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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일본, 재외국민에 대한 국민심사 허용 않은 입법 부작위에 국가배상 인정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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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음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얼마 전인 2022년 5월 25일 재외 일본인에 대하여 최고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를 허용하지 않는 입법부작위는 위헌이라고 하면서, 그에 대하여 국가배상을 명하는 대법정(大法廷, 우리나라의 전원합의체에 해당) 판결{令和2年(行ツ)第255 号 등}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은 최고재판소가 법률을 위헌이라고 한 11번째 사건이고, 입법 내지 입법부작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한 두 번째 사건이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므로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2. 사건의 경위

    일본국 헌법 제79조는 최고재판소 재판관의 국민심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즉 최고재판소 재판관은 그 임명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중의원 선거 총선거에서 국민심사에 부치고, 그 후 10년이 경과한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중의원 의원 총선거에서 다시 심사에 부치며 그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투표자의 다수가 재판관의 파면을 찬성할 때에 그 재판관은 파면되며, 심사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그에 따라 최고재판소재판관 국민심사법(이하 '국민심사법')이 제정되어 있다. 그런데 국민심사법에는 재외 일본인이 국민심사에서 투표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원고들은 재외 일본인으로서, 2017년 10월 22일 중의원 의원 총선거와 함께 실시된 재판관 국민심사에서 투표를 하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일본국을 피고로 하여, 주위적으로는 다음번의 국민심사에서 심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지위확인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는 일본국이 원고들에 대하여 다음번의 국민심사에서 심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하여 위법이라는 위법확인을 청구하였으며, 이와 함께 심사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하였다.

    한편 이와 관련된 선례로서 최고재판소 2005년 9월 14일 대법정 판결이 있다. 위 판결은, 재외 일본인에게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1998년 개정 전의 공직선거법과, 재외 일본인에게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의 비례대표에 대하여만 선거권을 인정한 1998년 개정에 의한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고 하여, 원고들이 다음 번의 중의원의원의 총선거에서 소선거구선출의원의 선거 및 참의원의원의 통선선거에서의 선거구선출의원의 선출에서 재외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것에 기하여 투표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피고인 일본국이 원고들에게 각 5,000엔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이 사건 제1심인 도쿄지방재판소 2019(令和 1)년 5월 28일 판결은, 지위확인청구 및 위법확인청구에 관한 부분은 각하하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5,000엔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반면 제2심인 도쿄고등재판소 2020(令和 2)년 6월 25일 판결은 지위확인의 소는 각하하였으나, 위법확인의 소는 받아들였고, 손해배상청구의 소는 기각하였다.


    3. 최고재판소의 판결

    최고재판소 대법정은 재판관 15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우선 지위확인의 소에 대하여는 원심이 이를 각하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유가 없어 기각하여야 하므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의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하였다. 또한 위법확인의 소에 대하여는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리고 국가배상청구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을 파기, 자판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손해배상을 명한 제1심 판결을 회복시켰다.

    최고재판소는 국민심사법이 재외 일본인에 대하여 심사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즉 재판관에 대한 심사권은 선거권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이를 제한하기 위하여는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재외국민 심사제도를 창설함에 있어서는 재외국민에 의한 국민심사를 위한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운용상의 기술적인 곤란함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러한 기술적인 곤란을 회피하기 위하여 현재와는 다른 투표용지의 조제(調製)나 투표의 방식 등을 채용하는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국민심사법이 재외국민에게 심사권의 행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국가배상청구에 대하여는, 당해 입법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되더라도 국회의원의 입법행위 또는 입법부작위가 바로 국가배상법의 적용상 위법의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법률의 규정이 헌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에 걸쳐 입법조치를 게을리하는 등의 경우에는 그러한 입법부작위는 국가배상법의 적용상 위법의 평가를 받는다고 하면서 위 최고재판소 2005년 9월 14일 대법정판결 등의 선례를 인용하였다. 그리하여 위 2005년 대법정판결 후에 국회가 재외국민의 심사권에 관한 헌법상의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국민심사의 시행까지 약 10년의 긴 시간에 걸쳐 재외심사제도의 창설에 관하여 필요한 입법조치를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늦어도 2017년의 국민심사 당시에는 재외심사제도를 창설하는 입법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고, 그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에 걸쳐서 이를 태만히 하였으므로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여, 원고들에게 각 5,000엔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제1심의 판단은 상당하다고 하였다.


    4. 검토

    여기서는 위 판결을 국회의 위헌인 입법 또는 입법부작위가 어떠한 경우에 국가배상을 하여야 하는 불법행위가 되는가 하는 측면에서 살펴본다. 이 사건 1, 2심 판결은 일본의 국민심사법이 재외 일본인에 대하여 심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고 보았고, 최고재판소 대법정의 재판관 15인 전원도 이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반대의견이 없었다. 문제는 이것이 국가배상법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사건 2심 판결은, 1998년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재외선거와 동일한 방법으로 국민심사를 행하는 것은 심사를 위한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실시불가능하다는 설명에 그 당시로서는 일정한 합리성이 있었고, 2005년 대법정 판결도 재외심사제도의 당부에 관하여 직접 판시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2017년 국민심사의 시점에서는 국회로서는 재외심사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심사법의 위헌성이 명백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였고, 이러한 취지에서 1심 판결을 비판하는 문헌도 있다(大石和彦, 新·判例解說 Watch No. 26, 2020. 4, 34면).

    그러나 이 사건 최고재판소 판결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재외 일본인의 선거권과 심사권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므로, 2005년 최고재 판결 이후에도 재외 일본인의 심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의 위헌성이 명백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판결은, 1975년의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법률의 위헌성이 제정 당시에 이미 명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강행한 경우에는 그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이는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제81호, 2017 참조).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 2015년 판례의 변경 여부에 대하여 심리하고 있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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