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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공간서 벌어지는 성범죄 처벌 방안 찾아야

    검사들 메타버스 성범죄 시연…“가상세계지만 수치심”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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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검 차호동(43·사법연수원 38기) 검사가 옷을 벗고 마을 광장을 뛰어다녔다. 후배인 김정화(36·변호사시험 4회) 검사는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김 검사는 사람이 많은 도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정장에 넥타이를 맨 말쑥한 차림의 김윤식(39·46기) 검사가 다가와 몸을 더듬었다. 김 검사는 수치심을 느꼈다.

    현실공간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다. IT 신(新)기술과 형사법의 관계를 연구하는 대검찰청 AI·블록체인 커뮤니티(회장 김후곤 서울고검장) 소속 검사들이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아바타로 접속해 성범죄 관련 행위를 실험한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관련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지, 실제로 처벌이 가능한지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들 검사들은 3~5월 미국 3D 메타버스 공간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머리에 착용하는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기기)를 착용하는 VR 공간에서 이 같은 체험·실험·시연을 했다.

    대검 AI·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20일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범죄 대응'을 주제로 비공개 내부 연구회 및 시연회를 개최한 뒤 각 쟁점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현행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 성폭력 범죄와 규율할 수 없는 범죄 구분 △새로운 유형의 범죄 중 입법이 필요한 사안 구분 △메타버스 기술 발전 단계를 고려한 단기적·장기적 대응방안 마련 등을 연구 중이다.


    아바타와 실제 연결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체험


    지난해 10월 설립된 대검 AI·블록체인 커뮤니티에는 검사 90여명을 포함해 수사관·실무관 등 총 170명이 활동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메타(meta·초월)'와 '유니버스(universe·세상)'를 합친 말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다. 현실과 유사한 수준의 사회·문화·경제 활동이 가능해 미래상(象)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기술이 발달할수록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는 흐려진다. 플랫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유저는 대체로 아바타(avatar·화신)를 통해 실제에 준하거나 이를 넘는 정도의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다. 아바타 조작·아이템 구매·프로그래밍 등을 통하면 상호합의한 성관계를 연출할 수 있다. 반대로 강제추행이나 성폭행도 가능하다. 컴퓨터 화면 뿐만아니라 360도 체험이 가능한 VR이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고, 촉각을 구현하는 센서와 기기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쟁점은 급격한 기술 발달 과정에서 아바타를 사람과 어디까지 동일시 할 수 있는가로, 특히 신체접촉을 통한 성범죄는 회색지대에 있다.

     
    현행 형법은 '사람'을 추행하거나 간음한 자를 강간이나 성추행 혐의로 처벌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이 아닌 '아바타' 간 성범죄는 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검사들은 아바타 간 접촉이나 성범죄가, 아바타와 연결된 실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경험해야 향후 관련 범죄 등이 문제 됐을 때 적절한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연구하고 있다. 검찰 조직 전반이 보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검사들은 "현실감이 높아 깜짝 놀랐다"며 "쟁점별 연구와 다방면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은 VR 아바타 체험에서 더 컸다.


    “쟁점별 연구 함께 다방면의 입법도 필요”

    반응도


    커뮤니티 간사를 맡고 있는 김정화 검사는 메타버스 성범죄 시연에 앞서 '사전답사'를 갔다가 실제 유저로부터 성추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김 검사는 "큰 성기를 '장착'한 남성 나체 아바타가 뒤에서 따라붙었다. 현실이라면 강제추행"이라며 "도망가니 따라와서 막대기로 때렸다. 피가 튀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과 동일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나를 범하고 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제가 피해를 느꼈다면 가상공간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체감도는 더 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초등학교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해 수업을 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메타버스 이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공간에서만 가능한 실험과 검토도 이뤄졌다. 여성 검사가 남성 아바타로 남성 검사의 여성 아바타를 성추행 할 경우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경우는 '고의'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과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대신 메타버스에서 아동 아바타가 등장하는 성착취물 영상을 찍어 전시하거나 유포하는 경우는 대응이 시급하고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커뮤니티 공동 간사인 김윤식 검사는 "세컨드 라이프가 2000년대 초반 시작된 글로벌 플랫폼임에도 이미 유저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 충분할 정도로 기술이 구현돼 있었다"며 "인터넷과 가상공간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Z세대에는 현실세계의 피해와 가상공간에서의 피해가 뚜렷하게 구별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생활이 최근 10여년 만에 보편화된 것처럼 메타버스를 통한 생활이 일반화되면, 메타버스 성범죄 피해 정도도 현실세계 성범죄 피해 정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가상공간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사용할 때 현실과 가상을 명확히 구분해 인식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메타버스 성범죄 규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 외 범죄에 대한 규제 및 방지를 위한 대처방안과 입법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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