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신탁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신탁제도의 특성상 위탁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한 다양하고도 유연한 재산승계를 위한 신탁설정은 가능하다고 해석되었다. 그러나 법률 규정이 없어서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의 불확실성은 신탁제도의 활용에 방해가 되어 신탁법(법률 제10924호, 2012. 7. 26. 시행)은 민사신탁 중에서 생전신탁에 의해 유증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의 규정을 신설해서 유효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위탁자 사망과 연계한 신탁과세의 명확화를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법률 제17758호, 2021. 1. 1. 시행)에서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위탁자의 사망 시 증여세가 아닌 상속세로 과세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수탁자만이 단독 사후수익자가 되는 유언대용신탁등기는 허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 선례가 나오면서 수탁자를 포함한 여러 명의 사후수익자를 정해야 하는 불편이 초래되었다. 이에 따라 비로소 신탁 관련 법제가 정비되면서 실무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는 많이 반감되었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도입된 유언대용신탁을 활성화시키려는 입법취지를 고려해서 그 대응 방안을 찾고자 한다. 2. 유언대용신탁의 의의와 유형 가. 의의 신탁법 제59조(유언대용신탁)는 '일본의 신신탁법 제90조(위탁자의 사망시에 수익권을 취득하는 취지의 정함이 있는 신탁 등의 특례)의 규정'을 모델로 한 것으로서,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제59조는 유언대용신탁 자체를 정의하거나 요건 또는 효과와 같은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유언대용신탁을 2개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위 2개의 유형만이 유언대용신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다른 문제로서 유언대용신탁의 개념 정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상속(유증)의 대체수단으로 도입된 취지를 생각해보면 유언대용신탁이란 위탁자의 사망을 원인으로 수익자 등 제3자에게 신탁재산이 귀속되는 생전신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유형 사후수익자의 지위에 따라서 4개의 유형으로 유언대용신탁을 분류해 볼 수 있다. 1) 제1유형(수익자로 지정될 자) : 위탁자의 사망시점에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수익권을 취득하는 취지의 정함이 있는 신탁(제59조 1항 1호) 2) 제2유형(수익자) :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수익자가 신탁재산에 관한 급부를 받는 취지의 정함이 있는 신탁(제59조 1항 2호) 3) 제3유형(잔여재산수익자) : 위탁자의 사망을 신탁종료사유로 정한 후에 잔여재산수익자(제101조 1항 본문)가 신탁재산에 관한 급부를 받는 취지의 정함이 있는 신탁 4) 제4유형(귀속권리자) : 위탁자의 사망을 신탁종료사유로 정한 후에 귀속권리자(제101조 1항 단서)가 신탁재산을 받는 취지의 정함이 있는 신탁 다. 소결 제59조에 규정된 제1유형 및 제2유형과는 달리, 제3유형과 제4유형의 허용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1) 신탁법 제59조 1항 2호에서 수익자로 표현되어 있으므로, 신탁행위로 신탁 존속 중에 수익자의 지위에서 신탁을 감독하고 관여할 수 있는 잔여재산수익자를 사후수익자로 정하는 제3유형은 제2유형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당연히 허용된다. 2) 그런데 제4유형의 귀속권리자는 신탁 존속 중에는 수익자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신탁종료 후 법정신탁 상태에서 수익자의 지위가 의제된다. 하지만 위탁자의 사망을 원인으로 유증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제59조가 임의규정임을 고려한다면 제4유형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 3. 수탁자만이 단독 사후수익자가 되는 유언대용신탁 가. 부동산등기선례 제201808-4호 유언대용신탁에서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라도 위탁자의 사망을 기준으로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시간적으로 분리되는 결과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동시에 공동수익자로서 권리행사를 할 수는 없으므로(제59조),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수탁자만이 단독 사후수익자가 되는 신탁은 신탁법 제36조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어서 생전수익자를 위탁자와 동일인으로 하고, 사후수익자를 수탁자와 동일인으로 하는 신탁등기는 신청할 수 없다. 나. 유형별 허용 여부 1) 제1유형의 사후수익자는 위탁자의 사망시점에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에 불과하고 아직 수익자가 아니므로,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동시에 공동수익자로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는 위의 선례에 따르면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2) 제2유형의 사후수익자는 신탁재산의 급부청구권의 행사시기가 제한되는 수익자로서 생전수익자와 수익권의 취득시기 등이 다른 공동수익자이지만, 위탁자의 사망을 기준으로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시간적으로 분리된다는 위의 선례에 따르면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3) 제3유형의 사후수익자는 신탁재산의 급부청구권의 행사시기가 제한되는 (신탁 존속 중에도) 수익자이며 생전수익자와 수익권의 취득시기 등이 다른 공동수익자로서, 위탁자의 사망을 기준으로 생전수익자와 잔여재산수익자가 시간적으로 분리되더라도, 위탁자의 사망을 신탁종료사유로 해서 수탁자를 잔여재산수익자로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4) 제4유형의 귀속권리자는 대법원 선례(제201911-2호)에 의해서 '위탁자의 사망을 신탁종료사유로, 수탁자를 잔여재산에 대한 귀속권리자로 하는 신탁등기'는 이미 허용되고 있으나, 이에 유언대용신탁이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 소결 신탁 설계 및 내용상의 유연성과 신탁법의 임의규정성에 의해서 신탁행위로 수익권의 내용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으므로, 신탁행위에 의하여 제59조 1항 2호의 유언대용신탁에서 생전수익자를 지정하면서 수탁자를 위탁자의 사망으로 인한 신탁종료시 유일한 잔여재산수익자(제101조 1항 본문)로 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신탁이 종료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탁자는 유일한 수익자가 될 수 없다'는 원칙(신탁법 제36조)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귀속권리자의 경우에 일반신탁등기만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면, 위탁자의 사망으로 신탁이 종료되어 신탁재산을 이전 받는 경우에 상속세가 아닌 세부담이 가중되는 증여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유언대용신탁등기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4. 마치며 신탁의 활성화를 위해서 50년 만에 개정된 신탁법 및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취지와 신탁제도의 본질적 특성인 유연성을 고려해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유언대용신탁이 재산승계수단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수탁자가 단독 사후수익자로 되는 길이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실무에서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해소 되기를 기대한다. 김영훈 법무사(인천회)