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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범죄피해 구제 못 받는 시민 늘고 있다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 후 수사현장 책임소재 불명확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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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검경 수사권조정 이후 경찰의 사건 늑장처리에 고소·고발인들의 불만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한 시민이 서울 서초경찰서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 이후 경찰에 범죄피해와 가해자 처벌을 호소했다가 오히려 곤경에 처하는 고소·고발인들이 늘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를 전제로 한 수사권 조정 등 일련의 검찰개혁으로 수사 현장의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면서 범죄피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시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경찰에 낸 고소 사건 처리가 지연되자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청에 진정을 넣었다. 이후 담당 경찰의 태도는 달라졌지만 황당한 요구를 해왔다. 경찰 수사관은 먼저 전화를 걸어오더니 수사를 하겠다며 진정을 취하해달라는 뜻을 비쳤다. 또 기존에 접수한 고소를 취소한 뒤 다시 고소장을 내면 자신이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했다. A씨는 새로 고소장을 내고 권익위에 낸 진정 등도 취하했다.

    7000만원대의 사기 피해를 본 B씨는 지난 3월 한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러 갔다가 뺑뺑이를 돌았다. 이 경찰서 민원실 담당자는 B씨에게 같은 건물 형사과를 찾아가라고 안내했는데, 형사과장은 책상에 발을 올린 채 "민원실로 가야지 왜 여기로 왔냐"며 핀잔을 줬다. B씨는 억울한 마음에 경찰 간부인 지인에게 하소연했다. 지인은 '우편으로 접수해야 배당이 잘 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고소장을 우편으로 제출하고 2주 뒤 경찰수사관으로부터 "혐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니 몇 가지를 빼고 다시 접수하면 사건을 받아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고소장 들고 경찰서 갔다가 

    형사과·민원실 ‘뺑뺑이’


    억대의 사기 피해를 당한 C씨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가만히 있다간 이도저도 안 되겠다 싶어 C씨는 생업을 접고 직접 나섰다. 수소문 끝에 가해자의 신원 등을 확인해 경찰에 제공했고, 핸드폰을 추가 개설해 관련자들의 정보를 모았다. 수사관으로부터 "범인을 검거하게 되면 당신 덕분"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사건은 서울에서 강원도와 경상도로 이관됐고, 그러는 사이 1년이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C씨가 직접 경찰에 제공한 CC(폐쇄회로)TV의 보존기간 6개월이 만료됐다. C씨는 "범죄수익이 들어있는 계좌는 어찌어찌 동결했지만 그 외 제도권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며 "(피해액) 반환 여부와 시점도 불투명하다. 수사가 피해자 보호는 물론 법치주의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5억 원 이하 사기 사건이나 폭행 등 민생사건 대다수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밖에 놓여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도 폐지됐기 때문에 경찰이 사건을 송치(구 기소의견) 또는 송부(구 불기소의견) 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여기에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더 줄어들고, 경찰이 종결한 사건에 문제가 있더라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 잡을 수 있는 범위는 '(원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로 제한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찰과 경찰 간, 지역 경찰서 간, 담당 수사관 사이에는 칸막이가 여전하다. 이때문에 보완수사, 재수사, 이의제기 송치 등 수사지휘권 폐지 후 대안으로 도입된 장치들이 형해화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실무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형사사건 진행 상황 문의에

     1년 4개월 째 “처리 중”


    D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1월 고소인을 대리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1년 4개월째 경찰은 '처리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며 "의뢰인 보기가 난감할 정도인데, 고소 대리 사건을 맡은 다른 변호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대부분의 고소·고발 사건을 경찰에 접수할 수밖에 없는데, 경찰서마다 안내하는 관할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어떤 곳은 범죄발생지 관할이라고 하고, 어떤 곳은 피의자나 피해자 주소지라고 한다. 그냥 딴 데 가라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수사지휘를 할 때는 수사기관 내에서 관할이 정리됐는데, 현재는 경찰 내에서도 이견이 분분해 사건처리까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방에서는 아는 경찰에게 문의해 사건에 '기름칠'을 하는 것이 답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수사단계 전반을 책임져온 검사의 수사지휘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할 등 책임소재에 따라 '쪼개지는 수사', 담당 경찰수사관의 권한 오·남용에 따라 '뭉개지거나 지연되는 수사', 경찰의 고의 또는 실수로 '사라지거나 뒤집히는 수사'가 대표적이다.


    사건처리 지연되면서 

    서울·강원·경남 경찰서 전전도  


    이에 따라 법을 잘 모르거나 소극적인 피해자의 경우에는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말을 못하는 러시아인 F씨는 만나던 여성과 취중에 다퉜다가 스토킹범으로 몰려 구치소에 수감됐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 등을 근거로 F씨가 집요하게 따라다녔고 사귈 것을 요구하면서 폭력까지 행사했다며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그런데 검찰에서 상황이 반전됐다. 사건을 미심쩍게 본 검사가 3명의 통역인을 붙여 자세히 조사한 결과 경찰 수사 결과와 다른 점을 발견한 것이다. 결국 피해 여성은 서로 사귀던 중 취한 상태에서 다퉜고, 출동한 경찰에게 술김에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피해 여성은 검찰에서 F씨에 대한 영장심사 직전 담당 경찰관에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소용 없었다는 진술도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산지청은 F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여성을 무고 혐의로 인지해 수사 중이다.

    G씨는 길에서 쳐다봤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해 뇌진탕으로 기절했다. 봉변을 당한 G씨는 경찰조사에서 CCTV를 보고 가해자를 특정했다. 그런데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서울서부지검에 '경찰이 내 진술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가해자를 불러 조사하기는커녕 인적 사항조차 확보하지 않으니 검찰이 수사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서울서부지검은 G씨가 지목한 가해자를 불러 영상녹화 조사를 실시했다. 가해자는 자백과 함께 반성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사는 G씨에게 사건 진행과정을 알려주며 그를 안심시켰다. 또 중재를 통해 가해자가 G씨와 합의하고 치료비를 전달하도록 했다. G씨는 '진정서가 효과를 발휘할 줄 몰랐다. 검사가 직접 발 벗고 나서 수사해 큰 감동을 받았다. 억울함이 가셨고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9월부터는 검찰이 F씨와 G씨 사건을 조사할 수 없고, 경찰 결론도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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