식기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벌금은 돈이 없는 삼촌을 대신해서 저희가 책임져야 했습니다. 


    수사기관이 범죄를 기계적·피상적으로 보거나 피해자·가해자 등 사건 관계자와 관련된 전후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법을 적용하게 된다면 그 법은 진정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지배’하는 법이 됩니다. 


    - '법의 눈물'에 있어 수사기관의 역할은

    먼저, 제 의견이 검찰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경찰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범죄의 1차적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 기관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약자의 고통'을 살피며 '법의 눈물'을 고민하자는 겁니다. 


    (검찰개혁) 입법이 강행되는 과정에서 정치가 개입하면서 서로가 상대를 괴물로 규정하고 헐뜯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 검·경은 서로 협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왔습니다. 각 기관이 수사를 통해 종국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약자의 고통을 살피도록, 즉  '법의 눈물'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검수완박' 이후 생길 수 있는 변화는

    많은 시민들은 지금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에겐 법이 너무 무디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가진 게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 인정사정 없이 법이 집행된다며 분노합니다. 적용되는 법의 잣대가 다르다는 겁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 부담이 과중되어 사건 처리 지연, 적체 등의 부작용이 많음에도 경찰의 부담을 더 가중하는 방향으로 입법강행이 이뤄졌습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힘 있는 사람들이 법망을 피해 가는 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약자의 서러움을 살피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이 본인들이 힘든 상황에서 사건관계인의 눈물을 살필 여유가 있을지 걱정입니다. 상대적으로 업무부담이 가벼워진 검찰은 졸속 입법으로 인한 개정법의 해석상 혼란과 공백 속에서 온전히 자기 책임으로 구체적 사안에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그간 재심사건 전문가로 검찰권 남용을 강하게 지적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책임성과 이를 통한 법의 눈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일부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과 달리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선한 마음으로 지지하는 분들이 상당합니다. 그분들에게 제 주장이 상처가 되고 변절로 비친다는 안타까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으로서 책임 있는 주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진행했던 재심사건들이 검찰권 남용 사례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진 사건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일부 사건의 문제를 일반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뀐 건 인정해야 합니다.


    여전히 돈과 관계를 이용한 사건 왜곡의 시도들이 있고 일부 검사와 수사관이 그 왜곡에 가담하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고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합니다. 


    또 책임감을 갖고 수사를 열심히 하여 사건을 기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처가 필요한 경우는 통상적이지 아니한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 일이 아니고 내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 괜히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되어 생길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수사기관이 ‘법의 눈물’을 고려하여 재량을 발휘할 수 없다면 사회적 불행입니다.


    - '책임성의 긍정적인 부분을 제도 개혁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의 의미는

    이번 입법강행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되었습니다.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조건 검찰은 개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앞섰습니다.  


    17년째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재심사건 등 형사사건의 변호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형사사건도 블루칼라 범죄를 주로 변호했지 화이트칼라 범죄는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변호사로서 소송대리와 변호도 자신 없는 분야가 많은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수사와 재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제도개혁을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제 지적'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다녀보면 '검찰 전문가'가 많습니다. 일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그릇된 판단을 하는 분들도 많이 봅니다. 우리가 좀 더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임성의 긍정적인 부분'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할 것인지 문제를 경험이 부족한 외부전문가가 설계하게 할 게 아니라 일선에서 일하는 검사, 수사관, 경찰관들이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면 좋겠습니다. 이번 입법강행과정에서 소외받은 '현장의 목소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적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지점들은 최대한 제거되어야 합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게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선 감정을 주고받기도 하고 시간도 꽤 걸리는 일이겠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인권을 보장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놓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 끝으로 전할 이야기

    = 많이 부족함에도 과분한 관심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강행 국면에서 해야 할 일을 고민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제 능력의 한계 때문에 ‘문제 지적’ 위주의 주장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법조인들께서 공론장의 활발한 논의를 이끌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장 개정법의 문제를 바로잡는 국회 차원의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법안의 처리 과정과 그 내용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재판에서 ‘희망’을 찾게 됩니다. 존경하는 선배 법조인들께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를 확인하여 주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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